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원칙을 가지고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반을 닦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을 타도의 대상이라고 규정한 김 후보자가 남북관계를 개선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29일 김 후보자는 지명 발표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앞으로 원칙을 갖고 북핵 문제를 이행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장관 지명을 받아 어깨가 무겁다"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방안을 만들기 위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다는 과거 언론 매체 및 본인 계정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북한을 전복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했다. 이 때문에 남북 간 대화나 교류 등을 담당하는 통일부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 2019년 4월 <펜앤드마이크>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 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그는 해당 글에서 "2000년 6월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이다. '민족통일'이 아닌 '체제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 반헌법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한민국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해 흡수통일을 배제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취임 후 처음으로 업무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통일부는 헌법 제3조와 제4조를 실현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부처라는 인식을 우선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헌법 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것은 남과 북의 모든 국민이 주축이 되는 통일 과정을 의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반헌법적이며 북한에 대한 적대 의식이 가득한 인사를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통일부에 북한과 대화나 교류가 아닌,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인권 등의 업무에 치중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의 이러한 기고문이 교류와 협력을 하는 통일부 장관으로서 역할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청문회 과정에서 자세하게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정은 정권을 타도해야 통일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글을 잘 읽어보면 문맥이 이해될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일부에서는 김 후보자가 통일부를 외교부에 합하는 이른바 '외교통일부'를 주장했다는 이력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 정부가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이러한 인사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07년 뉴라이트에서 펴낸 <2008 뉴라이트 한국보고서>의 필진으로 참여했는데, 여기서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며 외교통일부의 신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같은 안이 이듬해 집권한 이명박 정권의 인수위원회 정부조직 개편안에 포함된 바 있다. 현 정부의 주요 인사가 이명박 정부 당시 인물들이고 그 때와 유사한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또 정부가 이번에 통일부 장관뿐만 아니라 차관도 교체했는데 이 역시 외교부의 북미국장을 지냈던 인사로 채웠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양 부처 간 물리적인 통합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실상 통일부가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외교부의 산하 기관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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