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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작년 '주61시간' 일하던 경비원 33명 과로사…이래도 주69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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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작년 '주61시간' 일하던 경비원 33명 과로사…이래도 주69시간? [2023국정감사] "주 69시간 도입되면 노동자들 더 쉽게 장시간 노동에 노출 위험"
지난 한 해 과로사로 사망한 경비원이 33명에 달했다. 이들 중 노동시간이 길었던 경우 주간 업무시간이 108시간 15분에 달한 사례도 있었다. <프레시안>은 24일 근로복지공단이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에 제출한 기타 업무 종사자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 109건을 전수 분석했다. 업무상 질병 판정서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사망한 노동자 중 산재로 인정한 경우에 관해 사망 원인과 업무관련성을 분석해놓은 기록이다. 109건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전수분석한 결과, 총 33명의 경비원이 심근경색, 급성 뇌출혈 등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해 과로사했다.

한달 간 1주 평균 노동시간 61.38시간... 24시간 교대제까지 가중 업무

산재 처리된 33명의 사망자 중 노동시간 기록이 누락된 경비원 7명을 제외한 경비원 26명의 4주간 평균 주당 노동시간은 61.38시간이었다. 주 52시간 기준을 훌쩍 넘었다. 이 중에는 심혈관계 질병 발병 전 4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이 108시간 15분에 달하는 경비원도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는 기준인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에 가까운 노동을 했다. 여기에 교대제 업무로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반영돼 업무와 뇌심혈관계 질병의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이들 중 2명의 경비원을 제외한 31명의 경비원은 공통적으로 24시간 교대제로 근무했다. 24시간 교대제는 전체 노동자를 A조와 B조로 나눠 24시간 근무와 24시간 휴무를 별도의 휴일 없이 반복하는 근무형태다. 교대제로 근무하는 경비원들은 보통 새벽 6시에 출근해 초소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새벽 6시에 퇴근한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분리수거 중인 경비원 모습. ⓒ연합뉴스
경비원들의 24시간 격일제 근무는 노동 환경상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업무부담 가중요인' 중 '교대제 업무'에 해당한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며 격일제 근무는 대부분 사라졌으나 경비원의 경우 대부분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휴게 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격일제 교대 근무가 유지되고 있다. 이에 관해 남우근 노무사는 "아파트 경비원들은 24시간 격일제 근무라는 전근대적인 교대제 근무를 하고 있고, 장시간 사업장 체류, 야간근무 등 안전보건상 유해한 근무환경에 놓여 있다"며 "경비원 일자리가 주로 중고령 노동자에 의해 수행된다는 점에서 건강상의 유해요인은 더욱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 노동시간 체제 안에서도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가 발생하는 만큼 정부가 '주69시간'을 골자로 한 노동 시간 개편안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간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과장은 "건강한 노동자들만 69시간 허용한다는 게 아니고 고령 노동자든, 질환이 있는 노동자든 취약 노동자들도 주 69시간 노동이 가능케 되면 건강문제의 위험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주 69시간 노동이 가능한 체제가 도입되면 취약 노동자들이 더 쉽게 장시간 노동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 건강권 측면에서도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인 경비원들... 근로기준법 적용 사각지대

경비원은 어떻게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걸까. 그 배경에는 아파트 경비원, 학교 당직 경비원 등에게 적용되는 '감시·단속적 근로자법(감단법)'이 있다. 감시나 단속적인 업무를 맡은 노동자들은 업무시간이 불규칙·불명확하고, 노동시간 중에 고강도 업무를 수행하지 않아 심신의 피로도가 비교적 낮다는 이유로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 근로기준법 63조 3항에 적시된 노동시간·휴일·휴게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도록 제외될 수 있다. 애초 공동주택 경비원은 경비업법에 따라 청소 등 경비 외 다른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21년 10월부터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인해 청소·분리수거 등 전반적인 공동주택 관리 업무를 함께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일반 노동자의 경우 업무를 위한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보지만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리될 경우 이러한 대기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감시·단속적 노동자에게 내려진 근로기준법 적용제외 승인율은 매년 95%에 달한다. 사실상 적용제외 신청만 하면 통과되다시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통상 경비원은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장시간 일하거나 일을 해도 각종 수당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가 하면, 휴게시간이 있어도 정작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제대로 휴식을 할 수 없다.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배경이다.
▲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순찰 중인 경비원 모습. ⓒ연합뉴스
근로기준법의 예외를 허용하는 감시직 승인 대상에서 경비원을 제외하면 이 같은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고용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24시간 맞교대제를 개편하는 방안으로 정기휴무제나 교대 퇴근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안성식 강북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장은 "경비원들이 현장에서 걱정하는 큰 문제는 고용불안"이라며 "24시간 격일제 근무가 건강권 측면에서는 전향적으로 검토되어야 하지만 임금이 줄고 고용 형태가 불안해진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주영 의원은 "노동시간이 과거에 비해 단축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산업 현장 곳곳에서 장시간 노동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며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주 최장 69시간 근무를 추진하다 국민적 반발에 부딪히자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지만, 여전히 정책 폐기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장시간 노동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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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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