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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홍범도 장군 동상 부수는 건 아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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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홍범도 장군 동상 부수는 건 아니잖나" 與지도부 "정부 입장 존중"…일각선 "홍범도, 적을 위해 일해", "반역자"
국방부의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이회영 등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 추진이 큰 논란을 낳고 있는 가운데,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다. 비판적 여론과, 대통령실·정부 사이에서 여당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는 풀이가 나온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8일 당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국방부 입장이 나왔으니까, 저희가 여당이니까 일단은 정부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국민 여론을 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을 존중한다'는 원론적 언급이지만 이는 지난 25일 이 논란이 불거진 이래 여당 지도부로부터 나온 최초의 반응이다. 전날 국민의힘은 유상범 수석대변인을 통해 "국방부에서 육사와 함께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만 했었다. 윤 원내대표가 '존중'한다고 밝힌 '국방부 입장'은 전날 오후 나온 것으로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여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시 적절하지 않다"는 매우 강경한 내용이다. 국방부는 "육사의 전통과 정체성, 사관생도 교육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논란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사에, 더욱이 사관생도 교육의 상징적 건물인 충무관 중앙현관에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어 왔다"며 "설치할 당시에도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범도 장군 흉상 설치가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없이 강행되었으며, 이후에도 지금까지 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어 오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2년 전인 2021년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온 이들은 전광훈·김문수 씨 등 이른바 극우 성향으로 몇몇에 불과했다. (☞관련 기사 : '홍범도=공산당', 전광훈·김문수 등 극우인사들이 2년 전부터 주장)

특히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께서 항일무장투쟁을 통해 독립운동을 하신 업적은 부정할 수 없으며, 정부도 이를 인정해 1962년에 건국훈장을 수여했다"면서도 "하지만 장군께서 1921년 소련 자유시로 이동한 이후 보이신 행적과 관련해서는 독립운동 업적과는 다른 평가가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이 소련공산당 군정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독립군 통합을 지지했고, 소련 공산당의 자유시 참변재판에 재판위원으로 활동한 사실, 자유시 참변 발생 후 이르쿠츠크로 이동해 소련 적군(赤軍) 제5군단 소속 조선여단 제1대대장으로 임명(된) 등의 역사적 사실이 있다. 이로 인해 1921년 6월 러시아공산당 극동공화국 군대가 자유시에 있던 독립군을 몰살시켰던 자유시 참변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은 청산리 전투에서 같이 싸웠으나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만주로 돌아간 김좌진, 이범석 장군 등과는 다른 길을 간 것"이라며 "장군의 빨치산 증명서에는 활동기간이 1919~1922년으로 기록되어 봉오동과 청산리전투에도 빨치산으로서 참가했다는 의혹도 있다"고까지 했다. 교과서에서도 가르치는 최초의 독립투쟁 승전 사례인 봉오동 전투를 '빨치산 활동'으로 격하한 셈이다. 그러나 홍범도 장군의 자유시 참변 연루설은 국방부 스스로도 '의혹'이라고 표현했듯 소수의 주장일 뿐이며, 오히려 홍범도 장군은 소련에 이용당했다고 보는 것이 사학계의 정설이다. 이는 진보진영만의 주장도 아니다. 다음은 이날자 <동아일보> 보도.

학계에선 홍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홍 장군 부대가 전투에 가담했다는 기록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홍 장군이 휘하 장교들과 인근 솔밭에 모여 땅을 치며 통곡했다는 증언이 당시 병사 회고록에 나와 있다는 것. 자유시 참변이 시베리아와 연해주에서 활동하던 공산주의 계열 독립군 세력 사이의 주도권 다툼인 만큼 간도에서 투쟁을 벌인 홍 장군은 이해관계가 없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유시 참변을 연구한 윤상원 전북대 사학과 교수는 자유시 참변 이후 포로로 잡힌 독립군에 대한 군사재판에 재판위원으로 참여한 배경에 대해서도 “독립군의 어른인 홍 장군이 재판에 회부된 독립군 부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판관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2023.8.29. <동아일보> 국방부 "홍범도, 독립군 몰살 '자유시 참변' 연관 의혹"…학계 "확인 안돼")

국민의힘이 '존중'하겠다고 밝힌 '정부 입장'이란 이처럼 편향되고 궁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당 당내 2인자인 윤 원내대표가 "저희가 여당이니까 일단은 정부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흔쾌하지 못한 반응을 보인 배경으로 짐작된다.

여당의 이같은 태도와 관련,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날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이 "군의 확고한 대적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며 "육사보다는 독립기념관 같은 곳에서 (홍범도 장군을) 기리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여권 핵심 관계자 말을 보도했다. (☞관련 기사 : '홍범도 철거'는 尹대통령 생각…"홍범도 흉상, 육사보단 독립기념관서 기려야")

전날 국민의힘 유 수석대변인이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의 대승을 이끈 독립전쟁 영웅이시고, 또 한편 자유시 참변 등 여러 가지 논란도 있는 분"이라고 국방부 입장과 같은 취지의 언급을 한 것도 국방부와 여당 지도부가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대통령실의 관여를 의심케 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게 홍범도 장군의 동상을 부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이전하는 것"이라며 "육사 같은 경우는 대적관,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홍범도 장군 같은 경우는 독립운동에 기여를 하신 부분은 있다. 청산리 전투랄지, 그렇지만 어떤 한편으로는 소련 공산군에 가입을 하신 부분이 있고 역사적으로는 또 자유시 참변의 연관이 돼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그러면서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육사생들이 받아들이기에 우리의 아군이 아니라 적을 위해서 일했던 기록이 있는 분들은 육사 생도들에게 혼선을 충분히 줄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차원에서 육사에 두기보다는 독립기념관으로 이전을 하는 것이 저도 개인적으로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범도 장군을 "적을 위해서 일했던" 인물로 묘사한 것이다. 당원권 정지 징계 중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독립운동가라면 독립기념관으로 옮기자는 의미에서 저도 긍정적"이라며 "홍범도 장군을 과연 대한민국 국군의 상징으로 볼 건가에 대해서는 사실상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청산리전투와 봉오동전투에 관여하고 전과를 올린 것은 맞지만 그 이후에 우리 대한민국의 전신이 될 수 있었던 독립군을 해산하는 과정인 이른바 자유시 참변 당시에 동족을 아주 많이 죽이게 하는 재판관의 일원으로서 동족을 처단하는 일에 앞장서는 그런 일을 겪었었다"며 "레닌으로부터 받은 권총으로 독립군을 사살하기까지 했다", "당시 상해임시정부 측 관계자는 홍범도 장군을 민족의 반역자로 평가하기도 했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연찬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청산리 전투 전에 이미 공산당원이었다. 그런 분을 육사에 모신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고,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은 "입고 있는 군복 자체도 소련 군복 아니냐"고 했다. 반면 앞서 유승민·홍준표 등 비윤계 중진 정치인들은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고, 김병민 최고위원이나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 등 친윤계 일각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친윤계 핵심 인사로 꼽히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 생각이지만 홍범도 장군 동상은 그대로 놔두고 (광주시가 추진하는) 정율성 역사공원을 폐지하는 쪽으로 역사적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타협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박계에서 친윤계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인사라는 평을 듣고 있는 김태흠 충남도지사 역시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분이 과거에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다, 볼셰비키 혁명당에 가입했다는 문제를 가지고 지금 그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이분이 6.25 전쟁 일으켰던 것도 아니고 북한군하고 전쟁에 참여한 것도 아니고 1943년에 돌아가셨잖느냐. 그리고 광복 이전에는 독립운동 하는 과정 속에서 좌와 우가 같이 독립운동을 했다"고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김 도지사는 "광복 이후에 대한민국 건국을 하고 6.25 전쟁(때의 행적 등)과 맞물려서 판단을 해야지, 그 전에 공산당 가입의 전력을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국방부 청사 앞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나 잠수함 '홍범도함' 함명 변경 등이 추진되는 데 대해서도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반대 의사를 밝힌 여당 인사들은 대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민심 동향을 보이고 있는 지역·집단을 대표하는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병민 최고위원이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여당 내에서 청년 대표성을 가진 이들이고, 김태흠 지사는 캐스팅보트 지역인 충청권 민심에 밝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서울 광진갑, 김근식 전 실장은 서울 송파병 출마를 노리고 있기도 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른바 '개혁보수' 그룹의 좌장으로 중도층 민심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국방부 입장을 존중한다'는 윤재옥 원내대표와 '민족 반역자라는 평가가 있다'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대구 출신이고, 유상범 수석대변인과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강원, 태영호 의원은 서울 강남이 지역구다.
▲군이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철거하기로 해 논란이 확산하자 홍범도 장군 흉상만 이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군은 육사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도 이전을 검토하는 등 '홍범도 지우기'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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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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