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매도(short selling)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한 가운데, 이번 선택이 한국 증권시장의 선진국 지수 편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실제로는 주가를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5일(현지시간)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스마트카르마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공매도 금지가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 낮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다른 외신으로부터도 나왔다. <로이터>는 '한국, 6월까지 공매도 금지 다시 실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관료들과 시장 관찰자들은 영향력 있는 지수 제공업체인 MSCI는 한국을 선진국 시장 지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해결해야 할 요인의 하나로 공매도 규제 불확실성을 꼽았다"고 보도했다. 공매도에 관한 한국 당국의 예측 불가능한 대응이 한국 증시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공매도 금지가 당국과 투자자의 기대와 달리 증시를 오히려 떨어뜨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낸 보고서에서 과거 세 차례 공매도 금지 기간을 전후해 지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한국 당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1일부터 2009년 5월 31일까지,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발생했던 2011년 8월 10일부터 같은 해 11월 9일까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있었던 2020년 3월 13일부터 2021년 4월 30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강 연구원은 이 기간 지수 흐름을 조사한 결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를 금지한 후 1개월, 3개월이 지난 뒤 코스피는 각각 20% 이상 하락했다"며 "공매도 금지가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3월 당시는 공매도 금지 후 1개월, 3개월 뒤 각각 5%, 23% 반등했다. 공매도 금지가 해제된 2021년 4월까지는 78%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 연구원은 당시를 두고 "코로나19에 따른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 급락으로 인해 중앙은행과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냈다"며 "당시 주가 반등을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이 같은 전례를 근거로 앞으로 증시가 "V자 반등보다는 지그재그식 등락 후 반등하는 양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공매도는 투자자가 재화를 미리 빌려서 매도한 후, 나중에 결제해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앞으로 주가나 종목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미리 팔고 나중에 매수한다. 앞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고 상승하면 반대로 손해보게 된다. 최근 증권가에서 장기간 개미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모은 이차전지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주도하자, 개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합동브리핑에서 오는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상 네 번째 공매도 금지 조치가 취해진 셈이다. 시기상 내년 총선을 앞두고 1400만 개인투자자의 표를 의식해 정부와 여당이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내려진 배경이다.
한편 공매도 금지 조치가 적용된 이날 오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 가까이 급등하며 오전 장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이 순매수를 주도해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반면 개인은 순매도 중이다.
코스닥에는 급등으로 인해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이날 오전 9시 57분 56초에 발동됐다. 지난 2020년 6월 16일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 내려진 조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