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8일부터 11일, 총 3박 4일 동안 인천 송도에서 진행된 제5차 글로벌그린즈(세계녹색당) 총회가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에는 전 세계 80여 개국의 녹색당과 녹색 시민 700명 이상이 참가해 기후 보호와 사회정의를 위한 지구적인 방안과 액션을 함께 공유했다. 또한 기후 위기 시대, 녹색 정치가 갖는 힘과 의미를 전 세계에 보여 주었다. 세계녹색당과 <프레시안>은 글로벌그린즈 총회에 참석하는 국가별 녹색당의 역사, 현황, 주요 정책, 주요 정치인 및 활동가 등을 소개하고, 그들과의 인터뷰를 한국 독자들께 전한다. 곧 발표되는 글로벌그린즈의 한국 선언문에도 많은 관심을 바란다. 필자 주
많은 사람이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각각 다른 나라에서 온 이들, 언뜻 보기엔 다르지만 자세히 보니 웃는 모습이 비슷하다. 글로벌그린즈 멤버들은 대륙별, 국가별로 구분되어 있지만 모두 지구에 주소를 둔 시민들이다. 이들이 가진 의제 또한 그렇다. 가령 후쿠시마 방사선 오염수 방출 문제는 일본 어민들, 일본 시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태평양을 가까이 둔 아시아·태평양 지역 모두의 문제이며, 나아가 지구의 문제이다. 녹색당은 숲의 나무, 흐르는 강, 인간의 말을 하지 않는 동물과 곤충 등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이야기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법과 제도로 명문화해서 책임질 수 있는 실력이 있는 정당이다. 연대와 우정의 정치, 지구를 훨씬 더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기에 '나쁘지 않은 공간'으로 만드는 정치, 혐오의 정치가 아닌 사랑의 정치를 실현하는 '녹색' 정치. 지금 한국 사회엔 이 같은 정치를 말하는 녹색당이 필요하다. 이번 글로글그린즈 한국 총회를 호스트한 한국녹색당 김혜미 부대표와의 인터뷰를 총회가 모두 마무리된 12일 진행했다. 김 부대표는 사회복지사로 복지국가 운동을 하다가 2018년 녹색당에 입당, 2020년 제21대 총선에 출마했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서울시 마포구에 출마한 이숲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8.32% 득표를 얻어내 '녹색 지역정치'의 가능성을 맛봤다. 동네에서 지구까지, 경쟁이 아닌 협력의 정치를 도모할 수 있는 정당은 단연코 녹색당이다. 잘 놀고, 잘 싸우고, 잘 연대하는 사람들이 모인 녹색당 총회 현장 이야기를 김혜미 부대표를 통해 들었다.필자 : 3박 4일 동안 열린 글로벌그린즈 총회가 끝났습니다. 지금은 오대산 월정사에서 <평화생명 대화마당> 프로그램에 글로벌그린즈 임원진, 한국녹색당 임원진 및 당원들과 함께 참여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쉬는 시간을 갖고 계신 건가요?
김혜미 : 한국녹색당에서는 김찬휘 대표님과 제가 참석을 했고, 글로벌그린즈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연합 대표자 분들을 포함해 글로벌그린즈 내에서도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20명 정도가 이곳에서 하룻밤 같이 잤어요. 공기가 너무 좋고, 또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강원도 특별법과 관련해 글로벌그린즈 분들께 설명을 드릴 수 있는 시간도 되어서 남다른 마음으로 강원도에서 쉼을 가지고 있습니다. (6월 11일부터 시행되는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에는 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가 환경부 장관과 협의를 통해 상수원보호구역 상류 지역에 폐수 처리 및 배출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도지사에게 백두대간 보호지역 행위 제한과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주는 안이 포함됐다. 주요 환경 단체에서 반발하고 있다. 필자 주)
필자 : 아직 총회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나눠주신 사진 중에서도 일본 녹색당 대표진들과 찍은 사진을 보면서 무척 감동스러웠어요. 외교적인 사안을 두고 날을 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연대하는, 우정의 정치를 보여주신 것 같았습니다. SNS엔 "부대표가 되고 나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라고 소감을 나누셨는데, 어떤 마음이었는지 더 자세히 나눠주세요.
김혜미 : 저는 평소 한일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더 많은 사람이 '정치적인 것'에 참여하는 세상을 꿈꾸는 입장에서, 한국의 많은 정당이 '반일이냐 친일이냐'라는 프레임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최근 후쿠시마 방사선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도 그렇죠.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에는 호의적이고 북한과는 멀어지는 외교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고, 국회 안에 있는 대부분의 야당은 그런 윤 대통령에 대해 '당신은 일본 대통령이냐' 혹은 '일본 앞잡이냐' 이런 식의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 매우 답답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본과의 관계를 이런 식으로 논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가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선 일본 시민들과 어민들도 많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들과 협력해서,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이야기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글로벌그린즈에서 일본 녹색당 대표 케이코 상을 만난 것은 저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어요. 간담회가 잘 성사됐고, 또 실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저희가 이런 공동의 목표가 있다는 걸 여러 차례 확인했어요. 단순히 반일, 반한과 같은 태도를 넘어 일본과 한국의 정치적 우정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의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직접 몇 가지 액션들을 취해보자는 이야기도 나눴죠. 일본에서 제작한 <태양을 덮다>라는 영화를 국내에서 상영한다거나, 후쿠시마의 어민들과 한국의 제주녹색당 당원들이 만나는 자리를 주선하는 등 온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색해 보기로 했어요. 사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해서는 한국에서 시찰단이 이미 두 번이나 파견됐어요. 한 번은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구성한, 두 번째는 윤석열 정부에서 파견한 시찰단이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시찰 결과의 경우, 국내 여당을 공격하는 용도로밖에 쓰이지 않아서 실제 후쿠시마 주민들이 매우 상처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한국녹색당도 일본 녹색당과 만남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일본이 우려를 표해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그 이유가 앞선 민주당 시찰단 때문이었더라고요. 반대로 정부 시찰단의 경우엔? 일본에서는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다고 해요. 한국에서는 '후쿠시마 방사선 문제없다더라' 하는 식으로만 보도됐죠. 글로벌그린즈에서의 만남을 통해 한국녹색당은 일본녹색당이 이야기하는 이 같은 사실을 국내외에 전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이런 일에 책임감이 느껴져 마음이 무겁기도 했지만, 우리가 녹색당이라는 정당 안에서 만나서 이런 발전적인 외교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한 보람을 느꼈죠. 저는 정당정치 안에서, 세계적인 정당들과 함께 '세계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정당이 녹색당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총회는 그런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녹색 정치'라고 스스로 확신하게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필자 : 호스트 국가로서 국제행사를 준비하면서, 한국녹색당도 여러 기대하는 바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기대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총회를 마친 후의 소회도 듣고 싶네요.
김혜미 : 대회가 열리는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총회가 몇 년째 미뤄지기도 했고, 2020년 총선 이후에 당내 상황이 안 좋아지기까지 해서 총회를 진짜 개최할 수 있을까, 우리가 꼭 해야만 할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어요.
그래도 끝까지 한국에 유치해서 우리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창구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해 주신 모든 분이 계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수희, 이철승 국제위원장님, 정유현 사무처장님을 비롯해 전국 사무처 분들, 그리고 녹색당 대표인 김찬휘 대표님께서 너무 긴 시간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이번 총회를 통해 '한국에서 이런 정치도 가능하다', '이런 외교적 관계도 가능하다'는 시작점을 발견했고, 이렇게 했을 때 기후위기를 막는 녹색 정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저에게도 굉장히 인상적인 3박 4일이었습니다.필자 : 글로벌그린즈 측에 따르면 이번 총회엔 전 세계 80개 이상의 녹색당에서 700명 이상이 참석했습니다. 그중에는 이미 녹색 정치를 제도권 내에서 실현하고 있는 녹색당도 있었고, 아직은 고군분투하는 녹색당도 있었어요. 이런 차이를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그리고 어떤 꿈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혜미 : 기대도 되고 또 부담도 되는 양가감정이 왔다 갔다 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일본이나 영국 녹색당과의 간담회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르완다 (민주)녹색당 차기 대선후보인 프랑크 하비네자님을 만나는 자리였어요. 하비네자 녹색당 후보의 에너지를 보는 것 자체가 정말 큰 힘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호주 녹색당! 호주는 지구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녹색당이고, 그러다 보니 다선 의원도 많으세요. 우리는 보통 초선 의원이나 젊은 정치인들만 에너지가 있고,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잖아요? 오늘 저와 함께 월정사에 온 호주 당원 중에는 다선 경력에 저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의원들이 계셨는데 다들 에너지가 대단하더라고요. 기후 위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연설뿐만 아니라 여성 리더십에 대한 기운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사진 한 장을 찍어도 이제 네가 우리의 얼굴이야 하면서 저를 앞으로 막 미세요(웃음). 나이 든 남성들 중심인 한국 정치 상황에서 느꼈던 '포기하고 싶은' 기분들이 조금 환기되는 시간이었습니다.필자 : 마지막 날 세계녹색당이 발표한 '한국 선언'에는 모두 18개의 결의안이 포함됐잖아요. 국내에선 '태평양에서의 핵폐기물 위협(Nuclear Waste Threat in the Pacific)'이라는 제목의 결의안이 <경향신문>(2023.6.11)을 통해 발행됐는데, 이외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더 이야기 해주세요.
김혜미 : 여러 중요한 결의안이 있지만, 그중 긴급 결의안으로 LGBTQ+에 대한 억압과 처벌, 사형에 대해 반대하고 이를 규탄하는 안이 올라왔어요. 특히 우간다의 경우 동성애자에 대한 사형을 집행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 아주 심각한 상황인데요. 이에 대한 긴급 결의안을 한국녹색당이 올렸는데, 한 표현을 두고 굉장히 긴 토론이 있었어요.
'리버스'(reverse, 뒤집다)라는 표현이었는데요,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한 여성 정치인이 "이렇게 통과가 되면, 이번 총회가 끝나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내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느냐"고, 리버스란 표현을 '리뷰'(review, 재고하다)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어요. 마지막까지 한 40분이 넘는 시간을 토론했고, 결국에는 리뷰로 바꾸기로 했어요. 우리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었던 것을 인지하고, 그분의 의견을 존중해서 리뷰라는 표현으로 바꾸는 그 과정이 저는 굉장히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요. 한편으로는 결의안이 가지는 지구적 위치에 대해서 조금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필자 : 이번 글로벌그린즈 총회에선 한국녹색당 전당대회도 열렸어요. 당일 행사에 전국에서 300명이 넘는 당원들이 오셨더라고요. 거의 잔치 분위였던 것 같은데 어떤 시간이었나요?
김혜미 : 느낌으로는 한 천 명쯤 온 것 같아요. 난리도 아니었어요. 축하 공연으로 와주신 윈디 시티 밴드가 무대 감독님한테 "여기 정당 맞냐"고 그러셨대요(웃음). 우리 당원들은 진짜 잘 놀고, 잘 싸우고, 잘 연대하는구나, 또 한 번 확인했던 정말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각 지역에서 한마음으로 지역당 소개하는 시간을 준비했는데요. 자기 지역의 의제들을 임팩트 있게 소개하려고 별의별 아이템들을 손수 만들어서 오신 거예요. 경기도 같은 경우는 분단 상황에 존재하는 DMZ를 알려주시려고 그 큰 철조망을 뽑아서 낑낑 들고 송도까지 오신 거죠. 그런 정성과 힘이 어디서 나올까, 우리가 지역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몰랐구나, 지역에서 20년, 30년째 싸우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 요구를 정치적으로 제도적으로 반영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커졌어요. 그날 김주온 전 대표가 연설하면서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뭘까요?"라는 말을 했어요. 지역 당원들이 그 짧은 시간을 위해 들인 노력들, 각 지역을 소개하는 내용을 모두가 진지하게 듣고, 하나하나 환호하고 있는 우리 당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게 진짜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면 뭘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필자 : 이렇게 정당에, 그리고 당원들 서로에게 애정을 품고 있는 당이 있을까 싶어요.
김혜미 : 맞아요. 다들 당내 민주주의를 강조하지만, 이렇게 지역당들이 협력하고 서로를 북돋아 주면서 연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한국녹색당이 가진 독보적인 장점이지 않을까 해요.
필자 : 지난 5월 1일부로 안동의 허승규 당원과 함께 녹색당 부대표로 임명이 되셨어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후정의와 녹색 정치 실현을 위해 기성 정치권력을 재구성하고, 녹색 시민들에게 더 다가가겠다"는 목표를 밝혀 주셨는데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나눠주세요.
김혜미 : 지역과 수도권 정치를 경험하고, 녹색당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다음번 총선에 지역과 수도권에서 어떤 의제들을 가지고 한국 정치를 녹색으로 견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고민을 실제 결과로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정치가 정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잖아요. 김남국이 잘못했냐, 이재명이 잘못했냐, 윤석열이 잘못했냐, 김건희 특검을 하냐, 마냐... 이런 열의 정치는 시민들의 삶과 전혀 관계가 없어요. 후쿠시마 방사선 오염수 문제가 제주와 부산 등 태평양 가까이 살고 있는 시민들의 삶 관점에선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지, 이들을 위해 우리는 일본에 정확하게 어떠한 요구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강원도의 산지와 아름다운 공간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이 강원도특별법은 '강원도를 삽질하는 게 아니라 백두대간을 수선하는' 바느질의 역할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지역정치인들이 나와야 해요.필자 : 부대표께선 피선거권을 갖게 되신 2018년 녹색당에 입당했고, 2020년 총선 때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셨어요. "생태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복지국가는 아주 근본적인 사회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입당하셨다고 했죠. 해당 입장에서 가장 염두에 두고 계신 정책은 무엇일까요?
김혜미 :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미국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인플레이션을 대처하기 위한 법안으로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분야 투자도 내용으로 담고 있다. 필자 주.)처럼, 생태적 관점을 가지고 지금의 분배와 성장 구도로만 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생에너지 100%로 체제 전환을 이뤄 기후문제로 인해 퇴거하거나 이주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해요.
필자 : 지금은 직업 정치인으로 일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따로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계신가요?
김혜미 :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라는 단체 일을 하면서 마포구 지역 위원장을 맡았었는데요. 지방선거 때는 병행을 못 하겠더라고요. 단체에서는 휴직하고 돌아오라고 저를 많이 배려해 주셨는데, 선거 때마다 제가 휴직을 하고 복귀하는 게 미안하더라고요. 2022년 지방선거에서 이숲 후보 선대본부장을 했을 때 직장을 그만두고 선거에 집중했어요. 선거 이후에는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부소장님의 권유로 연구소 운영실장으로 일을 하게 됐죠. 최근에 부대표가 된 이후에는 3일은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이틀은 당에 부대표로 출근합니다.
필자 : 혜미님이 풀타임 직업 정치인으로 일하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웃음)
김혜미 : 조만간 그럴 날이 오리라 꿈꾸고 있습니다.
필자 : 지금 한국 정치에 녹색당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김혜미 : 한국에 왜 녹색당이 필요한지는 이번 3박 4일 글로벌그린즈 총회로 잘 정리가 된 거 같아요. 외교, 경제, 사회, 정치 어떠한 영역에서건 지구적인 상태를 고민하면서 정치를 하고 성장하는 정당은 녹색당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얘기하잖아요.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면서 협력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경쟁적인 방향으로만 갈 것이냐 질문했을 때, 협력적인 정치를 도모할 수 있는 정당이 녹색당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정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의제가 바로 기후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지구에 주소를 두고 살아가고 있잖아요. 인간뿐만 아니라 비인간들,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수많은 숲의 나무, 흐르는 강, 날아가는 새,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서 정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녹색당인데, 이런 아름다운 말을 말로만 하지 않고 법과 제도로 명문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정당도 지금은 녹색당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떤 문제가 실제로 시민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감각하고, 그것들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해법, 그 해법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토론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도 녹색당 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에너지 공급 문제로 난리가 났을 때 에너지 요금 인상이냐, 무상전기냐, 복지 정책을 어떻게 강화해야 하냐, 박 터지게 토론이 가능한 곳이 녹색당이에요. 다른 정당들은 난방비 문제 터졌을 때 어땠나요? "지원금 줄게" 하고 끝이었잖아요. 이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비전을 가질 때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우리는 글로벌그린즈라는 거대한 정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정당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이 사회의 위기를 '전 지구적으로' 함께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승규 부대표와 함께 이야기할 때마다 '당원들이 좀 힘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당원들은 저희에게 "고생 많죠, 우리 대표 해줘서 고마워요",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오히려 저희가 더 위로가 되고 있다는 마음이 큽니다. 정말 같이 힘냈으면 좋겠어요.필자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혜미 : 이번 전당대회에서 홍세화 선생이 당원들에게 "탈당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홍세화 선생은 본인이 갖고 있는 생태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최근에 녹색당에 입당하셨어요. 사실 지금까지 저는 당원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 번도 해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저도 처음 해보려고요. 탈당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 기운을 잃지 않고 이 안에서 함께 정치적인 꿈과 열정을 다스려 가면서, 충분히 대화하고 호흡하면서, 우리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당이 돼 보자고 당원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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