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4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어느 정도 시장 기능에 의한 자율적 수급 조절이 이루어지고 가격의 안정과 농민들의 생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주기 위해서 정부가 일정 부분 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무제한 수매라고 하는 양곡관리법은 결국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여야가 쌀 수급 안정화에 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이 개정안을 처리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5% 이상 떨어지거나 초과산량이 3%를 넘을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사들여 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수차례 강한 의지를 보인 법안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전체회의를 통해 법제사법위원회에 60일 이상 계류돼 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곧바로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직회부 이후 여야가 합의하지 못할 경우, 30일이 지난 뒤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 개정안이 상정된다. 반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쌀 강제 매입 시 매년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고 과잉 생산을 부추겨 되려 쌀값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재정 낭비가 심각하고,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민주당이 개정안 처리를 사실상 단독으로 강행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설 경우 여야 대치가 한층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전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개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대통령께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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