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조합의 위법 채용 문제를 근절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채용과 관련된 위법 행위 대부분은 노조가 아닌 사용자가 저지르고 있으며,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 10명 중 3명(27.8%)은 사용자로부터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하거나 아예 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단체의 지난 2020년 조사에 따르면 당해 9월 기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한 직장인들은 전체 응답자의 19.8%였다. 단체는 "근로계약서 작성·지급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정부가 과태료 부과 대신 시정 지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라며 "정부가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 그동안 불법이 더 늘어난 것"이라 평했다. 구체적인 조사 내용을 살펴보면, 근로계약서 미작성·미교부 사례는 일터의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38.8%), 비노조원(28.7%), 월 150만 원 미만 저임금 노동자(41.3%) 계층에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근기법의 사각지대로 꼽히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소속된 직장인들의 경우, 전체의 절반이 넘는 50.3%가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위반하고 있었다. 허위·과장 광고를 통한 '채용사기' 문제도 대표적인 사용자 채용갑질 사례로 제시됐다. 입사할 때 채용공고나 입사 제안 조건이 실제 근로조건과 동일했는지 묻자, '동일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22.4%로 나왔다. 직장인 10명 중 2명 이상이 채용사기 또는 과장광고를 경험한 셈이다. 채용사기를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 또한 노동약자인 비정규직(25.3%), 비노조원(23.3%), 생산직(28.6%),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29.8%) 계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입사 면접 과정에서의 갑질·차별 문제 또한 여전히 높은 비율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쾌하거나 차별적인 질문을 듣는 등 입사 면접에서 부적절한 경험을 했는지 묻자 '경험했다'는 응답이 17.5%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면접 갑질의 경우 응답자 특성상 여성(22.8%)이 남성(13.5%)보다 높은 비율을 보이면서 대표적인 성 불평등 지표인 고용성차별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직장갑질119의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여성 면접자들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냐고 물어봤다", "여자팔자 뒤웅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빨리 결혼하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등 면접관으로부터 사상검증이나 성차별적 훈계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단체는 이 밖에도 직접적인 "채용비리와 관련된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라며 일부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단체에 제보된 사례를 보면 △어린이집 원장이 딸을 채용하기 위해 교사를 권고사직으로 해고시킨 경우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자녀는 물론 손자까지 금고에 계약직으로 입사시킨 경우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채용비리를 피하기 위해 다른 새마을금고에 자녀를 입사시키는 ‘채용비리 교환’을 진행한 경우 등이 확인됐다. 단체는 "정부는 노조의 채용 강요는 마약사범처럼 처벌하면서, 채용비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용자의 불법은 모르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직장갑질119의 김기홍 노무사는 특히 "노동조합이 없고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사용자의 갑질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라며 "정부는 더이상 방관하지 말고 법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위법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법과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채용갑질 문제를 근절하기 위하여 적극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현행 채용절차법상 작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채용갑질을 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사각에 존재한다. 단체는 "채용절차법을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고, 허위·과장광고를 엄벌하면 채용갑질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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