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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112 신고 저녁 6시, 내용은 "압사당할 거 같아요. 경찰이 통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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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첫 112 신고 저녁 6시, 내용은 "압사당할 거 같아요. 경찰이 통제해주세요" 경찰 녹취록 보니…18시경 이미 "압사" "소름" 우려…경찰은 "불편 정도"로 오인
지난달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 시민의 신고가 당일 저녁 6시경부터 경찰로 접수됐다. 경찰 발표와 달리 초기 신고부터 "상황이 심각하다", "압사 당할 것 같다", "경찰이 (와서) 통제를 해달라"는 구체적 우려가 경찰로 전해졌는데도, 4시간 가깝게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 전망이다. 1일 경찰청이 공개한 당시 112 신고 접수 녹취록을 보면, 지난달 29일 저녁 6시 34분경 112를 통해 이태원 상황을 통제해 달라는 시민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담당 경찰관에게 "이태원 클럽 가는 길, 해밀턴 호텔 골목에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오는데 너무 불안하다. 사람이 (더)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바깥에서)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며 "인파가 너무 많으니 (경찰이 와서) 통제 좀 해 주셔야 될 것 같다"고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압사 가능성을 우려할 정도로 이미 이때부터 해밀턴 호텔 골목의 상황이 위험했고, 따라서 신고자가 경찰에 현장 통제를 요청했음을 해당 신고 녹취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 신고자는 "지금 너무 소름끼친다"며 "이태원역에서 내리는 인구가 (해당 골목으로) 다 올라오는데, 거기서 빠져나오는 인구와 섞이고, 클럽에 줄 선 줄하고도 섞인다"고 강조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출동해서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서 한 군인이 헌화한 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사고 현안 보고를 마친 뒤 자리에 앉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내용은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 당시 내용과 어느 정도 배치된다. 중대본 브리핑에서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대략 18시부터 (신고) 1건이 (경찰로) 접수된 건 맞"지만 "그것은 일반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불편신고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황 관리관은 해당 신고가 접수되고도 초기에 경찰이 별다른 추가 대응을 하지 않은 배경으로 "지금 조사 중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초기 신고 접수) 그때만 해도 현장이 어느 정도 불편 정도의 운집도였던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21시에 다다르면서 심각할 정도의 신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녹취록상 이미 18시경 신고부터 구체적으로 '압사' '소름'과 같은 구체적 언급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경찰의 초기 판단이 잘못됐음을 확인 가능한 대목이다. 이후 본격적인 신고는 사건 당일 밤 8시를 지나며 여러 건 집중되기 시작했다. 밤 8시 9분경 다시금 이태원 현장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가 경찰로 접수됐고, 8시 33분경에 또 심각하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신고를 보면 이미 사상자가 발생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했다. 해당 신고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고자: 여기 이태원 와이키키 매장 앞인데요.

경찰관: 네.

신고자: 여기 지금 사람들이, 인파가 너무 많이 몰려갖고,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막 지금 너무 이거 사고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

경찰관: 사람들이 쓰러졌다고요?

신고자: 네. 지금 이게 통제가 안 돼요. 여기 길이 삼거리에서 막혀갖고, 지금 여기 좀 큰일 날 것 같은데.

경찰관: 아... 그래요.

신고자: 네, 지금 진짜 심각해요.

경찰관: 아...

신고자: 제가 영상 찍어놓은 것도 있는데 보내드릴 방법 있을까요?

경찰관: 112 문자로 보내시면 됩니다.

신고자: 아, 네 지금 보낼게요. 지금.

이와 같은 신고가 저녁 9시를 지나면서 수없이 경찰로 쏟아졌다. 경찰이 언론에 배포한 11건의 신고 녹취록은 대부분이 '압사 위험'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상황이 심각하니 경찰이 현장을 통제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후 서울시 긴급구조통제단이 정리한 사고 내역을 보면, 당일 밤 10시 15분경 119 소방으로 최초 신고가 접수되고, 2분 후인 밤 10시 17분 구조대가 현장에 출동했다. 소방 신고 당시 신고자는 현장 상황이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즉, 대응이 이미 늦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용산이태원참사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이날 밤 10시 15분의 소방청 최초 접수 신고록은 다음과 같다.

신고자: 여기 이태원인데요. 이쪽에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주셔야 될 것 같아요. 사람이 압사당하게 생겼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골목에 사람이 다 껴가지고, (경찰이고 소방이고) 다 보내셔야 할 것 같아요.

접수자: 다친 사람이 있어요?

신고자: 네 많이 다쳤을 거예요. 여러 명이 있을 거예요. 엄청 많을 거예요.

접수자: 정확하게 설명해주세요. 부상자가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신고자: 부상자가, 여기 길거리에 널린 게 부상자인데, 제가 뭐 제 일행이 아니어서요. 저희 상황이 심각하다고요.

접수자: 전화 끊을게요. 일단 나가서 확인할게요.

신고자: 미쳐버리겠네. 네, 알겠습니다.

이어 소방 당국으로 신고 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밤 10시 24분경 "사람 10명이 깔려 있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됐고, 이후 1시간여에 걸쳐 81건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상당수가 이미 호흡이 곤란한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밤 10시 43분 소방 대응 1단계가 발령되는 등 당국의 사건 대응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손쓸 수 없을 정도가 된 후였다.

상황은 점차 악화일로였다. 밤 10시 53분경 이태원역 인근 한강로에 임시 응급의료소가 설치됐다. 수도권 권역 응급센터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현장에 출동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이어 밤 11시 13분경 소방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이미 이때 심정지 환자는 5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모든 가용 인력을 총동원하는 대응 3단계가 밤 11시 50분경 발령됐다.  이에 경찰은 총 인력 2692명, 장비 233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소방은 구급차 142대를 동원했다. 그러나 워낙 많은 인파가 현장에 몰려 환자 이송에도 큰 어려움이 닥치는 등 당국의 대응에는 이미 한계가 온 후였다.  이와 관련해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황 관리관은 "사건이 22시 15분에 소방에 신고가 되기 전 1시간 전부터 수 건의 (신고가) 있었다"며 "(소방이 출동한) 22시 15분 후부터는 거의 한 100여 건의 신고가 몰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신고 내용을 보면, 경찰의 대응이 안이했음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1일 윤희근 경찰청장을 필두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 일제히 참사 사흘이 지나 공식 사과 입장을 낸 연유가 여기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당국의 대응이 안이했다는 점이 신고 녹취록을 보면 뚜렷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참사 발생 하루가 지난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가 외부인이 통제된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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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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