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종이' 들고 검열 저항…"평생 집권 통치자 원하지 않는다" 시진핑 3연임 저격도
지난 24일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봉쇄 지역 아파트 화재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대로 시작된 시위는 주말 내내 진행되며 점차 검열 폐지와 표현의 자유 촉구, 시 주석 퇴진 및 공산당 퇴진을 요구하는 등 체제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번졌다. 상하이, 베이징, 칭화대, 난징통신대 등 곳곳의 시위 현장에선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를 든 시위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검열에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상징적 표현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백지 혹은 신장 화재 사망자 수인 숫자 '10'을 적은 종이를 든 시위 참여자들의 사진을 보낸 안전을 이유로 성만 공개할 것을 요구한 사진가 멩은 "모두가 그것(백지)을 들고 있었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지울 테면 지워라. 말하지 않은 것을 검열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칭화대 등 여러 시위 현장에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구호가 등장했다. 최근 관행을 깨고 3연임을 확정지으며 장기집권의 문을 연 시 주석에 대한 항의도 직접적으로 표현됐다. CNN은 청두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 군중이 "독재 반대!", "우리는 평생 집권하는 통치자를 원하지 않는다!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상하이 시위에 27일 새벽 2시쯤 도착했다고 밝힌 안전을 이유로 성만 공개할 것을 요구한 주민 첸(29)이 "처음엔 '신장의 봉쇄를 해제하라'로 시작된 외침이 점차 '시진핑 퇴진하라!', '공산당 물러나라!'는 외침으로 되어 갔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AP>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상하이 시위 참여자를 인용해 이날 시위에서 당국이 언급을 금기시 하는 1989년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항쟁에 대한 발언도 장려됐다고 보도했다.외신 "무자비한 진압" 예상하는 가운데 일부 '방역 완화' 움직임도
외신과 전문가들은 시위가 이어질 경우 "무자비한 탄압"이 이뤄질 것이라 보면서도 집권 3기 첫 발을 내디딘 시 주석이 직면한 "첫 시험대"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훙호펑 미 존스홉킨스대 사회학 교수는 이번 시위가 시 주석에게 "끔찍한 상황"이라며 시 주석의 "절대적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첫 번째 심각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그는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시 주석을 "코너에 몰아 넣었다"며 이 정책이 노동자 계층부터 젊은 층, 중산층, 국가 엘리트 계층에 이르기까지 인내심을 상실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향후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중국 정치와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디언> 외교 편집자 패트릭 윈투어는 27일 분석 기사에서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와는 무관하게 시 주석은 그의 국제적 명성을 세계 무대에 복귀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날려 버렸다"고 평가했다. 시위가 지속돼 정부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전 홍콩이공대 교수로 재직한 정킴와 홍콩민의연구소(PORI) 행정부총재는 대중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인내심을 잃은 것은 맞지만 조직되지 않은 시위는 정부에 대항할만큼 강하지 않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윈투어는 27일 분석에서 이번 시위가 톈안먼 시위와는 달리 베이징 중심이 아니라 중국 곳곳에서 일어난 것은 대중이 제로 코로나에 대한 문제 의식을 그만큼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독특한" 면모가 있지만 "시 주석이 반대 의견을 오래 용인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시 주석이 "시위를 코로나 정책에 대한 도전 뿐 아니라 공산주의 이념 및 그의 통치에 대한 반대로 볼 가능성이 높다"며 "홍콩에서 사용된 무자비한 방법이 본토에서도 사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편집위원회 의견을 통해 "시위가 게속될 경우 시 주석과 공산당이 무자비하게 진압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정권이 이것이 시위에 대한 반응임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되기 시작할지 지켜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을 보면 베이징 방역 당국은 27일 봉쇄 주거지의 출입구를 폐쇄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조건에 부합하면 적시에 봉쇄에서 해제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봉쇄 조치에 지친 주민들의 불만을 다독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위의 도화선이 된 신장 우루무치 지역의 방역도 다소 완화됐다. 많은 나라가 올들어 코로나 방역을 완화하고 있지만 중국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 왔다. 올 초 인구 2500만명 대도시 상하이에 대한 2달 여 간의 봉쇄를 단행해 경제 충격을 우려한 세계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중국은 이달 초 전면 봉쇄 대신 확진자 발생 구역 중심의 일부 폐쇄를 채택하는 등 다소 완화된 방역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달 초 3천 명 미만이었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8일 발표에서 4만 명을 넘기며 폐쇄 구역이 점점 늘고 있는 실정이다. BBC는 중국이 효과에 의문이 있는 자체 개발 백신 사용을 고집하는 데다 80살 이상 고령자의 추가 접종률이 20%에 못 미치는 것을 포함해 고령층의 백신 추가 접종률이 낮은 점을 들어 사실상 제로 코로나를 벗어날 '출구'가 없음을 지적했다. 다만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7일 서방 언론이 중국의 방역 정책을 "헐뜯고" 중국에 "대립과 혼란을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중국의 감염병 예방 및 통제 조치는 중국 스스로 모색할 것"이라며 "다른 이들이 뭐라고 판단하든 중국의 우선 순위는 자신의 것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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