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직장인 10명 중 1명, 직장 내 괴롭힘에 '극단 선택' 고민하는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직장인 10명 중 1명, 직장 내 괴롭힘에 '극단 선택' 고민하는데… 고용노동부는 오히려 "악용" 우려해 괴롭힘 요건 강화 시도
직장인 A씨는 회사 내에서 인신공격과 모욕을 당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게 됐다. A씨는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 B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과를 찾았다. 자살예방센터에 전화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노동자 10명 중 1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9월 4∼11일 전국의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 359명 가운데 39명(10.9%)이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직장갑질119는 올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접수한 상담 이메일 1592건 중 53건이 극단적 선택을 언급했거나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제보자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거나 시도했다는 메일이 48건이었고, 직장 동료의 극단적 선택을 인지하거나 목격했다는 제보가 4건이었다. 자살한 노동자 유족이 제보한 메일이 1건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주체로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뒤를 이은 가해자로 '비슷한 직급 동료'(22.3%), '대표나 임원, 경영진 등 사용자'(19.2%)가 뒤를 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는 사용자, 회사는 많지 않았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이를 신고한 이들 중 '회사가 조사조치 의무를 제대로 지켰다'고 답한 이의 비율은 32.1%에 그쳤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한 회사 3곳 중 2곳이 제대로 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경험'한 응답자 비율이 26.8%에 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이들 4명 중 1명 이상이 오히려 추가 피해를 입었다. 직장갑질119는 "결국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게) 사실상 죽기 전까지 참으라는 지침"을 내린 것과 다름없다며 고용노동부에 "허위신고로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사용자들의 주장이 아닌, 죽음을 고민하는 피해자들의 호소에 먼저 귀를 귀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기준을 더 높이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노동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제출한 '직장 내 괴롭힘 분쟁 해결 방안 연구' 보고서는 괴롭힘의 유형을 '일회성 행위'와 '지속·반복적 행위'로 구분했다. 보고서는 '지속·반복적 행위'의 인정 기준을 '3개월 이상 지속, 평균 주 1회 이상 반복'으로 두고 그 예로 업무·휴식 감시, 업무능력·성과 미인정 및 조롱, 훈련·승진·보상·일상 중 차별, 힘들고 꺼리는 업무 몰아주기 등을 들었다. 즉 3개월 이상 괴롭힘이 이어져야만 지속적인 괴롭힘이 인정된다는 뜻이다. '일회성 행위'의 예로는 퇴사 강요, 신체적 폭력, 욕설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이 같은 괴롭힘과 관련해 "주관적 해석에 의존하는 현행 직장 내 괴롭힘 정의를 지속성·반복성 등 객관적 기준이 반영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구분 의의를 제시했다.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서 "허위신고"가 발생하고 허위신고자 다수가 보상을 요구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즉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다. 관련해 직장갑질119는 "주 1회 이상 괴롭힘을 당할 경우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승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은 "피해자를 더 고립시켜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키우는 최악의 조치이자 국가의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부는 사업주가 조사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도록 하는 대신 오히려 반복성과 지속성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괴롭힘 인정 요건 강화로 (노동자의) 희망을 꺾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대희
독자 여러분의 제보는 소중합니다. [email protected]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