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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바라본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책임 소재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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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야가 바라본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책임 소재는 달랐다 [종합] 여야, 이임재-김광호 '기동대 요청' 책임 공방

"단 한 명을 뽑으라면 당시 용산서장을 맡았던 이임재 증인"

"윤석열 정권이 사실상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

여야가 바라본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의 책임 소재는 달랐다. 여당은 특수본 수사를 통해 구속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향해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반면 야당은 지난 연말 경찰 인사에서 유임된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촉구했다.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4일 국회에서 윤희근 경찰청장, 김 청장, 이 전 서장 등 경찰 지휘 계통을 대상으로 1차 청문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어떻게 경찰서장까지 올라왔나", 민주당 "사실상 윤석열 정권의 호위무사"

국민의힘은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의 관할서 수장이었던 이 전 서장을 정조준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여러분들의 잘못이 있었지만 저는 이 중에 단 한 명을 뽑으라면 당시 용산서장을 맡고 있던 이임재 증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임재 증인은 무책임한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 그리고 그날의 행태를 보면 어떻게 이런 사람이 경찰서장까지 올라왔나, 정말 의심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 인지 시각에 대해 "연락을 받은 게 아니고 직접 들은 것이 23시경"이라며 "직원들 간 교신하는 무전을 듣고 알았다"고 말했다. 참사 발생 시각은 지난해 10월29일 오후 10시15분경이다. 이 전 서장은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전 의원의 질의에 "일단 지원 요청한 지점에 형사나 교통 등 현장에 가는 가용 경력을 일단 다 보내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에 전 의원은 "지시를 했는데 참사를 인지 못했다고 하니 참 어이가 없다"며 "참사 당시 가장 중요한 것은 경비경찰력을 서울경찰청에 요청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이 전 서장은 "그 때 당시에는 어떤 위급한 상황 자체를 인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답했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도 "증인이 계속해서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을 11시쯤이라고 증언하고 있는데, 이것 자체가 위증"이라면서 "10시 32분쯤 용산서 112상황실장과 통화를 했고, 가용 경력을 전부 보내라는 무전 지시를 했다, 이것은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상급기관장인 김광호 서울청장을 집중 추궁했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증인은 사전 예방과 초동 대응에 실패한 책임이 있는 참사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데 서울청장으로 자리를 유지하면서 증거 인멸과 진실 은폐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증인이 사실상 윤석열 정권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면서 이번 참사의 책임 회피뿐 만 아니라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김 청장이 지난해 11월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 당시 인파 관리를 목적으로 형사를 투입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책임이 추궁이 되니까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증언한 것). 사실은 시위 진압과 마약 단속에 우선시(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청장은 "인파 관리를 했다고 했지 인파 관리를 위해서 배치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우상호 위원장은 "인파 관리를 했다고 했지 인파 관리를 위해 배치했다고 안 했다? 이것은 약간 이상한 답변"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이번 참사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목소리"라면서 경찰 내부망 게시글들을 소개했다. 윤 의원은 "하급 직원들은 '실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꼬리 자르기 한다' '서울청 경비 뭐 하냐' ‘서울청은 뭐하셨어요’라는 얘기를 한다"고 언급하며 서울청의 책임을 물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연합뉴스

이임재 "기동대 요청 흔적 많다. 답답"…김광호 "보고되고 승인된 적 없어"

여야로부터 각각 참사 책임자로 지목된 이 전 서장과 김 청장은 참사 당일 기동대 요청 여부를 둘러싸고 서로 진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 전 서장은 지원을 요청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 청장은 지원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이 전 서장은 지원 요청 사실을 묻는 조수진 의원의 질의에 "저는 지금도 제가 지원 요청했다는 지시 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는 입장"이라며 "제가 기동대 요청 지시를 했던 흔적들은 많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간담회 결과 보고서랄지 또 핼러윈축제 사고 경과보고서가 중간에 변경돼서 보고됐던 그런 내용들, 용산서 관계자라고 해서 언론에서 이미 인터뷰를 많이 해서 기동대 요청을 했다는 그런 내용들, 흔적들이 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다 요청한 적도 없다, 지시받은 적 없다. 어느 완전 한 순간에 사라진 게 저도 이해가 안 되고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조은희 의원은 김 청장에게 "용산경찰서로부터 경비기동대 요청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김 청장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희 서울청에서는 교통기동대 1개 대대 요청 외에는 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두 사람에게서 정반대의 답변이 이어지자,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대질 형식으로 두 사람에게 번갈아 질의를 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이 전 서장에게 "이태원 참사 전에 기동대 요청한 적이 있는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 전 서장은 "요청하라고 지시한 적 있다"고 했다. 곧이어 윤 의원은 김 청장을 향해 ‘보고계통을 거쳐 김광호에게 승인됐다'고 적시된 특수본 압수수색 영장을 언급하면서 "기억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청장은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아니다", "보고되고 승인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윤 의원은 "그러면 두 분 중에 누군가 한 분은 증언을 허위로 하고 있거나 또는 은폐하고 있다"고 했고, 이 전 서장과 김 청장 모두 "네", "저는 일관되게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참사 직전 '경찰기동대를 지원을 받아서 총 200명 이상을 이태원 현장에 배치한다'는 보도자료를 쓴 것으로 알려진 정현욱 용산경찰서 112 운영 지원팀장은 "경찰 기동대 파견을 요청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 전 서장은 "부하 직원하고 이런다는 게 참 죄송스러운데, 분명히 지시한 적이 있다"며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 수뇌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타 기관의 지원 부족으로 인해 구조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 오영환 위원은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용산소방서 유해진 구급대원에게 "상급기관 등에서 꼭 필요한 시간에 다른 기관들의 지원이나 대응들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다고 느꼈는가"라고 물었고, 유 대원은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유 대원은 이어 "너무나 외로웠다"며 "소방관들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없었고, 구조한 사람들을 놓을 장소조차도 마련되지 않을 정도로 인파들이 통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정조사 기간 연장은 안갯속

국정조사 특위는 이날 오전 청문회에 불출석한 송 전 실장과 박성민 서울경찰청 전 정보부장,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정대경 서울청 112 상황3팀장, 이용욱 전 경찰청 상황 1담당관 등 5명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이 가운데 김 전 정보과장, 박 전 정보부장, 정 팀장은 오후에 출석했으나, 송 전 실장은 이마저도 거부하면서 특위가 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담당관은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정조사 기간 연장 및 3차 청문회 개최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7일이면 국조특위가 종료된다. 6일 청문회를 빼면 내일이 마지노선"이라며 여당에 기간 연장 합의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3차 청문회를 개최하기 위해선 최소 열흘의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 저녁까지 (국정조사 연장 수용을) 기다려보겠다"면서도 "유가족이 같이 대면하는 청문회를 정부 여당이 반대해 기간 연장이나 3차 청문회가 무산될 상황이면 우리로서도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야당 단독 기간 연장과 청문회 추진 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도 지금은 안 하고 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보이고 있다"고 거듭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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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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