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자막 조작', '김검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방송 대역 미고지' 등을 이유로 문화방송사(MBC) 기자들의 대통령 해외순방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일이 여야 정치권 간 공방으로 번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뒤끝 작렬", "소인배 같은 보복"이라고 비판한 반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MBC가 언론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전날 대통령실이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때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자신이 비속어를 내뱉어 평지풍파를 일으켰음에도 순방기에 언론사 탑승을 치졸하게 불허하는 건 뒤끝 작렬 소인배 같은 보복"이라고 질타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친윤계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여당 대응에 대해 '왜 매가리가 없나. 당은 뭐하나. 장관 하나도 방어 못 하나'라고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두고도 "참으로 놀랍다. 참사 대응을 잘못한 장관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도도한 여론에 맞서 뭘 지키겠다는 건지 기가 막힌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여당이라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그러나 국민의힘은 집권당 역할을 포기했다. 당 대표를 내쫓고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줄서기 경쟁, 권력 쟁취를 위한 집안싸움에만 골몰했다. 민심이 아닌 윤심 따라 움직이고 극단적 망언으로 갈등과 분열의 정치만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에 쓴소리를 그대로 전할 용기는 없고 눈치만 보는 국민의힘이 '매가리'가 없는 여당"이라며 "(정부·여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윤 대통령이 즉각 대통령실과 내각 전면개편으로 국정쇄신에 나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그간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준비 안 된 대통령이 국민 신뢰를 잃었다. 윤석열표 국정 목표와 성과가 안 보인다"며 "주먹구구식 국정운영은 인사, 외교, 안보, 경제, 안전 5대 참사로 귀결됐다"고 혹평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어제 일제히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 한 마디 없다"며 "오만독선 불통의 국정운영만 고집한다. 야당 탓, 전 정부 탓, 제도 탓 등 실정의 모든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기 바쁘다. 무능과 실정을 감추고자 검찰, 경찰, 감사원까지 총동원한 야당 탄압과 정치보복에만 힘을 쏟고 있다"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반면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MBC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에 대해 "기자·언론인에게도 책임의식이 있어야 된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다른 언론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언론통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다. 정 위원장은 이어 "김대중 대통령 때는 기자들의 청와대 출입을 금지 시킨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기자실에 대못질한 적도 있다"며 "이런 게 언론 통제고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윤핵관' 권성동 전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MBC는 공정보도를 하지 않고 편파·왜곡방송을 했다. 언론이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며 "저도 'MBC 취재 거절한다'고 (기자에게) 대놓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앞서 회의 공개발언에서 야당이 요구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된 희생자 명단 공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강제수사가 신속하게 진행 중"이라며 "수사권도 없는 국정조사로 뭐를 밝히나? 이 사람 저사람 국회로 불러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끝날 게 훤히 보인다"고 일축했다. 정 위원장은 "경찰 수사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가서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하자"라며 "민주당이 원하는 게 뭔가. 사회의 모든 갈등을 증폭시켜 '대장동 그 분'에 대한 사법처리를 막아보려는 건가"라고 해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방탄용으로 국정조사 카드를 꺼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장동 그 분'을 지키는 게 민주당의 존재 이유인가", "기승전 방탄인가"라고 야당에 날을 세웠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주장에 대해서도 정 위원장은 "민주당 사람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156명의 희생자 명단을 파악하자'고 한다. '이름, 나이를 알고 영정 앞에 서서 애도하고 싶다' 이야기한다. 희생자 명단을 다 파악해서 다시 분향소를 차려서 장례 절차를 하겠다는 이야기인가"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한편 윤 대통령이 당 소속 의원들에게 전화해 '당이 대통령실 방어에 소극적'이라는 취지로 불만을 토로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저는 전화 받은 바 없으니까 친윤계가 아닌가 보다"라고 일축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전화 받은 게 없다"며 "대통령께서 당무에 관여하시거나 당에서 하고 있는 자잘한 것까지 다 전화하시는 분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성 의장은 "(당정 간) 이견이 없다"며 "아마 그 보도는 누가 다른 분들이 지어낸 말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그런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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