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장남과 장녀가 원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 총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으로 조기 폐쇄된 월성원전 1호기 감사를 주도했다.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유 총장은 지난달 공직자 수시재산공개를 통해 재산 38억2054만원 중 상장·비상장주식으로 19억8534만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유 총장의 신고 내역을 보면, 장남(1991년생)과 장녀(1996년생)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각각 724주씩 보유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전 핵심설비인 원자로 모듈 등 주(主)기기를 제작하는 업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으로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8000억 원의 매몰비용을 비롯해 7~8조 원에 달하는 매출액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폐기를 공식 선언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제2의 원전 르네상스' 기대감에 수혜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하기도 했다. 유 총장 장남과 장녀의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보유액은 등록기준일(취임일)인 지난 6월 15일 종가(1만7350원) 기준 2512만 원 규모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들이 해당 주식을 매수한 시점은 지난해 6월 경이며 이때 유 총장은 월성원전 감사를 담당하는 공공기관감사국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유 총장은 2020년 10월 월성1호기 조기 폐쇄가 경제성 평가 결과 조작에 의한 것이라는 감사원 결과에, 올해 1월 감사연구원장으로 '좌천성' 인사 이동을 했다. 그러나 두 달 뒤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파견됐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6월 사무총장에 전격 발탁됐다.
야권에서는 "유 총장이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 감사'를 주도했고, 이번 정부에서도 탈원전 등 소위 '악폐 청산' 작업에 나선 상황에서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원전 업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수급 정책과 관련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유 총장 측은 해당 주식은 직무와 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1급 이상 공직자는 본인 및 가족이 보유한 주식 가액이 3000만 원을 넘을 경우 2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인사혁신처는 유 총장의 청구에 따라 직무 관련성 여부를 심사 중이다. 유 총장은 주식 취득 경위에 대해 "월성원전 감사가 종료된 지 8개월이 지나서 자녀들에 5000만 원씩 증여했다"며 "이후 자녀들이 경제 공부 차원에서 자기 의사로 주식을 취득했고 현재 손실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주식 처분 계획에 대해선 "직무 관련성 심사 결과가 나오면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지난 8월만 해도 2만 원이 넘었지만 지난달 증시가 폭락하면서 현재 1만4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 총장이 대통령실과의 내밀한 소통으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근간부터 흔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더니, 이제는 감사원의 청렴, 도덕성에도 먹칠을 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유 총장은 본인과 가족의 보유 주식에 대한 직무 관련성 심사 청구를 취소한 뒤 당장 주식 백지신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유 총장은 지난 5일 국무회의 전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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