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잼버리 대회장 성범죄 의혹 관련 "서로 의견이 다른 상태"
라디오 진행자가 이에 '전북연맹 측에서는 자기들은 전북을 대표하는 대표자들이 아니라 그냥 스카우트이고, 특히 인솔자는 스카우트 대원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문제가 발생해서 철수를 결정한 것인데 왜 정치적 해석을 덧붙이느냐고 항변하고 있다'고 전북연맹 측 반론을 전하자, 하 의원은 "아무튼 그 분도 과하더라. 막 소리 지르고"라며 김태연 전북연맹 스카우트 제900단 대장이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의 '성추행 사실이 없었다'는 요지의 브리핑에 항의하다가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끌려나간 일을 문제 삼았다. 하 의원은 "차분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하고는, "진상규명이 필요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면서도 "사실 성범죄가 있으면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은폐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쪽(전북연맹)은 계속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아야 하는데 아직 그것은 없다. 주장밖에 없다"며 "그래서 정치권에 있는 저도 어느 일방의 편을 들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이에 '피해자가 증거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위원회가 조사를 해서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지만 하 의원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성범죄는 아니라고 결론을 내놓은 상태다. 서로 의견이 다른 상태"라고 했다. 피해자 측이 흥분해 문제를 제기할 때 '차분해야 한다'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이나, '한국에서는 성범죄를 은폐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주장, 나아가 피해자 측이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주장 등은 추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 3일 잼버리 대회장 여성 샤워실에서 태국 남성 스카우트 지도자가 샤워하고 있는 모습이 현장 참가자들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더워서 그랬다"는 피의자 진술이 일관됐다며 성범죄를 목적으로 샤워실에 침입한 것은 아니라는 잠정 결론을 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반면 전북연맹 측은 "(당시) 오전 5시에 (태국 남성) 지도자가 우리 여자 대장을 따라 들어갔는데 현장에서 잡힌 후에 '샤워하러 들어왔다'라고 거짓말을 했다"며 "잼버리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결과는 '경고' 조치로 끝났다"고 항의하고 있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부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해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지난 6일 공식 브리핑에서 밝혀 추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잼버리 기회로 여성부 폐지론에 다시 불 지피는 이준석계
하 의원은 이처럼 샤워장 사건에 대해서는 '성범죄가 아니다', '경미하다'던 김 장관과 유사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작 잼버리 대회의 부실 운영은 여성부 때문이라며 여성부 폐지를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하 의원은 "여가부는 구조적으로 잘하기 힘든 조직"이라며 "알바 조직", "누더기, 갈등만 조장하는 조직"이라고 맹비난했다. "여가부가 없어졌으면 (업무를) 조금씩 나눠서 다른 부처로 갔을 것 아닌가. 그랬으면 대회도 훨씬 잘 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잼버리 사태를 계기로 해묵은 여성부 폐지론을 꺼내든 친이준석계 정치인은 하 의원 혼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3일 이준석 전 대표는 "잼버리 사태의 주원인이 여성가족부만은 아니겠지만 일처리 제대로 못하면서 업무영역만 억지로 늘려갈 것 없이 폐지하고 여성을 포함한 보편적 인권에 관한 내용은 노동부와 합쳐서 인권부로 개편하고 나머지 기능은 다른 부처로 넘기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이어 지난 5일 "이 문제(여성부 존폐)는 논란이 됐어야 했을 것이 아니라 대선에서 공약한 대로 이미 폐지됐어야 한다"고, 지난 6일에는 "영국 참가자 4000여 명이 대부분 새로 서울의 호텔을 구해서 숙박을 하게 됐다. 애초에 여가부가 이런 기획을 하거나 부처 간 조율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도 지난 6일 "(여성부는) 이미 갈등 유발 부처, 무능 부처, 고유업무가 없는 부처로 폐지 공약까지 나온 부처였다. 주무부처로서 준비한 이번 잼버리 행사를 통해 그 당위성이 고스란히 드러났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성부 폐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주장(2022년 2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있는지 없는지, 이를 위한 정부 부처가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과 여성부 소속 공무원들의 실무처리 능력 간에는 아무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전 대표 등의 주장에 대해 난센스라며 "그거는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하고는 "(오히려) 항간에서는 이 정부가 여가부 폐지 공약을 했기 때문에 여가부에 힘이 안 실려서 그런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고 전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윤석열 정부, 나아가 한국 역대 정권과 한국사회 전체가 책임에서 무관치 않은 이번 문제를 '여성부 폐지'라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론을 강화하려는 데 무리하게 끌어다 붙였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는 이준석계의 정치적 지지 기반이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성향이 강한 일부 20·30대 남성 그룹이라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전 대표는 과거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 이래 SNS, 인터뷰 등을 통해 꾸준히 안티-페미니즘적 발언을 계속해 왔다. "(여성이 밤길을)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이는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나", "20대 여성들이 정치권에 전달한 담론들은 구체화가 어려운, 추상적인 것들이 많았다"는 등의 언설이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여성부 폐지 공약도 이 전 대표가 '원작자'로 지목된다. 그는 대선 당시 SBS 인터뷰에서 "우리 당의 대선 주자들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진지하게 공약으로 내걸면 좋겠다"고 했었다. 지난 4월 문화방송(MBC) 라디오 유튜브 방송에서도 "이게(여성부가) 영속적으로 가기에는 지금 일감이 너무 없어서 무슨 청소년 게임 문제나 이런 거 건드리고 이상향 방향으로 일을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갔다"고 폐지론을 거듭 주장했다. 현 여당 지도부도 이준석계의 이같은 주장에는 고개를 젓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 후 '이 전 대표가 잼버리 부실 운영을 이유로 여성부 폐지론을 다시 주장하고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초기 혼선을 정리하고 멋지게 이 행사를 잘 치러 대한민국의 국격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데 방점이 있는 것"이라며 "어느 부처에 책임이 있고 그 부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나중에 따져도 늦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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