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날 도와주신 아는 언니를 찾으러 왔어요. (외국인이라) 인적사항 확인할 수가 없으니까, (시신) 외모 확인했다가....... (아니었어요.) 어디에 계신지 아직 몰라요, 연락도 안 돼요."
30일 오후 2시께, 베트남 여성 A 씨가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을 나섰다. 그는 15시간 전 마지막 연락 이후 연락이 두절된 지인 B 씨를 찾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B 씨는 지난 밤 '핼러윈 데이'를 기념해 이태원으로 향했다가 A 씨와 연락이 두절됐다. 앞서 29일 밤 벌어진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의 공식 사망자는 30일 오후 기준 151명, 이중 외국인 사망자는 19명으로 직전 발표였던 2명에서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경찰 수사본부는 지문 확인 및 유전자(DNA) 대조 등의 방식으로 30일 오전까지 총 140명의 사망자 신원을 확인했지만, 지문기록이 없는 외국인의 경우 얼굴 등 외형을 통한 직접 확인이 필요해 신원확인에 난항을 겪고 있다. A 씨는 "(다른 곳에서도) 확인해 봐야 한다"며 급히 자리를 떠났다. 사고 지역과 가장 가까운 종합대학병원인 이곳 순천향대 서울병원엔 지난 새벽에만 45명의 사망자가 이송돼 시신이 영안실로 옮겨졌다. 병원 응급의료센터와 장례식장엔 이날 오전까지도 실종 상태의 가족 및 지인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의 신원확인이 진행되면서 병원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다소 잦아들었지만, 외국인 피해자 등 신원확인이 완료되지 않은 실종자를 찾는 이들은 오후에도 간혹 이곳 장례식장을 찾아왔다. 이날 장례식장 정문은 경찰에 의해 출입이 통제됐다. 장례식장 정문 앞에는 유가족 등의 소식을 듣기위해 몰려든 취재진이 상주해, 누군가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수십 대의 카메라가 따라붙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오후 12시께, 함께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실종된 일행을 찾아 이곳을 방문했다는 한 외국인 남성은 "친구가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이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선 많은 피해자가 현장에서 소지품을 분실해 신원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친구가 현장에서 (군중압박) 사고를 당했다. 숨을 쉬지 못하고 있는데 아무도 그녀를 돕지 않았다"며 사고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오후 1시가 넘어서는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의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기도 했다.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된 사망자(5명) 중 이란 남성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이곳을 찾았다. 이날 오후 2시 40분께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순천향대 서울병원 현장을 찾았다. 현장 취재진이 몰려들자 조 장관은 "지자체, 의협 등과 협력을 통해 부상자분들이 조속히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장관은 압사 사고 원인을 묻는 현장 기자들의 질의에 대해선 "그쪽은 잘 모른다"며 "의료 지원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지 현장 점검 차 나온 것"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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