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싱하이밍 대사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성과와 전망' 포럼에 참석하여 '시진핑 주석이 답방할 순서'라는 의견에 대해 '순서는 무슨 순서가 있느냐'라고 하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의 반응은 외교관으로서 상식 밖의, 무례한 것이었고, 중국 이 '거만한' 나라임을 또 한 번 보여주었다. 현대 국제관계에서는 국가 정상들이 직접 외교무대에 나서는 일이 빈번해졌고 상호방문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정상 간 직접 접촉은 방문과 답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로 정착되었다. 최근 한-중 관계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과 2019년(한일중 정상회의)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하였는데 시 주석의 방한은 코로나 19 상황 등을 이유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시 주석이 방한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외교 상식적으로 이제 중국 정상이 한국을 방문할 차례이다. 그런데 싱하이밍 대사가 '순서는 무슨 순서냐'라고 한 것은 코로나 19 상황 때문에 시 주석의 방한이 미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는 '필요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방중하면 되는데 왜 굳이 관례를 따지느냐'는 속내이다. 적어도 외교관이라면, 특히 공관장이라면 이런 식으로 말해선 곤란하다. 설사 강대국의 대사라 할지라도 그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외교적으로 답변한다면 여러 가지 고려할 사정이나 요인이 있는데 어쨌든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면 된다. 그렇게 말하더라도 중국의 속내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외교관으로서 신중하지 못하여 그렇게 말했거나 한국을 얕잡아보고 한국 정부가 시진핑 주석이 방한하기를 희망한다면 한중관계에서 잘하라는 말을 하려고 그렇게 말했다고 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싱하이밍 대사가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그간 수차례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방한이 성사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 코로나 19 사정은 이제 설득력이 없다. 시진핑은 올해 9월에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였고 11월에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다녀왔으며 이번 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였다. 또한, 이번 포럼에서 싱 대사는 최근 양국 국민의 상호 호감도가 떨어지는 점이 우려된다며 생뚱맞게 한국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2021년 6월 국민일보가 의뢰한 글로벌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들 51.7%가 중국을 가장 싫어하는 나라로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18~24세)의 경우는 60.3%에 이른다. 한국인들이 중국을 싫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국제 정치적 판단 말고도 역사, 문화, 예술 심지어 게임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그러한 비호감은 중국에 대한 직접 경험의 결과라고 한다. 이러한 결과가 한국 언론의 보도 탓이라고 생각한다면 싱 대사는 공관장으로서 오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주류 매체들은 중국 관련 보도를 하면서 매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오히려 '자기검열'을 하는 경우가 관찰된다. 한 마디로 한국 언론은 중국에 대해 결코 적대적이지 않다. 싱 대사의 모든 언행이 본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싱 대사는 공공외교 차원에서 중국 정부에 자산이 아니라 부채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또 하나 문제를 제기한다면 우리 언론이 그러한 싱 대사에게 자주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언론은 자존심도 없나?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