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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윤종신 등 "故 이선균 죽음, 수사내용 포함된 KBS보도 경위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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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봉준호·윤종신 등 "故 이선균 죽음, 수사내용 포함된 KBS보도 경위 밝혀야" 문화예술인들, '이선균 방지법' 제정 촉구…"제2, 제3의 희생자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
봉준호 영화 감독,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이원택 영화 감독, 김의성 배우, 장항준 영화 감독 등 문화예술인들이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이들은 특히 문화예술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일명 '이선균 재발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 연대회의'(가칭)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를 가졌다. 김의성 배우와 봉준호 감독, 윤종신 가수, 이원택 감독이 성명서를 직접 낭독했다. 연대회의는 "지난 12월 27일 한 명의 배우가 너무나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10월 19일 한 일간지의 "배우 L씨의 마약과 관련한 내사를 토대로 내사 중이다"이라는 인천시경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최초 보도 이후 10월 23일 그가 정식 입건된 2개월여의 기간 동안, 그는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되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간이 시약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을 위한 시약 채취부터 음성 판정까지의 전 과정이,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모두 언론을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사건 관련성과 증거능력 유무조차 판단이 어려운 녹음파일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고 비판했다. "결국 그는 19시간의 수사가 진행된 3번째 소환조사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술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남기고 스스로 삶의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비통해했다. 연대회의는 먼저, 수사당국을 향해 "고인의 수사에 관한 정보가 최초 유출된 때부터 극단적 선택이 있기까지 2개월여 동안 경찰의 보안에 한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며 "고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마약 음성 판정을 받은 뒤 KBS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됐는데, 어떤 경위로 이것이 제공됐는지 면밀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고인의 경찰 출석 정보를 공개해 고인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게 적법한지 명확히 밝혀 달라"며 "그래야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다음으로, 언론 및 미디어를 향해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하여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경찰 측에 무리하게 요청한 사실은 없었는가? 특히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대회의는 정부 및 국회도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이 1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 발표에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명서 발표와 별도로 뜻을 같이하는 단체 대표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정상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대표는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 슬픔과 분노를 헤아릴 길이 없다. 그리고 부끄럽다"고 말문을 연 뒤 "피의사실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노출한 수사기관과 이를 선정적으로 받아쓰기한 언론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하겠다. 공감하는 분들은 함해 주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고영재 독립영화협회 대표는 "피의자 공표, 피의자 신상 공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느냐는 것이었다"면서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는 헌법에 명기되어 있지 않다. 다만 그 추상적인 가치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는, 故 이선균 배우의 사안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다시 한번 숙고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 대표는 "국가는 예술학문종교 등 인간의 내면세계에 속하는 것을 생성할 수 없으며 문화는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국가에 의해서 조직되거나 규율될 수 없다"며 "더더군다나 사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어 누가 감히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막연하을 가지고 표현할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디지털 감옥'에 살 수밖에 없는 고인의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간절하게 부탁드린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게 아니라면 제발 기사를 삭제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너무나 안타깝다"며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며 법적 안전 장치 마련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연대회의는 '이선균 재발 방지법' 제정을 위한 첫걸음으로 이날 발표한 성명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또 이 씨의 마약 투약 혐의와 무관한 사적 통화 내용을 보도한 KBS에 항의 목적으로 해당 성명서를 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범죄도시>를 제작한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성명서 준비 과정에 대해 "2023년 12월 27일부터 29일까지 고인 장례 및 발인 기간이었다"며 "장례 기간 내내 방송, 음악 등 대중문화예술계가 수사 및 보도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우선 문화예술계 성명서를 내고 모인 의견을 전달하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이어 "2024년 1월1일까지 성명서 초안 작성" 후 "대중문화계 여러 예술계와 함께 성명서 작업을 했고, 이후 범예술계를 아우르는 단체대화방을 열고 성명서 발표 시기 등을 논의", "발인 후 2주를 넘기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한 "29개 문화예술단체와 전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위원장, 배우 송강호 2000여 명의 개인 문화예술인들이 동참했다"면서 "이런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깊은 공감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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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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