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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 하이브가 만드는 한국인 없는 케이팝,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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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JYP, 하이브가 만드는 한국인 없는 케이팝,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다

[케이팝 다이어리] 부익부 빈익빈… 논란도 여전

전원 한국인 그룹. 낯선 표현이 이제는 훈장처럼 여겨진다. 최근 데뷔한 팀 중에서 떠올려본다. 보이넥스트도어, 스테이씨, 위클리, 이펙스, 엔믹스... 많지 않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아이돌 그룹은 전원 한국 국적이 기본이었다. 혹 소수의 외국 국적 멤버들이 포함되어 있다 해도 재미교포, 동아시아계로 다인원 중 1~2명 정도 소수였을 뿐이다. 이제는 다르다. 외국인 멤버가 없는 팀을 찾기 어렵다. 다양한 국적의 연습생들이 하나의 간판 아래 합을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전원 외국인으로 구성된 케이팝 그룹도 더는 낯설지 않다. 2020년 데뷔한 걸그룹 블랙스완은 올해 외국 국적을 강조하며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화제를 모은 팀이다. 이들의 기획사 DR뮤직은 팀의 전신 라니아 시절부터 한국계가 아닌 외국 국적 멤버들을 포함하여 한국 시장에 소개하였는데, 블랙스완에 이르러서는 2022년 글로벌 오디션 출신 신규 외국인 멤버 합류와 기존 한국인 인원들의 탈퇴를 통해 완전 외국인 그룹으로 팀을 재편했다. 벨기에, 미국, 브라질, 인도 국적의 멤버들은 한국어와 영어로 구성된 노랫말을 부르며 케이팝 그룹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한다.

블랙스완의 경우는 독특하지만, 대형 기획사들의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온 케이팝 팬들에게는 외국인들로 구성된 케이팝 그룹의 형태와 활동이 크게 낯설지 않다. 2019년에는 <프로듀스 101>의 일본 방영본을 통해 데뷔한 보이그룹 JO1이 있었다. 이후 가장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사례가 JYP엔터테인먼트의 2020년 <니지 프로젝트(Nizi Project)>를 통해 결성된 걸그룹 니쥬(NiJiU)다. 이미 JYP는 2018년 중국 법인을 통해 보이그룹 보이스토리를 데뷔시키며 글로벌 케이팝 그룹 운영 경험을 쌓은 상황이었다. <니지 프로젝트>는 일본 소니 뮤직과의 협업을 통해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할 신규 걸그룹을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일본 전역과 미국을 포함해 선발한 20인의 오디션 참가자를 한국에서 트레이닝하여 그 중 최종 9인조 걸그룹을 완성해 데뷔시켰다.

▲블랙스완. ⓒDR뮤직

프로그램 방영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케이팝의 제이팝화 등 부정적인 여론이 대세였다. 불과 몇 년 전이지만 당시만 해도 케이팝에서 '팝' 대신 '케이(K)'에 포함된 국적의 의미가 중요하게 여겨지던 시기였다. 니쥬가 데뷔와 동시에 일본에서 센세이션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프로그램 참여와 그룹 제작, 멤버 선발 과정에 참여한 박진영 프로듀서까지 인기를 드높이며 케이팝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선은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었다.

JYP의 뒤를 이어 수많은 글로벌 오디션이 펼쳐졌다. 엠넷이 2021년 선보인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은 프로듀스 시리즈에 한국, 중국, 일본 삼국지를 결합한 형태였다. 그해 SM은 영화 제작사 MGM과의 협업으로 미국 현지에서 활동할 NCT 할리우드(NCT Hollywood) 계획을 발표했고, 하이브는 하이브 레이블스 재팬을 통해 <앤오디션(&Audition)>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신규 보이 그룹 앤팀(&Team)을 데뷔시켰다. 일본 에이벡스와 케이팝 프로듀서 재이콥스의 협업으로 탄생한 엑스지는 또 다른 개념의 케이팝 그룹이다. 에이벡스의 한국 법인 엑스갤럭스(XGALAX) 소속인 이들은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되었으나 한국식 케이팝 트레이닝을 거쳐 영어 가사 노래를 부르고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케이팝도, 제이팝도 아닌 엑스팝(X-POP)이라 규정하였는데, 이 부분이 역효과를 불러와 케이팝 팬들에게 논란을 불렀다. 니쥬의 데뷔 과정에서도 오디션 진행 과정에서 이들을 케이팝 그룹으로 볼 것인지, 혹은 케이팝 기획사가 제작한 또 다른 형태의 그룹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2023년 현재에는 이와 같은 비판적 시각이 많이 누그러진 상황이다. 엑스지를 제외하고 다국적 그룹 중 스스로를 케이팝 그룹이라 강조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은 덕이다. 상대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역학관계로 엮인 동아시아를 벗어나 전 세계로 무대를 확장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기획사들의 시선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을 향한다. JYP의 새로운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에이투케이(A2K)>는 '아메리카 투 코리아(America 2 Korea)'를 주제로 내걸었다. 리퍼블릭 레코드와의 협업을 통해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총 22회차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6인조 신규 걸그룹 비춰(VCHA)를 소개했다. 전원 미국 국적으로 구성된 비춰는 데뷔곡 '와이오 유니버스(Y.O.Universe)' 발표와 동시에 한국 음악 방송에 출연하며 역대 다국적 그룹과 달리 적극적인 한국 활동을 예고했다.

다음은 하이브의 차례다. 유니버설 산하 게펜 레코드와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는 12만 명의 지원자 중 20명 연습생을 선발하여 미국 현지화 걸그룹을 선발하는 프로젝트다. 참가자들의 국적은 미국, 일본은 물론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미 국가부터 스웨덴, 벨라루스, 슬로바키아 등 유럽 국가까지 다양하다. 세 가지의 미션과 최종 파이널 미션을 거쳐 단계마다 탈락자가 발생하는 엄격한 구조로, 첫 미션을 통과한 18명 연습생은 10월 4일 한국 팬 미팅을 진행하며 국내 인지도를 쌓는 데 힘을 쏟았다.

한국인 없는 케이팝 그룹은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이 상황은 케이팝이 단순 음악 장르나 국적을 가리키는 단어 그 이상의 개념, 일종의 시스템임을 증명한다. 청소년 연습생을 선발하여 연예 활동에 필요한 다방면 요소를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그 과정에서 최종 인원을 선발해 팀을 결성한다. 이후 음악 담당 부서에서 멤버들의 개성과 퍼포먼스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곡을 선정하여 다듬고 하나의 싱글 혹은 음반으로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국적은 크게 중요한 개념이 아니다. 목표 시장을 향한 기획은 기획자들의 역할이다.

케이팝의 본질 외에도 글로벌 그룹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이제 케이팝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큰 수익을 벌어들인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하이브와 더불어 JYP도 매출의 절반 이상이 국내를 앞질렀다. 케이팝 음반 수출액은 무역통계 기준 1억3293만4000달러(약 1783억 원)다. 충성스러운 해외 케이팝 팬들은 타 장르 팬보다 실물 음반 구입에 압도적으로 적극적이다. 서구 음악 시장에서 이제 도입 단계인 케이팝 산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신규 인원도 매우 많다. 연습생 수급이 어려워 인력난을 겪고 있는 한국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자본력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데다 마땅한 공연장도 많지 않은, 포화한 가요 시장에서의 경쟁보다 해외에서의 케이팝 활동이 더욱 수월해 보인다.

물론 글로벌 케이팝의 미래가 장밋빛으로만 물든 건 아니다. 거대 해외 케이팝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그룹 운영 능력은 일부 대형기획사들에만 허락되어 있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케이팝 기획사라 해도 해외 진출은 상당 부분이 미지의 영역이며 막대한 초기 비용을 감수하지 않으면 도전조차 할 수 없는 시장이다. 거대한 숫자가 쏟아지는 가운데 꾸준히 제기되는 케이팝 부익부 빈익빈 논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글로벌 아이돌 선발 이후 운영도 초기 단계다. 아직은 케이팝 아이돌 기획처럼 깊은 세계관이나 독특한 시도 대신 그간 축적한 노하우를 적용하여 현지화하는 수준이다. 인종과 국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결과물이 쏟아질 법하나 지금까지는 기존 케이팝 그룹과의 차별점이 크지 않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목적만 남아서는 곤란하다. 케이팝 시스템이 팝 시장에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함과 동시에 그 내용으로도 허를 찌를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케이팝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상업적 성과로 납작하게 가공해서는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명민한 전략과 번득이는 창의력이 요구된다.

▲하이브가 게펜 레코드와 손잡고 진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 ⓒ하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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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email protected])는 2013년 음악 웹진 IZM 에디터로 활동을 시작했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편집장을 역임했다. 음악 플랫폼 제너레이트(ZENERATE)를 운영 중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FIGK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국방일보, 위버스 매거진, 롤링 스톤 코리아, 빌보드 코리아 등 매체에 칼럼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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