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경찰의 대처가 미흡했음을 보여주는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론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야당 일각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파면 요구도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는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지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지금 정부의 고위 책임자들의 태도가 도저히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따라서 희생자들과 부상자, 국민들께 진상을 분명히 알려드리는 것, 다시는 이런 일 생기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책임질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지는 것. 이게 국가의 존재 이유"라며 '책임'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어제 제가 경악할 만한 장면을 봤다"면서 "사태 수습의 총력을 다해야 할 총리께서 외신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농담을 했다. 농담할 자리인가"라고 질타했다. 전날 한덕수 총리가 외신 간담회에서 웃으며 농담을 해 부적절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 데 대한 지적이다. (☞관련 기사 : 한덕수, 이태원 참사 책임 묻는데 "질문 안들린 책임은" 말장난 논란)
이 대표는 또 "인사혁신처는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리본에서 글자 떼라'는 그런 지시를 하느냐. '근조', '애도', '추모', '삼가 명복을 빈다'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대체 뭐냐"면서 "'참사가 아니라 사고라고 하라',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라고 하라', '영정사진 붙이지 말고 위패 생략하라'(고 정부 지침이 나왔는데) 지금 희생자와 부상자, 가족들이 울부짖는 와중에 이게 무슨 큰일이라고 공문에다 써서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에 지시하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이건 어떻게든 국민 분노를 줄이고 자신들의 책임을 경감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태원 참사 전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대처를 꼼꼼히 살펴서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법적, 행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12 신고 대응 미흡 논란에 대해 "시민들은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경찰에 위험성을 알리고 또 알렸다. 하지만 사고 현장엔 투입이 안 됐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전날 SBS가 보도한 경찰의 시민단체 동향 파악 문건 작성에 대해 "살려달라는 SOS 모른 체도 모자라 뒤로는 사찰에 나섰다. 경찰청이 참사 이틀 만에 특별 취급, 전파 금지 표시까지 해가며 시민단체와 언론 동향을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안위보다 정권 책임론 회피에만 몰두한 것"이라면서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 사망자로 명명하고 근조 글씨 없는 리본을 단다고 해서 참사에 대한 책임이 희석될 리 만무하다. 참사 수습은 이번 참사가 국가적 참사임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태원 참사의 최종 책임자는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우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즉각 파면하고, 윤희근 경찰청장도 즉각 파면하시기 바란다"고 공개 촉구했다. 그는 "참사 현장에서 두 차례 신고가 있었다. 같은 지점에서 반복 신고가 있으면 반드시 출동해야 하는 매뉴얼이 있다. 그것을 무시한 것"이라면서 "여기에 축소 은폐 의혹까지 모든 것을 포함해 이들을 사법 조치 또는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긴급 대표단 회의를 개최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을 즉각 파면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어제 공개된 112 신고 녹취록으로 이번 참사가 정부의 무능과 부실 대응이 부른 명백한 인재라는 것이 확인되었다"면서 "'경찰 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선동성 정치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며 연일 상처 입은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이상민 장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직무유기로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들에게 원인 규명과 대책을 맡길 수 없다"면서 "이들은 대책 마련 주체도, 참사의 수사 주체도 아니다. 이번 참사의 책임자이고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할 국가의 최고 수장으로써 국민 앞에 사과하라"면서 "이 요구는 이번 참사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계속 안일한 대응으로 상황을 모면하고자 한다면, '압사당할 것 같다, 도와달라'는 호소가 '이게 나라냐'라는 저항의 목소리로 바뀔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 총리의 외신 기자회견 논란에 대해 "총리가 외신 기자들 앞에서 농담까지 곁들이며 이번 참사가 제도 탓이라고 미뤄 빈축을 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총리실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총리실 측은 "외신 브리핑 현장에서 한 총리는 정부의 책임과 군중 관리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더 안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관련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동시통역기 볼륨이 낮아 외국인 기자들이 통역 내용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 곤란해하자 한 총리가 기술적인 문제로 회견이 지체되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취지에서 해당 발언을 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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