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서울시가 면담 방식을 두고 충돌했다. 전장연은 앞서 지난 4일부터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 추진을 조건으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유보해왔다. 이후 면담 성사를 위한 전장연과 서울시 간 협의가 이어졌지만, 시위 유보가 종료되는 19일을 하루 앞두고 협의는 결렬 상태에 놓였다. 전장연은 18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시장에게) 다시 한번 단독 면담을 요청한다"라며 이 같은 상황을 밝혔다. 전장연에 따르면 서울시와 전장연은 총 5차례에 걸쳐 면담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면담 방식에 있어 이날까지 마땅한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구체적인 협의내용을 살펴보면, 전장연이 공개 단독면담을 요구한 반면 서울시는 비공개 합동면담을 요구했다. 이에 전장연이 비공개 방식을 받아들였지만, 서울시는 '전장연 이외 타 장애인단체들도 면담에 배석해야 한다'며 합동면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전장연이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논의를 위해 기획재정부를 배석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다시 제안했지만 시는 거절했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면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인 탈시설화에 대해서는 장애인단체 간 찬반양론이 있는 만큼 다양한 단체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라며 합동면담 방식 고수의 이유를 밝혔다. 시는 그러면서 이날의 요청이 "마지막"이라고도 밝혔다. 전장연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오 시장은 탈시설 의제를 들며 여러 단체들과의 합동면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장연은) 법원의 조장안 수용 등을 의제로 두고 있다"라며 "면담은 단독 면담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장연은 지난 4일 서울교통공사 측에 오 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에 대한 사과 표명 △서울지하철 전 역사 엘레베이터 설치 약속 미이행에 대한 사과 표명 △법원의 조정안 수용 등을 면담 의제로 제안했다. 이후 오 시장은 소셜미디어 게시 글을 통해 "못 만날 이유가 없다"라며 면담 제안을 받아들였다.
전장연은 오 시장이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에 대한 비난하는 장애인 단체들"의 의견만을 듣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위 유보 마지막 날인 19일까지 오 시장이 합동면담만을 고집하는 이유도 '전장연 측 목소리를 패싱하기 위해서' 아닌가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오 시장은 지난 9일 장애인 단체장 9명이 참석한 정책간담회에서 "전장연을 만나기는 하겠으나 전체 장애계의 입장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만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당일 자리에 참석한 황재연 서울지체장애인협회장 등은 전장연 시위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전장연은 해당 사실을 가리켜 "오세훈 서울시장께서는 그 자리에서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을 비난하는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장연은 "탈시설의 경우 장애인단체 간 이견이 있어 한쪽 의견만 들을 수는 없다"라는 서울시 입장에 대해서도 반박을 내놨다. 양측 의견을 모두 청취하겠다는 시의 입장과 달리, 오 시장이 "탈시설을 반대하는 장애인거주시설협회 등 대표단과는 단독으로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시장은 지난해 6월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가 서울특별시의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자, 이에 반대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와 당월 27일 1시간가량의 단독 면담을 진행했다. 전장연은 당시 면담을 두고 오 시장이 "(탈시설 반대 단체의) 입장은 충분히 경청했다"라며 "반면에 탈시설을 주장하는 측의 입장은 어떤 경로로 경청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꼬집었다. 당시 면담에서 오 시장은 "시설은 시설대로 기능 보강을 하고, 부모들이 원하는 신규입소, 설치도 가능하도록 하겠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전장연은 "탈시설은 전장연이 주장한 장애인정책이 아니라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하여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에 2014년에 1차, 2022년에 2·3차 권고한 내용"이라며 "탈시설 의제를 두고 장애인단체 간의 찬반양론을 핑계로 합동면담을 제안한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이날 전장연은 면담이 열릴 19일 오후 4시까지 서울시 측의 입장변화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17일 제시한 합동면담 제안이 '마지막 요청'이라고 못 박은 상태다.
전장연이 이날 "서울시장과의 면담 결과에 따라 오는 20일 우리는 또다시 선전전을 진행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면서, 서울시가 단독 면담 제안을 거부할 경우 오는 20일부터 지하철 탑승 시위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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