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참사 발생 이튿날인 지난달 31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분향소를 방문해 추모 기조를 이어가는 행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과 함께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묵념했다. 지난달 31일에 서울광장 분향소를 처음 찾았던 윤 대통령은 1일에는 이태원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데 이어 다시 이날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조문을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밤에는 경기도 부천시와 서울 장례식장에 마련된 희생자 빈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오는 5일까지인 국민애도기간에는 희생자 애도와 참사 수습에 전념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찰의 늑장대응이 드러나면서 '선(先)수습 후(後) 책임' 대응기조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당초 대통령실과 정부는 '주최자 없는 행사'라는 이유로 정부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엄호하는 기류가 확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현재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사고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제도 결함에 무게를 뒀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같은날 "이 장관이 예년보다 많은 숫자의 경찰 인력들이 여러 수고를 많이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을 것"이라며 이 장관을 감쌌다. 그러나 참사가 발생하기 3~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시민들의 신고가 112 신고센터에 다수 접수됐음에도 경찰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방어선은 일시에 무너졌다. 외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 책임론을 농담으로 희화화해 논란을 부채질했던 한덕수 총리는 2일 경찰의 조치에 대해 "정부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강경한 방침을 밝혔다. 한 총리는 "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런 임무를 수행하는 데 안일한 판단이나 긴장감을 늦추는 일이 있다면 국민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112 신고 녹취록을 듣고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고 분노하고 있다"면서 "애도 기간이 지나면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강경해진 여권의 기류 변화는 참사 사흘 만에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힌 이상민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윤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 앞서 112 신고 내역을 받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진상을 밝히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은 경찰의 대처나 주무장관인 이 장관 거취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정부 책임을 둘러싼 논란에서 방어선이 뚫린 윤 대통령이 대국민 직접사과 요구를 수용할지도 관심이다. 사고 수습 방안과 후속 대책 논의에 집중하는 윤 대통령은 애도 기간을 지나 내주 초로 예정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전후해 대국민 사과와 책임자 문책 범위 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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