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김포시 서울 편입, 공매도 중단, 의사 정원 확대 등 수도권·중도층 민심에 소구하는 정책 대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데 대해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선거에 급하다고 정략적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이재명 대표)라고 비판했다. 다만 당 내에서는 비명(非이재명)계 좌장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으로부터 대안이 없는 반대라는 취지의 내부 비판도 나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여권의 공세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지적도 친명·비명계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6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정치를 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 삶이나 국가의 미래를 두고 진중하게 접근해야한다"며 "정부·여당이 선거에 급하다고 정략적인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는데 먼저 부실 예산안부터 바로잡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생경제가 참으로 어렵지만 정부·여당의 마음은 여전히 콩밭에 가 있는 것 같다"며 "민생과 무관한 선거용 공수표 남발로 이 국면을 넘어갈 수 없다. 조삼모사식 눈속임으로 물가가 잡히는 것도 아니고, 수출·경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고 재강조했다. 이 대표는 "만시지탄이지만 정부·여당이 야당과 과학계의 연구개발(R&D) 예산 복원(주장)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거 같아 보여 다행"이라며 "그러나 국가 백년대계인 R&D 예산 문제를 냉온탕 오가듯 졸속으로 접근하는 문제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정략적 공수표' 발언은 전날 발표된 공매도 한시금지 방안 및 여당 지도부가 지난달 말 전격 발표한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을 두루 겨냥한 것이라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이 '정략적 선거공약이라는 것은 김포 편입과 공매도 한시금지 등을 모두 포함해 말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공매도 문제도 그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민주당이 이미 그동안 제시해왔던 내용"이라며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발표는 그간 금융위·금감원의 입장과 약간 결이 다르다. 2024년6월까지라는 한시적 시한도 선거를 의식한 게 아닌가 의혹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소통과 민심을 강조하면서 국정기조 전환이라는 변죽을 울렸지만 결국 말뿐이었다"며 정기국회 법안 처리를 통한 대정부 공세를 예고했다. 홍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이번에 통과시켜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이 막혀있는 정치를 뚫고, 민심을 따르고자 한다면 시간을 끌지 말고 법안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고 여당의 필리버스터 추진 방침을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의혹과 감사원 정치감사에 대한 국정조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었으나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는 해병대원 사망사건 특검법과 이태원참사 특별법도 정부·여당의 반대로 인해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 뿐 아니라 현재 국회에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 본회의에 부의돼 있다"고 추가 공세도 예고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장관 등 기관장) 몇 명을 놓고 지금 검토 중에 있고 이번 9일 본회의 때 탄핵안도 같이 올릴 예정으로 생각하고 적극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탄핵추진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검토 대상 중에 한 명은 맞다"고 확인했다. 홍 원내대표는 인터뷰에서 김포 편입 문제에 대해 "전국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특히 서울 같은 경우도 굉장히 부정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김포시의 재정자립도가 30% 초반밖에 안 돼서 서울 다른 자치구들의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만 '김포 편입에 민주당은 반대냐'는 재질문에는 "자꾸 이 문제를 O, X 문제로 국민의힘 프레임에 빠지면 안 된다"고 했다.

이낙연 "찬반 안 내는 건 당당하지 않아", 최재성 "민주당 절박함 안 보여"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여당 프리미엄'을 활용한 정부·여당의 파상공세에 대한 불안감이 비명계를 중심으로 감지된다. 이낙연 전 총리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김포 이슈와 관련 "여당이 느닷없이 꺼낸 '김포 서울 편입' 얘기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도박"이라면서도 "야당이 찬반 입장도, 뚜렷한 대안도 내지 않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 여당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생각인지 모르지만, 그런다고 이 소동이 멎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매도 한시금지 사안에 대해 "언 발에 오줌누기 형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국민의힘은 재미를 보게 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은 소도 잃고 외양간을 부수게 되는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 "총선 앞두고 허겁지겁 '몸에 좋으면 다 먹어보자' 그러다 배탈 난다"고 경고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은 "강서구청장 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사실 국민의힘의 시간"이라며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혁신 경쟁에 끌려다닐 거냐, 아니면 선도적으로 혁신하고 변화할 거냐(가 관건)인데 지금 끌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총선기획단은 친명이냐 비명이냐가 문제가 아니고 '그저 그런 기획단'이라고 하는 게 문제"라며 "변화와 혁신의 포인트가 보이지 않고, 또 당을 통합시키기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은 채로 그냥 맹숭맹숭하게 당직자들 중심으로 이렇게 구성돼버렸고, 그러는 사이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이것저것 막 혁신안을 던지고 있다. 국민들이 보시기에 '여기는 변화하려고 몸부림치는구나'라고 보시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렇게 되면 지금은 따뜻하지만 곧 한파가 온다"며 "그런데 이 한파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내부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흘러간, 국민들로부터 잊혀져버린 '김은경 혁신안'을 다시 만지작거린다는 얘기도 들리던데 그게 무슨 감동을 주겠느냐"며 "당이 수도권은 지키고 영남 쪽에 더 확장하기 위한 그랜드 플랜이 뭐냐, 이런 부분에서 국민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야 된다. 지금은 축구로 치면 우리가 1대 0으로 앞서고 있으니까 우리 진영에서 볼 돌리고 있다. 관중석에서 야유 나온다. 이러다가 역습당하면 큰일난다"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당내 일각에서 '총선 200석 압승' 등 설익은 낙관론이 나오는 데 대해 "이제 겨우 지역예선 치렀는데 우리가 월드컵 우승할 거라고 주장한다. 자제하셔야 된다"며 "강서구청장 선거, 민주당 이뻐서 국민들이 찍어주신 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 못하니까 그랬다. 그런데 일단 윤 대통령은 달라진 척은 하지 않느냐. 국회에 와서 낮은 자세 취하고 국민들이 보기에 뭔가 다른 모습을 취하려고 하지 않느냐. 변하려는 척이라도 하는데 민주당은 국민들 보시기에 '민주당은 정신 못 차렸나보다'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더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총선을 앞둔 민심은 호랑이처럼 사납게 변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지금 민주당이 강서 보궐선거 이기고 조금 느슨해졌다고 할까, 절박함이 안 보인다"며 "'대표 정책'이 없고, 절박함이라는 것은 혁신으로 나와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안 보이니까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좀 불안한다. 혁신과 대표 정책 두 가지를 빼놓고 총선을 치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최 전 수석은 김포 문제에 대해서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편입 이야기한 바로 다음 날 이재명 대표가 분명한 메시지를 냈어야 한다"며 "선거를 생각하면 성남까지 21개 지역구다. 여파가 크니까 결정을 못 하고 어정쩡한 상태로 있는데 사실 이것은 반대를 분명히 해줘야 된다"고 했다. 친명계에서도 김두관 의원이 전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혁신을 가속화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하고 있다"며 "반면 민주당은 공천 탈락과 사법 리스크가 두려워 혁신에도 이슈에도 침묵하는 바람에 저만치 국민들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위기가 몰려오는데도 200석 압승론을 떠드는 정신나간 인사들도 있다"고 위기감을 보였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핵관의 험지 차출은 이미 결정했고 곧 출마 지역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전략이 뭔지 모르겠다. 왜 수도권 시민조차 반대하는 서울 확장론에도 침묵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재명 대표가 메가서울 반대 입장을 밝히고 부울경 메가시티부터 복원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우리도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다선 의원을 험지로 보내야 햔다.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해 주목을 모았다. 김 의원은 "장군들이 앞장서지 않고 병사들만 사지로 몰면 누가 따르겠느냐"며 "'친명 안방, 비명 험지'로 방향을 잡았다가는 100석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은 지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비난을 각오하고 지도부에 말씀드린다. 전략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최선의 대책을 찾는 것이지, 최선의 경우를 가정하고 최악의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런 가운데 이날 조정식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이 대표는 총선기획단 1차 회의에서 "당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으고 실효적인 민생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겠다. 항상 주권자인 국민을 두려워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 내부에 혹여라도 있을 오만함을 경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총선기획단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김두관 의원의 지도부 험지출마 요구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오늘은 논의한 바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김은경) 혁신위가 제안한 내용들도 다양하게 논의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도층 선거 민심 변수로 꼽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 부분은 특별히 (최고위에서) 논의한 바 없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