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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와 관계 단절? 북중러 연대 견제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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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와 관계 단절? 북중러 연대 견제하기 어려워진다 [기고] 우크라이나와 대만해협 위기 속 한반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국제질서 재편의 기폭제가 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만 1년을 넘기면서 앞으로 전개될 국제질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에 동시에 대응하며 두 개의 전선이 형성될 듯 보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과 나토가 미국의 대(對) 유라시아 전략에 참여하여 러시아를 견제하게 됨으로써 미국은 자국의 역량을 대중봉쇄전략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과 러시아의 협력을 단절시키고 대서양동맹 및 민주주의 국가의 연대를 강화했으며 나토가 유로·태평양 안보 개념을 채택하여 전략 범위를 태평양까지 확대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유럽이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전쟁이 민주주의 국가 결집의 구심점으로 작용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진영 경쟁으로 확대되었다. 중국의 도전에 맞서 공동전선을 펴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에 미온적이던 유럽은 전쟁을 기점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나토의 역할과 유럽 안보에 대해 논의하면서 경제·에너지·군사안보 차원에서 미국과 협력이 급진전했다. 이러한 국제질서의 변화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 격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중러 중심의 권위주의 국가 결집 등의 변화를 추동했고, 진영 경쟁으로 확장된 미중 경쟁은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편에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에 신냉전적 안보 구도를 강화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패권국으로서 다른 대륙에서의 지역 패권국 출현을 극도로 경계해왔던 미국의 대 유라시아 전략은, 대륙의 서쪽에서는 러시아의 세력확장을 억제하고, 동쪽에서는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이러한 대 유라시아전략은 유라시아 대륙의 두 강대국 중국과 러시아가 강하게 결집하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질서가 다극체제로 이행하는 것을 주도하고 있다. 브레진스키가 예견한 중국·러시아·이란의 반(反)패권 동맹은 이란이 2022년 상하이 협력기구(SCO)에 가입을 신청하면서 현실화됐다. 2022년 6월 베이징에서 열린 확대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기존 회원국 이외에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13개 국가를 더 초대해 '개발도상국 연대'의 세(勢)를 과시했다. 북한은 동북아 안보 환경이 신냉전으로 이행하는 국제 정세의 혼란기를 자국의 영향력을 키울 기회로 삼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전쟁의 원인을 미국의 패권정책에 있다고 강하게 비난하며,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을 독립국으로 승인하고,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로동신문>에 대서특필하며 조중 친선을 강조하는 등 북중·북러 관계 강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는 UN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써 대북 추가 제재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수위가 높아지는 북한의 도발에 보호막을 제공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패권경쟁에서 중국의 부상을 억제할 전략으로 대서양동맹 복원 및 민주주의 연대 강화, 다자주의 협력체 구성, 대(對)대만 관계 재설정을 추진하며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미국은 동맹 강화 기조를 바탕으로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칩4동맹(CHIP4), 블루 퍼시픽 파트너스(PBP),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십(GIP) 등 다양한 다자협력체를 구성하여 가치, 기술, 경제, 안보 등 전방위적인 중국 봉쇄를 본격화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명확성과 중국의 대만통일 의지가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중의 안보적 대립은 북·중·러 대 한·미·일의 냉전적 구도를 강화하여 한반도 안보의 구조적 제약이 커지고 있다. 전략적 명확성을 선택한 미국은 대만에 전례없는 대규모 무기 판매를 거듭 승인하며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고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의 참전을 분명히 했다. 대만은 미국의 무기 지원 및 자체 무기 개발로 자위력을 향상시키며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22년 10월 총서기직 3연임을 확정하면서 대만통일이 역사적 과업이며 무력통일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2022년 8월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은 대만해협을 봉쇄하고 '대만 무력통일 리허설'이라 불릴만한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오는 4월 예정된 차이잉원 총통의 미국 방문이 또 한 번 양안 관계를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사활 이익이듯 대만은 중국의 핵심이익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對)대만 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대만해협의 긴장은 완화와 고조를 반복하면서 차츰 심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고 미·중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해협의 위기, 한반도의 냉전적 구도 형성은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프레임 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대만해협에서 미중의 군사적 충돌은 주한 미군의 참전, 1961년 북한과 중국 사이에 맺어진 ‘조중 우호 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에 따른 북한의 참전, 한미일 안보 공조에 따른 한국의 연루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한국의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듯이 대만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 벌어질 수 있으며 남북한이 연루되거나 한반도까지 확전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국도 국제질서의 재편과 신냉전이라는 비우호적인 전략 환경을 헤쳐 나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한국은 가치외교와 국익우선 실용외교의 양립을 추구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와 연대하고 가치외교를 추구한다는 것은 체제와 이념을 공유한다는 의미를 넘어 경제 발전과 안보적 이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경제, 외교,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5년 만에 한미안보훈련을 재개하여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한국형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여 외교의 지경을 확대했으며, IPEF와 칩4 동맹에 참여하여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은 영국, 호주, 일본과 달리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중국·러시아와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미·중·일·러의 힘의 균형점 역할을 하는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지정학적 상황에 놓여있다. 미러의 힘이 우크라이나에서 충돌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나토에 가입하려 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의지는 존중돼야 하지만 유럽의 안보협력체에 편입될 청사진만을 강조한 우크라이나의 외교전략은 전쟁으로 귀결되었다. 따라서 한국은 외교적으로 가치외교에, 안보적으로 한미동맹에 무게 중심을 두되 중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하는 것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둘째, 한반도 안보 위기에 남북한이 공동 대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과 북은 휴전 상태이고,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북·중·러 연대와 일본의 재무장, 대만해협에서 미중 대결이 동북아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 안보에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북·중·러 대 한·미·일의 대결로 빚어지는 남북한 갈등의 극대화이다. 한국전쟁은 냉전 시대 민주진영과 공산진영의 대리전이며, 북·중·러 관계 심화와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미중패권경쟁과 신냉전이라는 구조화된 안보적 제약에서 한반도가 희생되지 않도록 남북한이 전쟁 예방적 컨센서스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어려운 안보적 상황에서도 중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단절은 북·중·러 연대를 견제할 방안을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중국·러시아와 위기를 관리하면서 경제적, 외교적 관계를 이어가고 상호 발전의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한국은 안보를 위해 첨단기술 분야에서 확고한 기술경쟁력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미중 패권경쟁의 핵심은 기술경쟁이다.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안보의 개념이 군사적 범위를 넘어 에너지, 식량, 기술, 경제 등 포괄적 영역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표준을 선도하고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생산의 핵심 공급망으로 자리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은 미국의 무기가 아니라 반도체 공장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도체는 대만의 생명줄이다. 대만 정부는 정부 주도로 1974년 대만공업기술연구원(ITRI)을 세워 1987년 TSMC가 성장할 수 있는 반도체 산업의 토대를 만들었고 북부, 서부, 남부에 첨단과학 기지 13곳을 반도체 벨트로 건설하고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대만은 전 세계 특히 미국의 반도체 공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미국이 대만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지경학적 가치를 높였다. 한국도 반도체·바이오·배터리 등 첨단기술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확고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IPEF와 CHIP4 동맹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되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여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적 협상으로 국익을 지켜나가야 한다. 미중의 지정학적 대결의 기저에는 자유주의와 권위주의라는 이념과 체제의 대결이 깔려있다. 냉전 시기에도 제3세계 국가들이 있었고, 신냉전의 기류 속에서도 인도와 같이 중립을 지키거나 터키·이스라엘과 같이 양쪽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국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전 세계가 정확히 양분되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다. 여기에서 말하는 중립도 정확히 양쪽 극단에서의 중간지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많은 국가는 자유주의와 권위주의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국익을 최대로 추구할 수 있는 좌표를 설정할 것이고 한 편으로 치우치긴 하되 양극단에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 한쪽 편에 속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또 한 나라의 좌표 설정도 이념, 경제, 안보적 측면에 따라 각기 다를 수 있으며 이 역시 가변적이다. 따라서, 양 진영의 경계가 명확했던 냉전시기와 달리 신냉전기는 그 경계가 흐릿하며 국익에 따라 좌표의 설정과 변경도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냉전시기와 같이 한 편에 가담한다고 해서 강대국에 안보적 책임을 완전히 전가할 수 없기에 외교적 좌표 설정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신냉전기에 강대국의 힘이 투사되는 중간국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한편을 동조하여 다른 한편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보다 스스로 강해지기(自立)를 선택하고 강대국과의 관계 설정에 더 섬세하고 명민한 외교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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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덕
최재덕교수는 성균관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박사학위(한중관계)를 받았고 모스크바국립대학 국제관계 박사후과정을 거쳤습니다. 이후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능분과위원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현대중국학회 대외협력위원장, 슬라브유라시아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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