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서 개혁주의 성향 전 대통령이 시위대를 지지하고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공개 성명을 냈다. 시위대가 5~7일 총파업으로 시위 동참을 호소함에 따라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많은 도시에서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중단하며 연대를 표명하고 있다. 당국은 파업에 동참한 업장을 봉쇄하며 강경 대응 중이다. 영국 BBC 방송은 6일(현지시각)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전 대통령이 7일 이란 학생의 날을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여성, 삶, 자유"라는 "아름다운 구호"를 내걸고 있다며 옹호하고 당국이 "너무 늦기 전에" 이들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이기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학생과 교수들의 "전례 없는" 시위 참여를 높이 평가하고 이들이 처벌에 직면한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성명에서 "자유와 안보가 서로 대척점에 놓여선 안 된다"며 "그 결과 안보 유지를 구실로 자유를 짓밟거나 자유의 이름으로 안보가 무시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하타미 전 대통령은 시위대를 폭력 진압하고 있는 에브라힘 라이시 현 정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관료들이 이 시위를 제대로 인식하고 부당하게 대우하는 대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너무 늦기 전에 이들의 도움을 받아 통치의 잘못된 부분을 깨닫고 좋은 통치로 나아가기를 권한다"고 했다. 1997~2005년 대통령으로 재임한 하타미 전 대통령은 언론 자유 및 여성 권리 증진을 지지해 개혁주의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란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끌려간 뒤 숨진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을 계기로 지난 9월부터 진상 규명 및 여성 인권 증진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퇴진과 이슬람공화국 종식까지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시위를 외세의 책동으로 보고 강경 대응 중이며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시위가 시작된 9월1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시위 사망자가 어린이 64명을 포함해 473명에 달하고 1만8227명이 체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위 참여자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지고 있다는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시위대는 5~7일 3일 간 전국적 파업으로 시위에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5~6일 50곳이 넘는 지역에서 많은 기업, 상점, 시장이 문을 닫으며 파업에 동참했다. 매체는 소셜미디어(SNS)를 참조하면 수도 테헤란 및 이스파한 등 많은 도시에서 의료기관부터 정육점, 슈퍼마켓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문을 닫고 직원들을 출근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테헤란, 쉬라즈, 타브리즈 등에서 상점들이 문을 닫아 걸어 텅 빈 상점가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공유됐다. 자신의 이름을 살라르(40)로 밝힌 이스파한의 한 식당 주인은 3일 간 업장을 닫으면 상당한 재정적 손실이 있지만 파업이 "시위에 나가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연대를 표시할 기회를 줬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그는 생계가 다급한 직원들까지도 파업을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테헤란에서 파업에 가담한 택시 운전사 아흐마드(60)는 "젊은이들이 혁명을 위해 피와 목숨을 바치고 있다. 나는 최소한의 것을 하고 있다"고 매체에 말했다. 당국은 파업에 동참한 업체를 폐쇄하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보안군이 5일 파업 동참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란의 전설적 축구 선수 알리 다에이가 소유한 식당과 귀금속 상점을 봉쇄했다고 관영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파업에 동참할 경우 면허가 취소되고 재산이 몰수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파업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고 산업체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 동참이 이뤄지지 않은 터라 이번 파업의 경제적 영향을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불복종이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을 정부에 보였다고 짚었다. 시위대는 5~7일 파업에 이어 학생의 날을 맞아 테헤란에서 라이시 대통령의 연설이 예정돼 있는 7일 대규모 집회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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