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설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연일 난방비와 전기료 인상 등으로 우울한 소식들이 가득하네요. 새해에는 모두의 살림살이가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려보고 싶은 법안은 바로 '국회법'입니다. 많고 많은 법 중에 왜 국회법이냐고요? 국회법은 국회의 구성, 운영, 입법절차와 관련된 기본법 중 기본법입니다.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그리고 국회의 입법조사관들은 모두 국회법 책자를 끼고 삽니다. 국회의 운영 절차를 모르면 입법전략을 짤 수가 없습니다. 어떤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 필요한 정족수, 개의절차, 위원장과 간사 등 구성원의 역할 등에 대해 세분화된 고민이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각 당이 내세우는 소위 '당론법안'의 경우는 그 중요성이 더합니다. 지난 2019~2020년 여·야간 큰 진통을 겪었던 검찰청법 개정안(검·경수사권조정)의 경우에도 소위 '패스트트랙(안건신속처리절차, 국회법 제85조의2)'이라는 국회법 절차가 동원되었고, 이 과정에서 양당은 많은 전략을 동원했습니다. 소위 몸싸움을 동원한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남기긴 했지만요. 이러한 국회 운영의 룰을 정하는 기본법인 국회법은 각 당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의원들 자신을 구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개정이 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국회 운영위원회의 처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국회 운영위원회는 다수의 법안을 처리하는 상임위원회가 아닙니다. 또한 운영위원회 제1의 목적이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업무보고, 국정감사에서의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나온 국회법 개정안(윤관석 의원안, 의안번호 2119332)은 상당한 의미가 있기에 이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이 안은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의 심사자료를 외부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지 국회의 내·외부를 모두 경험해 본 사람들은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국회 관계자들의 권한을 국민께 돌려주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의원들은 법안 발의의 내용과 질, 또한 양으로 그 실력을 평가받게 됩니다. 선수(選數)가 높아질수록 이 중요성을 간과하는 풍조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어쨌건 국회의원은 국민들을 위한 좋은 입법을 발의하기 위해 존재하는 헌법기관입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경쟁적으로 많은 법안을 발의합니다. 그 법안의 내용도 형형색색 다양하지요. 그 법안이 의원 개개인의 색채가 되기도 하고, 의원의 장래를 결정하는 키포인트가 되기도 하지요. 의원들이 낸 법안은 어떠한 연원을 갖는 것일까요? 그 경로도 다양합니다. 최근 전세 사기와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의원의 지역구 민원을 처리하기 위한 것도 있겠으며,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 의견을 입법에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법안의 당부(當否)는 누가 검토를 하게 되는 것일까요? 바로 국회사무처 소속의 입법조사관들이 1차적으로 법안의 내용을 검토하게 됩니다. 법안을 집행하는 것은 행정부입니다. 법안의 주무부처는 그 법안 발의의 수용여부를 검토하게 됩니다. 또한, 정당의 관계자인 당의 정책연구위원들도 정당의 당론에 걸맞는 지를 검토하기도 하고, 이익단체·시민사회단체에서도 법안의 당부를 검토합니다. 개별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법안의 발의는 의원이 하지만,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그 법안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법안의 내용을 검토하고 의견을 전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법안의 내용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내용을 검토한 보고서를 누군가 작성해야 합니다. 이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바로 입법조사관입니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심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일종의 '사관(史官)'인 셈이지요. 모든 법안은 국회의원의 법안심사를 위해 '입법조사관'의 검토를 거치게 됩니다. 이 검토보고서를 가지고 외부인들은 법안의 내용을 파악합니다. 어떠한 연혁·배경에서 비롯한 것인지, 통과 가능성은 있는지를 사전에 조사해 주는 것이죠. 검토보고서를 차분히 공부하면 법안을 둘러싼 상당한 배경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됩니다. 검토보고서와 함께 소위원회의 회의록에 나와 있는 의원들의 발언내용을 살펴보면 그 법안을 둘러싼 의원들의 생각·태도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국회의 법안 심사과정에서 국회의원·보좌관·당직자들에게 주어진 특권이지요. 바로 '심사자료'를 볼 수 있는 권한입니다. 법안의 심사과정에서 검토보고서를 활용할 것 같지만, 실제로 검토보고서 내용은 심사에 바로 활용되지는 않습니다. 검토보고서는 개별 법안에 대한 하나하나의 설명을 담고 있지만 그 내용이 다른 유사한 개정안들과 합쳐 묶여있지는 않습니다. 또한, 개별 검토보고서의 내용이 모두 심사자료에 반영되는 것도 아닙니다. 심사자료는 심사의 편의성을 위해 개정안의 주요 내용, 법조문의 형태, 개정안을 둘러싼 찬반론, 개정안의 당부 등을 정리해 놓은 요약 자료입니다. 법안의 소위심사기일이 잡히면 입법조사관들이 기존에 작성한 검토보고서를 가지고 이 심사자료를 부랴부랴 만들지요. 여러모로 힘든 일이기에 입법조사관 분들에게 이 지면에서라도 존경을 표합니다. 바로 이 심사자료가 국회의원들이 실제 법안을 심사하는 데 활용하는 자료가 됩니다. 검토보고서보다는 심사자료가 훨씬 보기가 편하지요. 심사자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심사자료에 의원들이 원치 않는 내용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입법조사관들에게 컴플레인(complain)을 하기도 합니다. 요새는 보좌관들이 입법조사관들을 사전에 찾아가 법안 분석 내용을 잘 적어달라고 부탁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로 이 중요한 '심사자료'가 현행법상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막상 국회의원들은 검토보고서보다는 '심사자료'를 보면서 법안심사에 참여하는 데 말입니다. 소위원회의 속기록은 통상 시차를 두고 며칠 내로 공개되는데, 속기록만을 보고서는 의원들이 무엇을 보고 심사에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소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소위원회의 심사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순이기도 하고요. 마치 수학 문제를 푸는데, 정작 문제지는 잘라내고, 답안지만 보고 있는 꼴인 셈입니다. 물론, 심사자료를 공개하는 데에 대한 우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심사자료에는 검토보고서와 달리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통계나 정부기관 자료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공개하면 또 새로운 비공개 참고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요. 일리있는 지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충실한 법안심사를 유도하고, 절자척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심사자료 공개는 지금까지의 비공개 관행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공개하기 어려운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정해진 정보비공개 사유를 들어 제외하고 공개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고요. 요컨대, 윤관석 의원의 이번 법안은 바로 이 심사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자는 내용을 다룬 것입니다. 국민들이 법안을 국회의원·보좌관·입법조사관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도입니다. 이해관계자들도 이러한 심사자료를 볼 수 있다면, 문제지와 답안지 모두 갖춘 제대로 된 문제집을 받게 되는 셈이지요. 국민들에게 국회가 보다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좋은 취지의 법안이라고 생각됩니다. 국회의 권한 내려놓기는 이런 작은 법안 하나서부터 시작될 수 있겠습니다.
<참고> 국회가 법안을 처리하는 데 관심을 가지시려면 국회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을 활용하면 됩니다. 여기서는 모든 상임위·본회의의 법안 심의·처리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국회의원이 낸 모든 입법안은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의안정보시스템에서는 법안이 언제 발의되었는지, 법안이 언제 상임위·본회의에 회부 또는 상정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검토보고서도 바로 의안정보시스템에는 공개되어 있습니다. 다만, '심사자료'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행법상 공개되지 않고 있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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