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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23일 대규모 러 제재 발표"…'포스트 나발니'로 배우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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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23일 대규모 러 제재 발표"…'포스트 나발니'로 배우자 주목

나발나야, '아내 역할' 고수하다 정계 입문 선언…여성 정치인 드문 러시아서 기대

서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47) 돌연사에 푸틴 대통령에 책임이 있다고 재강조하며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나발니의 빈자리를 메울 대안으로 그의 배우자 율리아 나발나야(47)가 주목받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 정부가 세계에 어떤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했든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나발니 사망에 대해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금요일(23일)에 러시아에 책임을 묻는 대규모 제재 패키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번 제재는 나발니 사망 뿐 아니라 2년간 지속된 "악랄하고 잔혹한"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가 행한 모든 일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오는 23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2년째 되는 날이다. 커비 보좌관은 제재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러시아에 나발니 죽음에 관한 "신뢰할 만한 조사"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도 관련해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EU는 성명을 내 "EU는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에 분노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당국에 있다"고 밝히고 "EU는 우리의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러시아 정치 지도부와 당국에 책임을 묻고 제재를 포함해 그들의 행동에 대한 추가적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성명에서 "러시아가 나발니 돌연사에 대한 독립적이고 투명한 국제 조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서방이 러시아에 이미 경제 제재를 포함한 폭넓은 제재를 가해 온 탓에 실효성 있는 추가 제재가 가능할지 의문시 되는 가운데 벨기에 브뤼셀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유럽정책센터의 러시아 분석가 마리아 마르티슈트는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에 개별 제재들로는 충분한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EU에 동결된 수천 억 유로 규모의 러시아 자산을 압류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면 러시아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르티슈트는 또 위험에 직면한 러시아 야권 정치인들과 가족들에게 민주주의 국가로의 망명 기회를 포함해 더 많은 지원이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수감 중인 러 야권 인사 일리야 야신은 "그(푸틴)가 (나발니) 살인을 명령했다고 확신한다"며 "나 자신도 위험에 처해 있다는 걸 안다. 나는 감옥에 갇혀 있고 내 목숨은 푸틴에 달려 있다. 그러나 나는 계속 내 노선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나발니의 동생 올레그 나발니는 또 다시 수배 명단에 올랐다. 20일 러 국영 <타스> 통신은 러 내무부가 올레그를 형법 조항에 따라 수배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지만 수배의 근거가 되는 조항은 명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법 집행 기관이 올레그에 대한 새로운 혐의가 제기됐다고만 했다고 설명했다.

올레그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어기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승인 받지 않은 집회를 조직한 혐의로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뒤 2022년 집행유예 기간 제한 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와 관련해 이미 수배 명단에 오른 바 있다.

러 당국이 조사를 이유로 나발니 주검을 인도하지 않으면서 가족들은 나발니 사망 발표 뒤 5일째 주검을 확인하지 못했다.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20일 공개한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내 아들을 보게 해달라. 그를 인도적으로 매장할 수 있도록 알렉세이의 주검을 즉시 인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류드밀라는 내리는 눈을 맞으며 나발니가 수감 중 숨을 거뒀다고 발표된 장소인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교도소 앞에 검은 옷을 입고 서 있었다.

나발니의 배우자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19일 영상 성명을 통해 나발니가 독살됐고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당국이 주검을 넘겨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쉬는 러 조사관들이 나발니 주검에 대한 "화학적 조사"가 14일 가량 더 소요될 것이라며 주검 인도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나발니 죽음으로 러 반정부 운동의 상징이 사라진 가운데 그의 빈자리를 채울 인물로 배우자 율리아 나발나야가 부상 중이다. 나발나야는 새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설해 19일 처음으로 게시한 영상 성명에서 "나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일을 이어 받아 조국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몇 년 간 (나발니가) 선거, 시위, 가택 연금, 수색, 구금, 투옥, 중독, 다시 시위, 다시 체포, 다시 수감되는 내내 나는 알렉세이의 곁에 있었다"며 "알렉세이를 죽임으로써 푸틴은 내 영혼, 심장, 나 자신의 절반을 죽였다. 하지만 아직 반이 남아 있고 그것은 내게 포기할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나발나야는 나발니 사망이 발표된 직후 16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연단에 올라 추모 연설을 했고 이어 EU 외교장관회의에 초청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변인들이 나발나야가 나발니 운동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특히 2021년 나발니가 수감된 뒤 비중이 커졌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러시아 언론인 출신 예브게니 알바츠가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두 사람이다. 율리아와 알렉세이 나발니"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나발니와 2000년 결혼해 두 자녀를 둔 나발나야는 이전까지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자리매김하는 것을 거부하고 가정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해 왔다. 그는 지난해 3월 독일 주간 <슈피겔> 인터뷰에서 나발니 체포 뒤 정계에 입문할 것이란 추측이 돌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내가 다루고자 하는 생각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2021년 또 다른 잡지와의 인터뷰에선 "내 주된 임무는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을 변함 없이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나발니 부부와 자녀들의 친밀한 모습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대부분 사생활을 비밀에 부치는 러시아 지도자들과 대조돼 나발니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고 짚었다.

나발나야는 정계에서 눈에 띄는 여성이 드문 러시아에서 여성 정치인로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러시아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시민단체 페미니스트반전저항(FAR)은 나발나야의 영상 성명 뒤 "여성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끊임없이 수많은 벽을 부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페미니스트이자 여성운동으로서 율리아 나발나야에게 거대한 지지를 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단체 창립자인 다리아 세렌코가 "아내 역할을 고수하던 율리아 나발나야가 정치인으로 변신하기로 한 것은 많은 러시아 여성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수감 중 사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배우자 율리아 나발나야(왼쪽)가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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