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의 발언과 태도는 언론과 대중의 많은 관심을 끈다. 최근 아이유의 신곡 'Love wins'가 성소수자 운동 구호라는 이유로 이를 이성애자들의 사랑을 표현하는 문장으로 사용하는 건 문화적 전유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문화 전유는 주류문화 주체가 소수 집단의 문화를 존중과 이해 없이 취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 아이유가 한 방송에서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었다고 비난받은 건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역설적이다. 해당 논쟁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것은 아이유의 소속사가 논쟁이 불거지기 전에 곡 제목을 'Love wins all'로 변경하며 "중요한 메시지가 흐려질 것이라는 의견 수용"한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신속한 대응과 포용적 태도를 볼 때, 그 문구에 많은 의미 부여를 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 iMBC는 뉴진스 민지의 공항 사진을 보도하며 '칼같이 국제선 출국 수행', '칼각 미모 국제적 수려함' 등 '칼국수'가 연상되는 제목을 달았다. 그로 인해 논란이 일자 이후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며 관련 사진을 삭제했다. 민지의 칼국수 언급은 이미 일 년이 지났으나 최근 다시 태도 논란이 제기됐다. 그 때문에 민지는 공식적인 사과문을 게재했다. 마약 혐의로 형사 입건된 지드래곤은 그가 과거에 보인 독특한 몸짓과 말투까지 언론에 해명해야 했다. 언론의 추측성 보도는 급기야 그가 마약 성분 검출을 회피하기 위해 제모했다는 추정에 이르렀다. 결국 이후 JTBC 프로그램 <사건반장> 측은 공개 사과하게 됐다. 한편,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은 최근 유튜버 '탈덕수용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를 이끌어내어 화제가 되었다. 이후 해당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아이돌 저격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면 큰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했다며 조회 수가 상승함에 따라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편집하여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인정했다. 현재는 탈덕수용소 공식 계정이 삭제되었으나 이 같은 유튜브 채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논란에 유명인들은 법적 대응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다. 시간이 오래 걸리며 큰 비용이 드는 방법이다. 상대적으로 자본 여유가 없는 중소형 기획사의 아이돌이나 상업적 성공을 이루지 못한 신인 연예인들에겐 적절한 대응이 더 어렵기도 하다. 법원의 판단이 이뤄진 시점에는 이미 대중의 관심을 떠난 경우도 많다. 2009년 발매된 지드래곤의 '가십맨(Gossip man)' 가사를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어. 지루한 일상에서. 자 오늘 준비한 이야깃거리 나갑니다. (중략) 사태는 심각 그 이상. 우리나라는 뜨거운 냄비." 우리의 지루한 일상에서 연예인의 가십이 꽤 즐거운 문화소비거리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무성한 소문으로부터 사실이 아닌 이야기가 여과되지 않고 확산하는 건 문제다. 인터넷 언론의 범람과 경쟁으로부터 뉴스가 점차 상업주의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언론의 공공성은 잊힌 이야기가 되고 있다. 도파민 중독의 시대에서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기 힘든 논란이 밈이 되어 재생산된다. 이는 비단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타인 평가와 자기 검열의 문제는 일반 대중에게도 적용된다. 사생활 침해와 혐오적 폭로는 회사 블라인드 메일과 학교 익명게시판에서도 매일 생산되고 있다.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 관련 법률 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결국 연예인을 둘러싼 가십과 그 논란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새 앨범 발매와 함께 아이유는 편지글의 형태로 자신의 곡을 소개했다. 글은 "누군가는 지금을 대혐오의 시대라 한다. 분명 사랑이 만연한 때는 아닌 듯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다소 비관적 인식이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현실일 것이다. 그는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고 "당신들이 내게 그래주었듯 나도 당신들의 떠오름과 저묾의 순간에 함께하는 사람이고 싶다."며 말미에 팬을 향한 고마움과 함께 연대를 논한다. 투쟁의 연대가 아닌 위로와 공감의 연대이다. 혐오의 시대 속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건 사랑이 아닐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이자 경희대 글로벌한국학과 강사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강의하고 있다.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과 외래교수, 창원대 문화테크노학과 강사,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 법률전문가로 일했다. 영국 워릭대 문화미디어정책연구소에서 K-pop산업의 경영전략 연구로 문화산업학 박사를 받았고 한류정책분석 논문 등을 작성하였으며, 2022 K-culture festival 계획(KOFICE), 아트앤테크 정책평가(ARKO), 콘텐츠산업 법제도(KCTI) 연구 프로젝트 등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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