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인터뷰 보도 사태'와 관련해 여당 측에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의 극언이 쏟아지는 가운데, 현업언론단체들은 이 같은 정부여당의 대 언론 공세를 "비판언론 죽이기이자 언론자유를 곤두박질치게 할 폭거"라고 비판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6개 언론단체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사이 '인터뷰 대가성 금전거래 의혹'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언론인들은 특히 △김 씨와 신 전 위원장 사이 금전거래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문제가 된 인터뷰의 내용 자체가 허위인지 △내용이 허위였다면 대선개입 의도가 있었는지 등 이번 의혹의 쟁점들에 관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라면서도 "그런데 정부·여당은 이 모든 조사 과정을 건너뛰고 '희대의 대선공작'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공영방송을 거세게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짜뉴스 등을 보도한) 인터넷 언론사의 등록 취소나 폐업 등과 같은 규정이 애매해 국회 차원의 보완이 필요하다"라며 방통위 차원의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 입법조치 등 방송통신 분야의 심의 및 관리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은 고의 및 중대 과실 등에 의한 악의적 허위 정보를 방송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한 언론사를 대상으로 언론사 등록취소 조치 등의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가능하게 하는 통합 심의법제 등을 보완입법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위와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위는 7일 오전 김씨와 신 전 위원장, 그리고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 등 8명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했고, 같은 날 서울시는 신 전 위원장이 김 씨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매체인 <뉴스타파>에 대해 신문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발행정지'나 '등록취소' 등의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언론단체들은 이 같은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대체 역대 어떤 정권이 언론사 등록을 취소하고, 방송사 내부 심의 시스템을 점검하여 업무정지까지 내리겠다는 발상을 했던가" 물으며 "보안사 군인과 안기부 직원을 언론사에 상주시키고 방송사들을 통폐합했던 군사독재 시절에 버금가는 국가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보도 당시 사실이라고 믿었던' 인터뷰 내용이나 '보도 당시 언론사 차원에서 인지하지 못했던' 언론인-취재원 간 금전거래 사실 등에 대해서는 명백한 '설명책임'이 따르지만,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자 개인 고발이나 등록취소 등 제재조치를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이 언론인들의 설명이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특히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김만배 인터뷰와 관련한 보도상의 여러 문제점은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고칠 부분을 고치며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실 등은) 전대미문, 국기문란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총동원해가며 이 사태의 '정치적' 파장을 최대한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문제가 된 <뉴스타파>의 최초보도 및 MBC, JTBC 등 매체들의 인용보도를 두고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는 등의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뉴스타파, JTBC 등이 사과와 함께 자체적인 점검과정을 밟는 등 설명책임을 이행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극단적 발언이 나오고 있다며 "대선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수많은 검증보도들이 있었다. 그걸 가려내서 국가반역죄니 사형이니 이런 방식으로 제약하기 시작하면 그거야말로 민주공화국이 아닌 독재국가임을 자행하는 결과 부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 위원장은 김 대표에 대해서는 "2년 전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개정하려 할 때 징벌적손해배상과 관련해 가장 앞장서서 '언론 비판기능을 위축시킨다'고 반대목소리를 내고, 국회에서 농성까지 한 게 지금 김기현 대표와 국민의힘 아니었나" 물으며 "결국 이 사안은 언론자유를 명시하는 헌법의 가치를 훼손해서라도 이 기회에 언론통제, 방송장악 기도를 제도적으로 관철해 보겠다는 또 다른 정치적 음모라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언론사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의 기준으로 제시한 '고의 및 중대 과실 등에 의한 악의적 허위 정보 유포'는 지난 2020년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측이 추진한 언론중재법상의 징벌적 손해배상 기준과 유사한 기준으로,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측은 '언론탄압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해당 기준을 통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비판한 바 있다.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장 또한 "2년 전 민주당 주도의 언론중재법에도 (이 위원장이 제시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와) 비슷한 문구가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은 우리 언론단체들과 함께 '그 같은 기준이 언론의 비판·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라며 "지금 국민의힘은 정확히 그 반대의 입장에서 일을 수행하고 있다. 결국 정치적 이득을 목표로 한 폭압적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국민의힘 가짜뉴스 특위의 위원장이 김장겸 전 MBC 대표이사라는 사실이 가장 어처구니가 없다. 김 씨는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논문표절 오보를 주도했던 장본인"이라며 일부 매체에 대한 여당 측 공세가 지속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온갖 실정에 의한 비판여론을 돌리기 위해 만들어낸 메카시즘 광풍"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언론인들은 "김만배 인터뷰를 둘러싼 취재윤리 위반, 이에 연결된 저널리즘 책무 위배는 한국 언론 현장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김 씨와 신 전 위원장 사이 금전거래 사실을 통해 드러난 취재윤리 위반 건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이번 사안은 언론사들 스스로) 깊은 성찰과 평가로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이를 빌미로 독재정권의 언론통제 망령을 부활시키고, 언론탄압을 정당화하려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정치적 음모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7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된 김만배 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학림 전 위원장과 인터뷰가 대장동 사건의 책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로 넘기기 위한 조작이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특히 김 씨는 문제가 된 해당 인터뷰가 "사적 대화"였으며, 신 전 위원장이 해당 대화를 "녹음하는 줄도 몰랐다"며 "그건(녹취는) 신 선배가 저한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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