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2일 노동조합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며 회계의 투명성, 폭력 등을 노조의 문제로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를 '최우선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뒤, 정부가 노동조합에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 회의'를 열고 "노조의 높아진 위상과 책임에 맞지 않게 불투명한 재정 운영, 폭력을 통한 노조 활동 방해 등이 남아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노동조합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으며, 국민은 노조가 사회적 위상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관행은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합리적 노사관계로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므로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장관은 '노사 법치주의'도 강조했다. 그는 "노사 법치주의는 노동개혁의 기본으로 불합리한 노사관행의 개선 없이는 노동규범의 현대화, 이중구조 개선은 성공할 수 없다"며 "정부는 논의 결과를 토대로 법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화물연대 파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자, 정부는 노동 적대 정책을 정국 운영의 큰 축으로 삼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을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추진의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최우선 개혁 분야로도 '노동'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제1차 국민경제 자문회의에서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노동의 유연성과 노동 개혁을 하면서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도 이같은 국정 운영 방침에 발맞추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 및 소속 임원의 조사방해행위' 건을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지난해 파업을 진행하며 소속 화물차 기사들에게 동참을 강요하거나 동참하지 않는 기사들의 운송을 방해했는지 조사 중이다. 앞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업무보고에서도 "올해 3분기까지 노조의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이날도 이 장관은 "회계감사의 독립성·전문성 확보, 조합원의 열람권 보장·확대 등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조합원과 전체 근로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결국 조직력 약화로 당당하게 사용자와 교섭하고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어렵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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