윤석열 대통령이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棺) 조문을 하지 못한 일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주고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20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들은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을 비롯해서 브라질과 우크라이나 조문 사절단도 모두 교통 통제 조건에서 조문을 했는데 왜 윤 대통령만 조문을 못했는지 궁금해한다"며 "이 일대 교통통제는 사전에 예고돼 있었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운동화를 신고 걸어서 조문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교통 통제를 몰랐다면 무능한 일이고, 알았는데도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면 더 큰 외교 실패, 외교 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이 서거 당일부터 여왕 이름 오타를 내고 '조문 외교'에서 '조문'을 빼먹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왜 영국에 갔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재차 날을 세웠다. 김 의장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과 함께 한·미, 한·캐나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며 "특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국 전기차 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여전히 빈손 외교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일 정상회담은 여전히 회담 자체가 오리무중"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의 공세에 주호영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는 외교 순방 중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자제 요청으로 맞섰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외교 활동 중에는 정쟁을 자제하고 특히 순방 활동에 대해 비판을 자제하고 삼가왔다"며 "그런데 민주당이 더구나 장례식에 조문하기 위해 가 계신 대통령에 대해 이런저런 금도(襟度. 남을 포용할 만한 도량)에 넘는, 근거 없는 비판을 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도 불과 몇 달 전에는 집권당이었고 대통령 외교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알 터"라며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표 선수에 대한 응원과 예의를 지켜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응수했다.
여야, 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 등 정기국회 법안 관련 설전도
여야는 현재 진행 중인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법안에 대해서도 설전을 벌였다. 여당 원내사령탑이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서 주 원내대표고 바뀌었지만 쟁점 법안과 관련된 국민의힘의 입장은 거의 그대로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대 민생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특히 어르신 기초연금 확대법과 출산·보육수당, 아동수당 확대법으로 취약한 고령층과 학부모들의 육아부담을 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이 막고 있는 쌀값 정상화법(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도 민심에 따라 조속한 법제화에 나서겠다"며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일 납품단가 연동제도 반드시 처리하겠다. 장애인 권리보장법 제정과 충분한 예산 확보 등으로 실질적인 장애인 국가책임제가 면면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있는데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거부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고 두 법안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시사했다. 주 원내대표는 "양곡관리법은 일견 농민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전체 농민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고 불리해진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며 "공청회나 제대로 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그런 법안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만약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농민에게 피해를 주는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그때 다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서는, 외국에서도 노조에 대한 배상 한도를 제한하는 나라는 있지만 조합원 개인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까지 면책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기초연금법 확대법'에 대해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기획재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류성걸 의원으로부터 "43조 원에 달하는 재원 대책 마련 방안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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