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가 투표 당일 일부 지역 기계 오류를 빌미로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선거 사기 음모론으로 얼룩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해 공화당 정치인들이 음모론을 적극 지지하면서 결과 불복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8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투표가 대체로 순조롭게 이뤄진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있었던 투표 기계 오작동 등을 빌미로 선거 부정 주장이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다시금 이어졌다. 이날 애리조나주 매리코파 카운티 투표 기계의 20% 가량이 투표 용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등의 오작동을 일으켜 별도로 개표하기로 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루체른 카운티에서는 투표 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지연돼 투표 시간이 연장됐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도 투표 기계 오류가 있었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즉시 선거 부정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애리조나 유권자의 60%가 거주하는 매리코파 카운티의 223곳 투표소 중 60곳 가량의 투표 기계가 오작동한 것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대다수의 공화당원들이 투표하기 위해 오늘을 기다렸는데 이게 사실인가"라며 기계 오류가 공화당 지지자들의 투표를 지연시키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켈리 워드 애리조나주 공화당 의장은 "부정행위" 가능성을 제기하며 관계자 소환을 거론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매리코파 카운티에서 근소한 차로 승리한 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애리조나에서 승기를 잡는 데 기여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선거 음모론이 더욱 거세다고 설명했다. 선거 사기 음모론 관련 온라인 정보를 분석하는 단체인 선거진실성파트너십은 8일 정오가 되기도 전에 투표 기계 오류에 대한 4만 건이 넘는 트위터 메시지를 발견됐다고 밝혔다. 단체는 보수적 라디오 방송 진행자인 찰리 커크가 기계 오작동이 고의적이라고 주장한 뒤 이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디트로이트 투표 기계 오류에 대해서도 "정말 나쁘다", "항의하라!", "2020년에 일어난 것과 같은 선거 사기" 등의 언어를 사용하며 상황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투표 기계 오류에 대한 음모론이 프랑스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중국어 등 여러 언어로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투표소 인근 와이파이를 통해 투표가 조작된다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소셜미디어에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투표 당일 근거 없는 선거 부정 음모론이 떠돌며 개표 뒤 결과 승복을 놓고 커다란 정치·사회적 혼란이 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워싱턴포스트> 분석에 따르면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및 주요 공직자 후보 중 과반을 선거 부정 주장에 가담한 적이 있는 이들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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