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책임론?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말이라 나오기 어렵다"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먼저 눈이 가는 곳은 패배한 국민의힘이다. 앞서 당 안팎에서 두 자릿수 이상 참패로 싸늘하게 식은 수도권 민심을 확인하게 될 경우, 현 '김기현 지도부' 대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기 때문. 그러나 일단 당내 중론은 '현 지도부 유지' 쪽으로 보인다. 친윤계 중진으로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은 전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궐선거 하나를 갖고 이 당이든 저쪽 당이든 흔들리는 것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라며 "지도체제가 자주 바뀌는 정당 중에 제대로 되는 정당이 없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지난 5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현재 현역 의원이 모두 민주당이고, 16년 동안 사실상 민주당 구청장이었다. 사실은 좀 어려운 곳"이라며 "이걸 총선의 바로미터로 바로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이번 선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럼에도 지난 8월 국민의힘 연찬회에서부터 일찌감치 '수도권 위기론'을 주장하며 지도부에 압박을 가했던 의원들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안철수 의원은 "수도권에서 승리하려면 인재 영입과 함께 제대로 된 경제 정책, 특히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윤상현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겠다는 여론이 훨씬 더 높다. 좀 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당내 분위기와 관련,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책임론이 일어날 정당이 아니다. 책임론이 일 정당이었으면 애초부터 선거에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책임론은 당 외곽에 있는 사람들만 꺼낸다. 그걸 띄우고 싶어 하지만 호응이 없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특히 "김 대표를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책임론이 일면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말이 된다. 삼척동자도 다 알지 않나"라며 "책임론이 나오면 당이 총선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지겠지만 당분간은 어렵다"고 했다. 다만 그는 "총선 직전까지도 지지율이 안 오르면 그때 가서는 모른다"고 여지를 남겼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우려스러운 상황에 대한 인식 공유 정도만 나올 것 같다. 문제를 제기할 만한 수도권 의원이 몇 명 없다"며 "김 대표도 책임론을 빠져나가기 위해 중진을 대규모로 투입하고 총력전을 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당정관계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갑자기 '대통령님 안 돼요'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우려스럽다"고 했다. 장 소장은 나아가 "공천이나 선거운동을 다 용산이 주도한 것 아닌가"라며 "당에서 위기감을 느끼기보다는 대통령실에서 위기감을 느껴서 국정기조를 바꿔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국정기조를 바꾸려면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며 "그게 국정기조를 바꾸느냐 안 바꾸느냐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선거 패배에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대통령 책임론이다. 여론이 어떻게 형성될지 모르지만 이 선거가 결국 대통령 얼굴로 치른 선거"라며 "대통령에 대한 책임이나 비판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김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책임을 떠안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여지를 뒀다. 한편 낙승을 거둔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활동 반경이 넓어진 상황에서 단식 투쟁을 마치고 당무 복귀를 앞둔 이 대표의 입지가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번 승리의 축배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비명계 인사인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선거 당일 아침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승리한다면) 당장 지도부 권한을 강화하는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이기는 당은 페니실린 주사를 맞은 격이 돼서 오히려 당의 변화를 선택하지 않고 현재의 체제에 안주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래서 오히려 총선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표는 다만 보선 승리 확정 후 SNS에 쓴 글에서 "한때 집권당이던 저희 민주당의 안일했음과, 더 치열하지 못했음과, 여전히 부족함을 다시한번 성찰한다"며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고 당의 혁신과 단결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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