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개영(開營)식이 2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새만금 야영장에서 열렸다. 윤 대통령은 주최국 정상으로서 158개국 참가자들을 환영하고 "광활한 잼버리 캠핑장과 인근의 바다, 계곡"에서 "다양한 도전과 체험을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야영장 일부 지역에 물이 고이는 등 행사장 준비 상태가 미비했던 데다 폭염이 겹쳐 온열 질환자가 수백명 단위로 발생하면서 한국의 주최국으로서의 위상과 행사 성료 여부가 모두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일 저녁 전북 부안군 새만금 간척지에 위치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열린 개영식에 참석해 "여러분을 보니 제 스카우트 시절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선배 스카우트로서 이곳 새만금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 길러진 독립심과 책임감, 이웃에 대한 봉사 정신, 국가에 대한 헌신적 자세는 여러분을 훌륭한 사회의 리더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저 역시 어린 시절의 스카우트 경험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광활한 잼버리 캠핑장과 인근의 바다, 그리고 계곡에는 17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고, 한국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K-pop 콘서트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며 "마음껏 젊음을 즐기고, 전 세계 스카우트들과 멋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잼버리 기간 동안 즐겁고 건강하게 즐기고, 대원들끼리 깊은 우정을 나누길 바란다"며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자원봉사자 여러분, 그리고 의료진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말을 마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휴가 1일차인 윤 대통령이 행사장을 찾은 데 대해 "평상시와 거의 다름 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전 세계 스카우트들의 꿈과 도전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온열질환자 발생이나 야영장의 배수 상태 미비, 화장실 등 시설의 열악함 등이 지적되는 데 대해 "이건 부처 차원에서 답변을 구체적으로 해주실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철저한 안전 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한 바가 있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잼버리를 무사히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조직위와 참가자들은 불과 지난주까지 내렸던 폭우와 이후 내리쬐는 폭염으로 고통에 처해 있다. 이날까지 이틀 동안 잼버리 참가자들 중에 400명 넘는 온열질환자가 나왔다고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밝혔다. <연합뉴스>는 이날 조직위를 인용, 대회 개막 이후 야영지 내에서 80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400명 이상은 온열질환자로 확인됐다며 이들 환자들은 두통과 근육경련 등을 호소하며 야영장 인근에 마련된 진료소와 병원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온열질환자가 400명 넘게 나왔지만, 모두 경증이며 중증 환자는 한 명도 없다"며 "스카우트 지도자들이 물을 공급하고 대원들을 쉬도록 관리하고 있다. 병원을 찾은 대원들도 충분히 쉬고 야영장으로 복귀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조직위는 참가자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그늘쉼터와 덩굴터널 등 피서 시설을 마련했고, 진료 및 이송 계획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야영장 내 상황은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야영장이 있는 부안군 하서면 일대는 장맛비가 그친 지난달 말부터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이고, 개막일인 전날 밤에는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지역 시민단체나 언론 등으로부터는 혹서기인 8월 초에, 산이나 숲 등지와는 달리 나무그늘 한 점 없는 바닷가 간척지에서 야영 행사를 여는 게 가능하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 단순히 날씨가 더운 게 문제가 아니라 장맛비가 원활히 배수되지 않아 야영장 곳곳에 물이 차있고 일부 웅덩이에서 곤충이 번식하는 등 참가자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현장발 보도를 통해 지적되고 있다.
현장 안팎에선 "진짜 생존 게임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잼버리가 폭우와 폭염·해충 삼중고에 시달리면서다. 대회 전엔 폭우로 잼버리 부지 곳곳이 물에 잠기더니 개막 전후론 '사람 잡는 폭염' 탓에 온열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잼버리 조직위가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심은 조사료 사이에선 벌레들이 튀어나오기 일쑤다. (…) 바다를 메워 만든 잼버리 부지는 여의도 면적 3배 규모다. 말 그대로 사방이 탁 트인 간척지여서 일조량이 많은 편이다 (…) 지난달 31일 부안에 시간당 32밀리미터 비가 내리면서 일부 야영지가 물에 잠겼다. (<중앙일보> 8.2. 온라인 게재. 부안발 기사)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일부 야영지는 빗물에 침수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여름철에 숲그늘 하나 없는 간척지에서 대규모 야영행사를 여는 것 자체가 무리 아니였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 야영지 일부엔 지난주 내린 폭우로 생긴 물웅덩이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물에 젖은 땅을 흙으로 덮고 높이 15센티미터 나무받침을 놓아 텐트 설치 장소를 마련했지만 질퍽해진 땅 때문에 캠핑 사이트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 일부 참가자들은 해질녘 몰려든 날벌레떼로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겨레> 8.2. 지면게재. 부안발 기사)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SNS에 발표한 입장문에서 "새만금 잼버리, 이대로는 안 된다"며 "이미 온열질환자가 수백 명이 나왔고, 이들 대부분이 청소년"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조직위는 큰 차질 없이 대응하고 있고 소방서와 119구급차 등을 배치했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이상기온에서는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며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에서 폭염을 감내하며 행사를 위한 행사를 강행하고 있는 게 맞는 일이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조직위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정부가 행사참가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으로 특단의 대책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 시민단체 연대체인 '전북민중행동'도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전북도와 정부, 잼버리 조직위는 최소한 야영지 내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해서 참여자들이 폭염과 호우 등의 위험상황으로부터 안전한 곳에 머물 수 있도록 준비된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회 전날이라는 상황이 모두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만, 다른 무엇보다 행사 참여자들의 안전과 건강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라며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면 대회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잼버리 개영식 참석 이전에는 전북 군산시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2차전지 투자협약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전라북도를 찾을 때마다 이곳 새만금에 국내외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씀드려 왔다"며 "특히 올해는 새만금을 투자진흥지구와 첨단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해 규제를 혁파하고, 세제와 예산지원을 통해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새만금 내부 인프라를 구축하고 남북도로 1단계와 2단계가 지난 1월과 7월에 준공되었다. 지역 간 연결도로 건설사업도 작년 말 예타를 통과해 이제 착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며 "내년이면 180만 전북도민들의 숙원인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 전라북도와 호남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고 지역 민심에 구애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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