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명이 사망한 이태원 핼러윈 압사사고 참사 와중에 정부 주무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 데 대해 여야 정치권에서 한목소리로 질타가 나왔다. 국민의힘 4선 중진의원이자 차기 당권주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3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라디오 진행자가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 평가를 전하자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한다"며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아픔에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언행은 조심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행안부 장관 설명에 의하면 그 당시에 시청 인근이나 광화문 인근에 집회·시위가 많아서 거기에 인력을 배치하다 보니 (이태원 인근) 배치에 대해서 그렇게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아 보인다"며 "별로 그렇게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사람이 10만 모인다, 이런 식의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교통대책과, 안전을 위해서 통행을 제한하든지 현장에서 사람들이 밀집하지 않도록 소개(疏開)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웠어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점에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소홀했던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경찰 당국의 대처를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혁 비대위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장관이 비정치인이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일반 국민들이 들으시기에 적절한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태원 참사가 있었을 당시에 주변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고 거기에 대한 병력 배치가 필요한 것도 아마 사실이었을 것"이라면서도 "사안에 경중이라는 게 있다. 만약에 인파가 이런 정도로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면, 그리고 방송사 등에서 계속 이태원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고 만끽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까지 나와서 관심이 크게 고조됐던 게 사실인데,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좀 더 세심한 배려와 준비를 했어야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4선 우상호 의원도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장관의 발언은 아주 부적절했다"며 "잘 모르면 입을 닫고 있어야지 왜 자꾸 이렇게 변명하다가 국민들 화를 북돋우시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우 의원은 "지금 그런 책임을 피하기 위한 얘기를 던질 때가 아니지 않느냐"며 "경찰력 배치는 시위 진압을 위해서 필요한 게 아니라 질서 유지, 동선 확보나 진행 속도를 늦춰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결국 안전 불감증이 이런 대형사고를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장관의 발언은 황당한 수준"이라며 "그러면 이러한 참사라든가 황당한 사고들이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감내하겠다는 것인지 진의를 알기 어렵다. 무책임·회피의 발언이고 많은 국민들을 분노케 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전날 오후 SNS에 쓴 글에서 "어떻게 관계 장관이 이런 몰상식한 말을 할 수 있을까"라며 "이 장관은 입을 봉하고 수습에 전념, 그 다음 수순을 준비하시라"고 촉구했다. 박 전 원장은 "지금은 수습하고 애도하며 유가족을 위로할 때"라며 "제발 사고치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전날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라며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당일 경찰력 배치 상황과 관련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 "경찰 경비병력 상당수가 광화문 쪽으로 배치됐다"면서 "이태원은 (인파가) 예전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아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이 배치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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