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백지 시위' 뒤 엄격한 방역 조치를 빠르게 해제하고 있는 가운데 급격히 전환된 메시지에 진료소 방문이 폭증하고 황도 통조림 사재기가 횡행하는 등 주민들은 혼란을 감추지 못했다. 방역 완화 이후 코로나19 감염자가 급감하며 당국의 공식 통계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은 12일(현지시각)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고위험 지역 방문 여부를 식별하고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사용했던 '전자 방역 통행증' 애플리케이션을 13일부터 비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달 말 '제로 코로나' 폐지를 요구하며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곳곳에서 시위가 열린 뒤 지난주 상시 PCR 전수 검사 폐지, 경증 감염자 자가 격리 허용 조치를 발표하는 등 빠르게 방역 완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은 시위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국의 빠른 방역 완화 속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병원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로이터>는 12일 베이징 차오양에 위치한 한 발열 진료소에 80명 가량이 줄을 서 있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시 당국은 11일 발열 진료소 방문자 수가 한 주 전 일일 평균에 비해 16배나 증가한 2만200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주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최대 6시간 가량 줄을 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셜미디어(SNS)에 일부 병원은 경증 환자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환자 수가 급증하며 의료 기관은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현지 언론을 인용해 진료소들이 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지방 당국이 주민들에게 증상이 심각하지 않을 경우 응급 서비스를 부르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중국 관영 언론이 전문가들을 인용해 의료시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가벼운 증상은 집에서 치료하거나 진료를 연기할 것을 권고하고 중증 환자를 위해 의료 자원을 남겨둘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중국이 확보한 중환자 병상 수는 13만8000개에 불과해 인구 1만 명 당 1명 미만인 데다 의료 자원이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워싱턴포스트>는 12일 병원에 환자가 폭증하며 의료진 감염도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신의 성을 얀이라고 밝힌 베이징의 한 의사는 매체에 "병원들이 전례 없는 발병에 압도당하고 있다. 발열 진료소를 찾는 환자가 지난 주보다 몇 배는 늘었고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지속될 것 같다"며 지난주 자신의 병원 직원 중 절반 이상이 확진됐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방역 완화 뒤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자가 치료에 대한 부담감 탓에 마스크·감기약·자가검사키트 등 의료 용품을 대거 사들인 데 이어 황도 통조림까지 사재기 중이다. 13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평소 그다지 인기가 없었던 황도 통조림이 최근 며칠 간 중국 전역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설탕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보존성이 높은 이 통조림이 코로나19 감염 대비책으로 불티나게 팔리며 일부 온라인 상점에서 품절됐다고 전했다. 광저우 주민인 한 여성은 매체에 황도 통조림이 "감기와 발열이 효과적이라는 글을 읽은 적 있다. 가족이 코로나에 감염됐을 경우를 대비해 몇 캔을 샀다"고 말했다. 매체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제조사가 해당 통조림은 약이 아니라는 공지를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이 현상에 주목하며 한 때 황도 통조림이 중국 동북부와 북부 지역에선 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먹는 '특별식'이었지만 '약'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주민들의 사재기 열풍 배경엔 다시 봉쇄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불안 또한 존재하고 있다고 짚었다. 광저우의 한 주민은 매체에 "감염자가 너무 많아서 무섭다. 왜 정부가 갑자기 (방역 정책을) 전환했는지 모르겠다"며 봉쇄에 대비해 감자 5kg을 비롯해 많은 고기와 채소를 사들여 비축했다고 말했다. 의료 자원 부족 호소에 더해 중국 각지의 사업체에서 직원 감염이 속출한다는 보고가 잇따르며 방역 완화 이후 코로나 감염이 늘고 있다는 정황이 있지만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상으로는 오히려 확진자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말 4만 명을 넘어섰고 대대적 방역 완화 조치가 발표됐던 지난 7일 기준 2만 명이 넘었던 일일 확진자 수는 12일 7679명으로 줄었다. 방역 완화 조치 뒤 일주일도 안 돼 일일 확진자 수가 거의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방역 완화로 검사 자체가 줄었고 주민들이 자가 검사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확진자 일부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외신은 오히려 지난달 말 '백지 시위' 뒤 방역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 이후 감염자가 훨씬 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시아에 중점을 둔 거시경제 자문업체 위그램캐피털자문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8일 기준 중국의 일일 확진자 수가 8만6141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8일 기준 1만6797명이었던 중국 정부 공식 발표 수치와 괴리가 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 상황은 코로나 발병 초기 공식 정보가 부족했던 우한에서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로드니 존스 위그램캐피털자문 대표는 "우리가 실제 사례 데이터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확진자 수의) 급격한 감소가 검사 수가 줄어든 것을 반영하는 것인지 혹은 사례 데이터에 정치적 관리가 작동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매체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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