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공천 규칙과 관련해 "국민이 원하는 기준으로 할 것"이라며 다선 국회의원에 대한 공천 제한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전날 민주당 원외 정치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제안한 '현역 의원 50% 물갈이' 방안 등에 대해 "그런 제안도 제안 중 하나"라고 답했다. 더혁신회의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선 이상 의원 경선 득표율 50% 감산, 현역 의원 50% 물갈이, 현역 의원에 대한 공직자 평가 공개, 후보자 추천 시 당 정체성 항목 신설 등 공천 혁신을 혁신위에 제안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물갈이는 좀 해야 한다. 그다음에 인적 쇄신이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 말씀들을 하시니까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고 이 문제를 접근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현역 의원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 룰이 모든 자에게 다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국민이 원하는 기준으로 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위가 공천 룰을 고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선 "혁신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전권을 주신다고 처음에 말했다. 그 말을 믿고 따른다"며 "국민이 원하는 게 다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그간 도덕성 이슈에서 실기해온 원인으로는 온정주의를 꼽았다. 그는 "규정이라든지 윤리 규범이라든지 어떤 감찰에 관련된 절차나 제도들은 다 있다. 그런데 제도들이 작동하는 과정이 늦는다"며 "어떤 일을 대할 때 약간의 온정주의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당내 초선 의원들과 한 간담회에 대해선 "기억에 썩 남는 게 없었다",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평가했다. 혁신위는 전날 오전 민주당 초선모임인 '더민초' 소속 의원 8명과 조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초선 의원들은 '특정 인물을 저격하는 발언은 삼가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전날 만난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19로 학력 저하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 비유하며 "제가 많은 국회의원들을 만나 뵙지는 않았지만 초선이 코로나 때 딱 그 초선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통이 잘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분들은 학력이 높으니까 학력으로까지 말하면 안 되지만 재선이나 다선들과의 현격한 차이가 많이 있다"고 혹평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비(非)이재명계에서는 혁신위의 최근 행보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혁신위가 길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혁신위가 현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를 우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혁신위가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해서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며 "오히려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 아니냐'는 말에 '틀린 얘기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버리면 혁신위가 혁신을 할 게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복경 민주당 혁신위원은 이틀 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며 "이재명 대표도 당헌·당규에 따라 적법하게 선출됐다. 탄핵 사유를 현재까지는 발견하지 못해 당연히 현 지도부를 전제로 놓고 혁신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지난 1년을 어쨌든 이재명 대표께서 끌고 오셨기 때문에 그동안에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서 우선적인 초점이 맞춰져야 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그 부분을 배제시켜버리면 사실은 무얼 과연 혁신의 과제이고 대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에 대한 반성과 평가, 대선부터 시작해서 지방선거, 그 이후에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서 반성과 평가가 있어야 이걸 바탕으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며 "현 이재명 대표 체제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해버리면 문을 닫아놓고 길을 찾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원욱 의원도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은경 혁신위가 아쉬운 점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를 미루고 있다는 점"이라며 "제대로 된 혁신을 할까, 하는 의구심이 자꾸 생긴다"고 했다. 이 의원은 "왜 대선과 지방선거를 졌고,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저렇게 못 하고 있는데 왜 민주당 지지도가 고착돼 있을까라는 것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며 진정 아무런 조건이 붙어있지 않은 혁신이 돼야 떠나간 국민들 민심이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이재명 대표 탄핵하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봤다. 탄핵하라고 한 적 없다"며 "성역 있는 평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의원은 혁신위가 다선 의원의 공천 배제를 고려한다는 전망에 대해 "공정한 평가 속에서 3선 이상 때문에 대선도 지고 지방선거도 지고 지지도도 못 오르고 있다고 하는 결과가 있다면 저는 수용하겠다"며 "그런데 6개월 후에 있을 공천의 문제를 지금 먼저 예단해서 그냥 마녀사냥식으로 하는 것이 과연 그것이 혁신의 올바른 방향인가"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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