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서천시장 화재현장 방문 이후 6일 만에 오찬 회동을 가졌다. 다만 이들은 당정 갈등의 진원으로 꼽히는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나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 공천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를 나누지 않았다고 당정은 전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9일 "윤 대통령은 한 비대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용산 집무실로 초청해 오찬회동을 했다"며 " 대통령과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는 주택, 철도 지하화를 비롯한 교통 등 다양한 민생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을 위해 당정이 배가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회동은 오찬장에서 2시간 동안 오찬이 진행된 뒤 집무실로 이동해 37분간의 추가 차담으로 이어졌다고 이 수석은 부연했다. 이 수석은 또 "대통령과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는 최근 잇따르는 정치인 테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대통령은 관련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할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고 설명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서 영세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국회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회동 참석자인 윤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오늘은 민생 문제만 이야기했다"며 윤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명품가방 수수의혹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실 설명대로 정치인 테러 문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문제, 철도 지하화 등 정치적 민감도가 덜한 민생현안에 대화가 집중됐다는 게 윤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윤 원내대표는 앞서 당 내외에서 명품가방 수수의혹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거론된, 기자간담회 등을 통한 윤 대통령의 직접 해명 등 방안에 대한 논의 여부에 대해서도 "서로 민생 문제만 이야기했기 때문에 다른 말씀은 없었다"고만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또 김 전 대표의 직접 사과 필요성을 주장했던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와 관련한 이야기가 없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대통령실 측이 제기한 김 비대위원의 '사천' 논란 등은 물론, 공천 등 총선 관련 논의 자체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날 오전 한 위원장은 오찬 회동을 위해 이동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공천과 관련한 대통령의 의견이 있을 것 같나' 묻는 질문에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원내대표는 "오늘은 선거 관련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민생 문제, 그리고 민생과 관련된 국회 상황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로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지난 윤·한 갈등 이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당정관계에 대해서도 "당정관계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고 있는 ‘이태원 특별법’과 관련해서도 "(이야기가) 없었다"고 했다. 이에 기자들이 김건희 리스크, 이태원 특별법 등 이 자리에서 논의되지 않은 소위 '민감 현안'들은 대통령실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묻자, 윤 원내대표는 "어떤 현안이든 수시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서 뭘 할 계획은 없다"고만 답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자리의 의미가 '당정갈등의 봉합'인 것인가 묻자 "민생 문제 위해서 당정이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로 오늘 만남이 있었다고 생각해 달라"라고만 답했다. 한 위원장 또한 오찬 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날 회동과 관련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오찬을 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며 "민생에 관한 얘기를 잘 나눠보겠다"고만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회동 후 "당정 현안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며 "당정은 늘 소통하고 있고 충분하게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 이전에도 그렇게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서천시장 화재현장을 동반 방문한 이래 당정 간의 갈등은 진화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당정이 이날 오찬에서 논의를 피한 민감 사안들은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자리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앞서 서천방문으로 당정갈등이 봉합된 직후 이날까지 본인의 입장은 "(이전과) 변한 게 없다"면서도, 김건희 리스크 관련된 질문이 나올 때마다는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는 등 다소 소극적 답변으로 일관해왔다. 그는 김 전 대표의 직접사과를 요구한 이후 대통령실이 사천 논란을 제기한 김 비대위원의 진퇴 논란에 대해서도 지난 25일 "그런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한편으로 김 위원이 제기해온 '김건희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여기에 당일 언론을 통해 '윤 대통령이 언론에 명품가방 논란 관련 입장을 직접 밝힐 것'이란 관측이 등장하면서, 한 위원장 등 당 관계자들이 용산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고 대통령실의 대응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 관련기사 : 일단 선 그은 한동훈 "제가 김건희 사과 요구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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