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불가"라던 민주당, 하루 만에 돌변…왜?
민주당 내에서 처음 '명단 공개' 언급이 나온 것은 지난 7일 문진석 의원이 한 당직자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부터다. 해당 문자메시지에는 "참사 희생자의 전체 명단과 사진이 공개되는 것은 기본"이라며 "야당이 뭘 하고 있느냐는 따가운 질책에 답변이 궁색해진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문자메시지가 논란이 되자, 문 의원은 "우리 당은 그럴 생각이 없다"며 "제게 문자를 보낸 당직자도 '시중에 이런 의견이 있다'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 것이다. 저는 개인의 인격이 존중되는 이 시대에는 (피해자 명단 공개는) 불가능하고, 도의적으로 불가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단 공개 논의가) 전혀 이뤄진 바 없고 (당직자가) 그런 제안을 했다면 부적절한 의견"이라면서 "그런 의견을 논의하는 상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다음날인 9일 당의 입장이 뒤집어졌다.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희생자 명단 및 영정 사진 언급을 꺼낸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이름도 영정도 없고 국화꽃 세 개만으로 분향이 이뤄지고 있다. 내 아들의 이름과 얼굴을 가리지 말라는 오열도 들린다"면서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하고 애도하는가. 당연히 유족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여당은 물론 민주당과 이태원 국정조사 실시에 뜻을 같이 하고 있는 정의당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1일 오전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부적절하다고 이미 여러 차례 말했다"면서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하는 입장이 나와도 유족들 입장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먼저 이것을 왈가왈부하며 상황에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은주 원내대표 또한 전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유족의 총의가 모여 진행되면 모를까, 지금처럼 정치권이 (명단 공개에) 앞장서는 것은 슬픔에 빠진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최근에 나온 '희생자의 명단과 사진을 공개하자', 저는 이건 미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하지 않다"면서 "지금 여러 가지로 대장동 의혹이 속도를 내니까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는 차원에서 계속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슈를 끌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국정조사 실시와 특별검사제도 도입을 위한 당 차원의 대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인근에 열린 민주당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 참여한 후 시민들에게 국정조사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진상규명에 협조적이지 않고 오히려 반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국민의 도움을 받아서 직접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가 됐다"면서 "우리 국민들께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할 수 있게 국정조사와 특검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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