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내용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대해 "일본 총리의 말인 줄 착각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가짜 뉴스"와 "공포 마케팅"을 동원해 대통령 방미 외교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맞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한 일본 관련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일본 총리의 말인 줄 착각하고도 남을 만큼 매우 무책임하고 몰역사적인 인식을 드러냈다"며 "국민 다수는 (윤 대통령의 대일외교를) '굴욕외교'라 하는데 대통령 혼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후보 시절 이용수 할머니와 손가락을 걸고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사과를 반드시 이끌어내겠다' 약속할 땐 언제고, 과거 일본 제국주의에 무참하게 침탈당한 우리의 아픈 역사도 모자라, 이제 와 100년 전 우리 민족에게 행한 과오에 대해 진정한 반성도 뉘우침도 없는 일본을 향해 '절대 무릎 꿇지 말라'고 애걸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유럽은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전쟁 당사국들이 미래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한 데 대해서도 그는 "대통령이 (한일관계에) 빗댄 유럽의 역사 역시 생략과 왜곡 그 자체다. 오늘날까지 독일의 사과는 계속되고 있다"며 "그 바탕 위에 오늘날 유럽공동체가 존재함을 우리 대통령은 진정 모르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전날 러시아 교민들이 반대 성명을 낸 일을 거론한 뒤 "1년 넘도록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묵묵히 버텨온 현지 기업, 16만 명 교민들이 그야말로 '집단 멘붕' 상태에 빠졌다"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던 대통령이 러시아 정부의 반발을 불러오며 현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방미 외교에 대해 "확장 억제 증대를 비롯한 안보 분야는 물론이고 경제 분야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고 호평했다. 그는 "그런데 대통령 순방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 정치의 수준이 어디에 있는지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사고 칠까 걱정이다', '공포와 불안의 한 주가 시작됐다'는 등 극단에 있는 유튜버들이나 할 막말들이 민주당 공식회의에 등장했다. '남의 나라 국기에 경례한다'는 가짜 뉴스 다시 끄집어내고 전쟁 날까 두렵다며 터무니 없는 공포마케팅까지 펼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익 앞에 여야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국회에서 실종된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대통령 순방 성과를 국익 극대화로 이어가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후속 조치로 채워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국회의 책무다. 민주당은 외교까지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나쁜 관성에서 벗어나 무엇이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인지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WP 인터뷰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핵이 고도화되고 (북한이) 연일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대통령께서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해 양국 간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한 취지로 본다"고 말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상황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박 원내대표는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과 정의당은 양 특검법을 법사위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27일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즉 패스트트랙) 지정이 불가피하다고 거듭 피력해왔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법사위의 문을 아예 닫아걸고 오히려 방탄으로 삼았다"며 "압도적 국민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집권당 몽니에 막혀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의 기한이 지나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에 뒤질세라, 검찰의 타이밍 또한 기가 막히다. 야권이 특검을 본격 추진하려 하자, 권오수 전 회장을 소환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인지 여부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며 "온 국민이 공분한 50억 클럽 사건도 곽상도 전 의원 기소 후 1년여 허송세월만 보내다, 법사위에 특검법이 상정되자 박영수 전 특검을 압수수색했던 검찰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가 특검 카드를 비춰야만 비로소 시늉에 나서는 검찰, 국회가 조속히 양 특검법을 처리해야 하는 이유만 더 분명해졌다"며 "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에 따라 오늘과 내일 중 다른 야권과 뜻을 모아서, 모레 본회의에서 양 특검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드시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검법 패스트트랙 지정 외에 간호법·의료법 등 쟁점 법안도 27일 본회의 통과를 벼르고 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간호법은 국회의장이 공언한대로 27일 처리될 것"이라며 "의료법 역시 27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원내대변인은 "정부·여당과 의사 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억지을 부리고 있지만, 공공의대 설립 등을 포함한 공공의료 강화 부분에 대한 입장 선회 없이 오로지 기존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건 협의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때문에 복지위에서 만장일치로 합의된 대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방송법 (본회의) 부의 표결도 그날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간호법 등 표결 강행처리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간호법을 상정하고 강행 통과를 예고하고 있다. 그에 따라 의료계도 극단적 대립 양상 보이고 있다"며 "간호협회는 정부 중재안을 거부하고 간호법 제정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협과 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는 간호법 통과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마주보고 달려오는 기차들이 충돌 직전의 형국이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충돌만은 막아야 한다"며 "냉정을 찾고 다시 대화에 나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며 "민주당도 국민의 공당으로서 의료 대란을 초래할 간호법 강행 처리 시도를 중지하고 우리 당과 함께 대화와 양보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양 특검법에 대해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노란봉투법'과 쌍특검 패스트트랙 지정 관련, 민주당과 정의당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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