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한사람으로서 사과드립니다. 일본은 아시아 나라들을 침략하고 식민 지배했지만 이번에는 방사능 가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염수 해양 투기를 멈추기 위해 앞으로도 일본에서도 계속 반대하고 싸우겠습니다."(반핵아시아포럼 사무국장 사토 다이스케)
'세계 기후행동의 날'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도심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후정의 실현을 촉구하는 '923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토 다이스케 반핵아시아포럼 사무국장은 단상에 올라 한국 시민에게 사과했다. 노동·사회·환경 등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923 기후정의행진을 열고 "기후재난에 무책임한 윤석열 정부에 항의한다"고 밝혔다. 주최측 추산 3만 시민이 모여 용산 대통령집무실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등으로 행진했다. 이날 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은 박스를 재활용해 '석탄발전 이제그만', 'NO플라스틱, 일상이 쌓여 지구를 구한다', 늦기 전에 함께 해요 아픈 지구 살리기를', '바다에 버려진 것은 오염수인가 우리 미래인가' 등 직접 손판넬을 제작해 참여했다.
권우현 923조직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기후위기가 일자리와 거주 공간을 위협하고 생명의 위기로 닥쳐오는 동안 정부는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했다"며 "기후위기로 그 모든 우리의 존재가 벼랑 끝에 서 있지만, 우리는 좌절하지 말고 기후정의 쟁취를 위해 걷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행진에는 청소년, 초등학생, 어린이와 함께한 부모, 유모차를 끌고온 가족 등 기후위기 당사자들이 많이 참여했다. 행진에 참석한 11살 박소율 학생과 12살 박신우 학생은 "지금 세대 어른들이 만들고 간 석탄발전소와 쓰레기들을 나중에 저희가 떠안게 되어서 부담스럽다"며 "다 같이 사는 지구니까 모두가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17살 한 청소년은 "저희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시대인데 어른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서 행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순천에서 10살 아들과 함께 행진에 참여한 46살 이해란 씨는 "저희 아이가 아토피가 있는데, 원래보다 비가 많이 오니 습도가 높아진 게 피부로 느껴진다"며 "습도에 예민하다보니 여름부터 지금까지도 에어컨을 못 끄고 있고, 제가 에너지를 더 쓰게 되어버리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어 "지금이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에 서울까지 왔다"며 "덜 소비하고 탈성장했으면 좋겠지만 개인이 하기에는 어려운 노력이라 정부나 정치인들이 움직일 수 있게 참여해야 겠다고 생각해서 왔다"고 말했다. 10살 전해성 학생은 "사람들이 전기를 막 쓰고 환경을 막 써서 지구가 아프다"며 "핵을 쓰지 말고 전기를 아껴쓰고 생물들을 죽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해성 학생의 어머니 41살 한현주씨는 "아이가 커가는 상황에서 환경에 좋지 않은 정책과 기후 위기로 인한 참사들을 겪어야 하는게 가슴이 아파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923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끊임없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기후위기는 안중에도 없다"며 "일본 정부의 대변인이 되어 핵오염수 투기를 옹호하고 위험한 핵기술이 기후위기 해법이라는 착각에 빠져, '핵폭주'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재난으로 죽지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핵발전과 화석연료로부터 공공 재생에너지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실현하라 △철도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공교통 확충하여,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하라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신공항건설과 국립공원 개발사업 중단하라 △대기업과 부유층 등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등 5대 요구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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