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위반 적발의 두 가지 유형
최저임금 미만율은 통계청이나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일부 샘플을 토대로 전체 수치를 추정하는 방법으로 구하게 되므로 추정치라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위반 건수는 최저임금법이라는 실정법을 위반한 사례들로, 모두 고용노동부의 자료실과 서버에 기록되어 있는 실제 사건들이다. 이런 사건들이 적발되는 경우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고용노동부가 사업장들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하는 과정에 위반 사례를 찾아내는 경우이고, 나머지 하나는 노동자가 직접 고용노동부에 위반을 신고하여 적발되는 경우이다. 국회 환경노동위 윤건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고용노동부에 요구해 지난 5년간 근로감독 및 신고사건에 따른 최저임금 위반 사례 데이터를 제출받았는데, 특히 사업장 규모별로 위반 사례가 구분되어 있어 분석의 소재로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최저임금 미만 지급 사례에 집중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데이터 관련 오해를 피하기 위해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기로 한다. 우선 최저임금법 위반 사례 대부분은 6조와 11조 위반인데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최저임금 위반, 즉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6조를 위반한 경우이다. 윤건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데이터에는 최저임금법 6조와 11조 위반 사례 각각과 총 합계가 적시되어 있는데, <인사이드경제>는 최저임금법 위반 사례 중 6조 위반 건수만을 분석에 활용하였다.▴최저임금법 제6조 위반 : 최저임금 미지급, 종전 임금수준 저하, 도급인 연대책임 등▴최저임금법 제11조 위반 : 최저임금 주지의무 위반
근로감독 결과 : 5~50인 사업장에 집중된 위반 사례
자, 그럼 우선 두 가지 유형 중 근로감독을 통해 적발된 최저임금법 6조 위반 사례부터 분석을 해보도록 하자. 독자들이 보기 편하게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자료를 연도별, 사업장 규모별로 아래와 같이 그래프로 나타내 보았다.코로나 이유로 근로감독 방치
그 이유는 간단하다. 2020년 초에 대유행이 시작된 코로나19를 이유로 문재인 정부가 근로감독 규모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근로감독이 줄어드니 당연히 최저임금 위반 적발 사업장 수가 대폭 낮아진 것이다. 최저임금 위반이 줄어든 게 아니라 위반을 봐줬다는 것. 이 사실은 데이터가 잘 말해준다. 윤건영 의원실이 받은 자료에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5년간 최저임금 위반 관련 근로감독을 시행한 사업장 규모도 함께 적시되어 있는데, 2020~2021년의 경우 2019~2020년과 비교하면 근로감독 규모가 고작 20~40%에 불과했다.신고사건 결과 : 5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된 최저임금 위반
최저임금 위반 적발의 2번째 유형인 신고사건 처리 결과를 보면 근로감독 결과와 너무나도 다른 양상에 놀라게 된다. "아니, 도대체 이거 같은 기간에 나온 결과 맞아?"근로감독 안 하니 신고로 절규하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장을 최저임금 위반으로 신고한다? 이건 사장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저 신고사건들 대부분이 직장을 그만둔 뒤에 이뤄지는 경우일 것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사장을 신고했다면 곧바로 해고될 것이 너무 뻔하지 않은가. 정부의 근로감독이 5인 미만 사업장을 피해가다보니 최저임금 위반이 이 부문에 집중되었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근로감독이 해주지 못하는 역할을 노동자들이 직접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절규하듯 최저임금 위반을 신고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코로나19에도 줄어들지 않은 신고사건
근로감독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 부분만이 아니다. 팬데믹과 함께 위반 적발이 대폭 낮아진 근로감독과 달리, 신고사건의 경우 코로나19와 전혀 무관했다. 아니, 팬데믹 기간 동안 일자리와 고용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자들은 오히려 더 자주 최저임금 위반을 신고하고 호소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정부는 근로감독을 방기했지만, 이는 사업주에게만 편의를 제공했을 뿐이다. 그 기간 동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모든 부담을 몸으로 떠안았다는 점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데이터를 통해 분명히 입증되는 사실이라 할 것이다.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인사이드경제>가 얘기하고 있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적발된 최저임금 위반 건수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근로감독을 통해 적발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신고사건에서 적발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감독에서 적발된 위반 사건 중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0%대에서 반동강이 나며 지난해 11.3%로 줄어들었다. 신고사건을 통해 적발된 위반 사건 중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40%대에서 출발해 지난해에는 전체 위반의 절반이 넘는 54.7%까지 치솟았다.정부 직무유기와 사업주 엄살 원투펀치
과연 이 사실을 정부 당국이 모르고 있을까? 5인 미만 사업장과 나머지 사업장이 보이는 추세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은, 통계 문외한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다. 어느 쪽에 불법행위가 집중되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그건 직무유기를 넘어 무능력과 무책임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중대재해법마저 적용되지 않는다. 그나마 5인 미만에도 차별 없이 적용되는 게 최저임금법이었는데, 정부는 근로감독을 포기하고 불법을 방치해왔다. 경총은 엄살을 부리며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하라며 억지 논리를 펼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장시간노동에 대한 근로감독에서 또다시 작은 사업장에 면죄부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고용노동부가 얼마 전에 설치한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사용자들의 불법행위 신고가 차고 넘치지만, 대통령실은 매일 "노조가 불법"이란 얘기만 떠든다. 이럴 거면 왜 '노사 부조리 센터'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하지만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말하고 있다. 우리 삶은 하나도 나아진 게 없고, 사용자들의 불법 때문에 매일같이 상처받고 있다고. 하지만 체념하지 않고 불법을 신고하면서 내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이다. 마그마가 끓는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터질 때는 예고 없이 화산으로 폭발한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분노가 끓는 모습은 눈에 보이는데도 방치하고 있다. "그건 다 노조 탓"이라는 거짓 선동으로 분노의 폭발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걸 굳이 말로 해줘야 하는 현실이 더 서글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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