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및 과거 소련 관할이었던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이 어떤 경우에도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을 반대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미 정상회담 시 인도적 지원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2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해주·사할린 한인회장과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한인회 등 5개 단체 회장은 '대한민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발언에 대한 러시아 CIS 한인회의 성명서'를 통해 "러시아와 CIS의 한인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지원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찬성하고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경제적, 사회적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대한민국 정부를 믿고 지지하며, 현 사태가 속히 종식되기를 바라며 묵묵히 버텨 왔다"며 "그러나 최근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말씀을 접하면서, 가만히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님을 깨닫고 한인 전체의 목소리를 담아 성명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공개된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 이후 "사태가 심각해지는 와중에, 비록 3가지 단서를 달았지만,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기조로 정부 방침이 바뀌어 이곳 한인들은 더욱 우려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통령 인터뷰 이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메드베데프, 크렘린(대통령궁) 대변인 페스코프,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 등이 전쟁 개입을 뜻하는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며 "이렇게 러시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살상 무기 지원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할 뿐, 국민에게 솔직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한인들은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시, 국민 대다수 의사에 반하고 미국의 이익과 입장에 동조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이 무기를 수출하여 대량 살상을 저지르는 국가가 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 더 많은 무기는 더 많은 무기를 불러오고, 더 많은 희생을 낳을 것"이라며 "한국이 주변 강대국 사이의 분쟁에 휘말려 국민이 원치 않는 피해를 볼 수 있는 현 상황을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러시아 측은 대통령실과 외무성 등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19일(현지시각)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제공하는 것은 분쟁에 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감스럽게도 한국이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한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북한의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한국 국민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며 위협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부는 국방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대통령의 답변은 가정적 상황을 전제하고 언급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러시아와 관계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서울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측과 소통을 이어갔고, 실제 러시아 측으로부터 외교 채널을 통한 항의가 나오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에서 24일 교민 안전을 우려하며 우크라이나 사안 자체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라는 신변 안전 공지를 낸 만큼, 러시아 현지에는 윤 대통령 인터뷰의 후폭풍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교민들이 성명을 발표한 것 역시 이같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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