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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1주기 다가오지만…여성 10명 중 1명 직장서 스토킹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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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1주기 다가오지만…여성 10명 중 1명 직장서 스토킹 당해 "신당역 사건 이후에도 근무환경은 그대로…정부가 상황을 방치"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직장동료를 살해했던 '신당역 스토킹 사건' 발생 1년이 다 돼가지만, 여성 10명 중 1명은 여전히 '직장 내 스토킹'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가 4일 공개한 설문조사(직장인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여성 직장인 3명 중 1명 이상(35.2%)이 직장 내 성희롱, 10명 중 1명(10.1%)이 직장 내 스토킹, 4명 중 1명(24.1%)이 직장 내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했다. 특히 직장갑질 119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실을 통해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피해자는 1만377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 피해자는 1만1112명(80.7%)으로 남성의 약 4.5배를 기록했다. 2020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년여간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피해를 신고한 경우도 여성(1045명)이 남성(79명)의 약 13.2배로 압도적인 비율이었다.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피해를 고발하고 나서 직장을 계속 다닌 이들은 매우 적었다. 2022년까지 경찰청에 접수된 신고 1008건 중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용하고 있거나 직장 동료인 경우는 각각 16.3%(164건), 30.5%(307건)에 불과했다. 또한 성폭력 범죄의 가해자가 상사인 경우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1, 2분기에 접수된 174건 중에선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사인 경우가 74.1%(129건), 동료인 경우는 3.4%(6건)이었다. 직장 내 성범죄 피해를 예방하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용자와 정부는 그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 7개월간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 신고 사건(3186건) 중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7.1%(225건)에 그쳤다.

"신당역 사건 이후에도 근무환경은 그대로…정부가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직장갑질119, 서울노동권익센터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은 이날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1주기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일터에서의 여성 안전을 촉구했다. 직장갑질 119 소속 김은호 변호사는 "신당역 사건이 있은 후 지금까지도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의 근무환경은 그대로"라며 "서울교통공사가 노동자를 보호하였다며 하는 말은, 그저 순찰을 돌 때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전자 호루라기를 불거나 페퍼 스프레이를 뿌리라고 한 것 등이 전부인데 이러한 장치들이 없어서 피해를 겪은 게 아님은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일터에서의 안전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소관임에도 고용노동부가 신당역에 관한 입장을 밝힌 것을 찾아볼 수 없다"며 "당역 사건 이후 제정 및 개정된 스토킹 방지법도, 개정된 스토킹 처벌법도 일터 내에서 일어난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담고있지 않다. 모든 상황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터 내 젠더폭력을 부차적인 문제로 여기지 마라"며 "사용자가 일터의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여성에게 안전한, 여성을 살리는 일터는 곧 모든 노동자를 살리는 일터"라고 했다.
▲4일 오전 서울 신당역 앞에서 직장갑질119 주최로 열린 신당역 살인사건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성희롱·성차별 문화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장 내 조직문화개선이 직장 내 젠더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라며 "스토킹을 개인적 구애로 보는 조직문화는 없는지, 피해를 말할 수 없는 조직문화는 아닌지,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뼈아프게 고민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성평등하고 안전한 일터는 요원하다"고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비례) 민주당 의원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성폭력 피해를 근절해야 한다"며 "여성 노동자는 직장에서 겪고 있다. 누군가는 약하거나 힘이 없고 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희생 받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추모 주간을 정하고 오는 11~15일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추모 공간을 설치할 예정이다. 오는 14일 오후 7시에는 추모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한편, '신당역 스토킹 사건'은 지난해 9월 14일 서울교통공사 직원이었던 전주환(32)이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당시 근무 중이던 피해자를 따라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입사 동기이기도 했다. 전 씨는 살인범죄에 앞서 2021년도부터 피해자에게 300회 이상 전화와 문자를 보내는 등 스토킹했고, 불법촬영 및 유포협박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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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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