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10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제3지대' 정치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 주제는 위성정당 방지 대책 등 선거제도 개혁 관련이었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이들이 '빅 텐트' 형태의 선거연대를 이룰 가능성에 쏠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준) 대표, 정태근 '정치혁신포럼 당신과함께' 대표, 조성주 '세 번째 권력' 운영위원장은 7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을 깨고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5자 연대체의 이름을 가칭 '금요연석회의'라고 붙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위성정당 방지책으로 '지역구 공천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 의무화'를 제안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양당은) 선거제도를 결정하지 못한 것은 물론 선거구 획정기한이 6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았다"며 "이대로 정개특위가 공전하면 현행 선거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21대 총선에 이어 내년 총선에서도 위성정당이 공공연하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그대로 두고 국민과 국회 사이 신뢰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기본 취지에 공감한다. 과거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에게만 유리한 방식으로 구성돼 민심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만들 우려가 있지만, 그렇다고 좋은 제도를 폐기할 수는 없다. 보완책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보완책'으로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정당은 비례대표도 반드시 일정 비율 이상 공천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비례대표는 껍데기만 남겨놓고 위성정당을 밀어주는 행위를 애초에 방지하자"는 제안을 들고 나왔다. 이들은 "거대 양당이 의지가 있다면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만 개정하면 된다"며 "선거제도와 정치구조의 대대적 개편은 총선 이후 다시 논의하더라도 당장은 위성정당부터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들의 제안은 내용적으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여야가 이미 정개특위에서 논의하거나 각 당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대안 중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다. 지난 9월 초중순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 관련 의원총회를 열었을 때도 유사한 제안이 나온 바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연 회견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인 것은,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신당이 출현할 가능성과 그 파급력 때문이다. 5명 가운데 이상민 의원은 현재 민주당 소속이지만 스스로 "거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고,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에 나선 상태다. 양 의원의 한국의희망 신당은 지난 8월 창당대회를 마쳤고, 금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신당은 현재 창당준비위원회 단계로 12월 중순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태근 전 의원은 2016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서 정치활동을 해오다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체제 하 총괄본부 정무대응실장을 지냈다. 당시 금 전 의원도 총괄본부 전략기획실장을 맡아 한솥밥을 먹었고, 이들 2인과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월까지 자주 만나 초당적 신당 논의를 이어오다 금 전 의원이 독자 신당 창당에 나서며 모임이 중단됐다. 조성주 전 정의당 정책위부의장이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세 번째 권력'은 조 전 부의장 외에 장혜영·류호정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정의당 내 의견그룹(정파)이다. 다만 세번째권력은 박원석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대안신당 당원모임'과는 기조가 다소 다르다. 세번째권력이 민주당 비주류나 보수진영 내 소수파인 이른바 '개혁보수' 등과도 손잡고 더 넓고 느슨한 연대를 추구한다면, 대안신당은 기존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한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쪽이다. 지난 6월까지의 '금태섭·정태근·박원석 모임'에서 박원석 전 의원 측이 빠지고 대신 세번째권력이 '금요연석회의' 5자에 포함된 것은, 기존 진보·보수진영 내 소수파를 아우르는 이른바 '빅 텐트' 형태의 신당 내지 선거연합 성립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참석자들도 가능성을 열어두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이들은 이날 선거제도 개혁 제안 기자회견문에서 "저희 다섯 명은 기성 정당의 싸움판에서 탈피해 대한민국 정치가 상식을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당파를 초월해 모였다"며 "정치개혁을 위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함께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회견 후 기자가 '금요연석회의 모임의 성격이 뭐냐. 내년 총선 때 선거연합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느냐'고 묻자, 금 전 의원은 "그렇게 구체적인 말씀을 드릴 단계는 아니다"라며 "다 비슷한 고민을 했기 때문에 몇 번 모여서 의논을 했고,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의견을 내고 바꾸자고 촉구하자는 의견이 모여서 위성정당 문제에 대해 말씀드렸고 (앞으로)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모이는 것은 이렇게 말씀드릴 것이다. 현재는 그 정도 단계"라고 했다. 정 전 의원은 그 뒤를 이어 "중요한 것은 어느 정당에 소속돼 있느냐가 아니라 지금 정치를 어떻게 바꿔야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의견 공유의) 수준이 올라가면 그에 따라서 할 수 있는 공동행동도 달라지는 것인데, 지금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조 전 부의장도 "여기 금요연석회의에 모인 분들이 '무엇에 반대하는 사람들', '무엇은 안 된다' 이런 것만 가지고 정치가 좋아질 수는 없다는 공통의 고민을 갖고 있다"며 "같이 해결해야 되는 우리 공동체의 문제가 뭔지 일단 만나서 대화하고 서로 고민을 나누면서 과제를 먼저 도출해 보자는 취지로 일단은 출발하고 있다고 설명드릴 수 있다"고 첨언했다. 양 의원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고 발표를 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양 의원은 한 기자가 '별도 신당론이 일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금요연석회의에 참여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이 전 대표도 우리의 문제 해결 논의 구조에 찬성한다면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다른 참석자들은 양 의원이 '맞죠?'라고 돌아보며 동의를 구한 데 대해 웃기만 할 뿐 명확한 답은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5명이 (회견을 하러) 왔는데 왜 갑자기 이준석이냐"며 웃고는 "열려 있고, 개방적이고, 정치 개혁을 조금이라도 업그레이드하는 데 힘을 모을 수 있으면 같이 할 수 있다. '따로 또 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민주당 5선 중진으로 민주당 내 비명(非이재명)계 좌장 격인 이 의원은 이날 아침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10월 중순 2시간 정도 이 전 대표와 이언주 전 의원을 만났다"며 "이 전 대표도 국민의힘에서 별로 좋은 대접을 못 받고 있지 않나. 저도 그러니까 각자 자신이 속한 정당에 대한 것들, 지금 한국 정치가 너무나 양극단화돼 있고 진영화돼 있고 그냥 '상대방이면 적, 내 편이면 무조건 옳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든 돌파해야 되지 않느냐에 대해 같은 생각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이 전 대표에게 '신당을 창당하라'는 취지의 조언을 해줬다며 "국민의힘 쪽 분들이 이 전 대표에 대해 별로 그렇게 좋은 생각들을 갖고 있지 않은데, 그러면 거기 들어가서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보다는 아예 신당을 차려서, 기업하는 사람들이 스타트업부터 시작하듯이…(해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신당을 하는데 이 전 대표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세력들이 연합을 해야 될 것이고, 그러려면 최소의 공통분모를 찾아야 되는데 그것은 '따로 또 같이'의 마음으로 하라. 같은 건 같은 것대로, 다른 건 다른 것대로 인정하고 같은 것을 이뤄내는 것을 해야 하는데 지금 워낙 상식에 맞지 않는 정치가 횡행하고 있으니 '상식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공통분모를 찾으면 어떻겠느냐"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상식의 정치'는 금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양 의원의 한국의희망 등도 지향점으로 내걸고 있는 구호여서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다만 일부 언론이 보도한 '이 전 대표와 민주당 비명계 간 접촉면이 형성됐다'는 취지 보도에는 "제가 볼 때는 본격적으로 만나고 그런 움직임은 없는 것 같다"며 "소위 비명계라는 의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아직 이 전 대표와 정치적 연대라든가 같이 세력을 규합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그렇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신당행 여부에 대해서는 "제 스스로 거취에 대해서 고민하고 결정을 내려야 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며 "거취에 대한 생각이 정리돼야 그 다음에 그러한 것들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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