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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모스크바 테러 IS 소행 인정…'우크라 배후설'은 포기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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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모스크바 테러 IS 소행 인정…'우크라 배후설'은 포기 안해

"특별 통제" 러시아 내 중앙아시아 이주 노동자 탄압 우려…유럽국들 연이어 대테러 보안 강화

25일(이하 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흘 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일어난 테러가 "급진 이슬람주의자"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을 수 있다고 거듭 시사했다. 139명이 사망한 테러의 주요 용의자들이 타지키스탄인으로 드러나며 러시아 내 중앙아시아 이주 노동자에 대한 압박 심화가 우려된다. 이번 테러 뒤 유럽 국가들은 연이어 대테러 보안을 강화했다.

<로이터>와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 통신을 보면 푸틴 대통령은 25일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대책 회의에서 "우리는 이 범죄가 이슬람 세계가 몇 세기 동안 이념적으로 싸워온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의 손에 의해 저질러진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가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분파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 소행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테러 다음날인 23일 연설에선 IS에 대한 언급 없이 범인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도주했고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연루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에 대한 범죄가 누구의 손에 의해 저질러졌는지 알고 있지만 우리의 관심은 누가 그것을 명령했느냐는 것"이라며 "여기서 발생하는 질문은 누가 이것(테러)으로 이익을 얻는가다"라고 말했다. 그는 "3월22일에 러시아 수도에서 자행된 끔찍한 범죄는 협박 행위"라며 "이 잔학 행위는 2014년부터 신나치 우크라이나 정권의 손을 잡고 우리나라와 싸우고 있는 자들의 일련의 시도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이번 테러가 우크라이나와 연관됐다는 증거가 없으며 ISIS-K 소행이라고 확인한 데 대해서도 미국이 이 같은 주장으로 다른 나라를 설득하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의혹 제기는 우크라이나 전쟁 수사를 강화하고 안보 실패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보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IS 퇴치를 위한 새로운 전선을 펴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IS에 대해 언급하기 전인 지난 주말 이미 ISIS-K가 활발히 활동 중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튀르키예(터키), 시리아, 아제르바이잔, 타지키스탄 지도자들과 통화했다. 주요 용의자들이 타지키스탄 출신으로 밝혀진 가운데 에모말리 라흐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24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테러리스트들에겐 국경도, 고향도, 종교도 없다"며 이번 테러와 선을 그으려 애썼다. 라몬 대통령은 통화에서 "러시아 국민과의 연대" 및 테러, 극단주의와 싸우기 위한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으로 이미 소외를 받고 있는 러시아 내 중앙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것이 우려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알렉산더 베글로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지사는 이주 노동자 기숙사가 "테러 위협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일환으로 "특별 통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아시아 노동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뒤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로 대거 동원됐지만 주기적으로 경찰의 급습을 받고 러시아 사회에서 배제된 채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의 포섭에 노출돼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짚었다.

<스푸트니크>를 보면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장은 25일 테러 대책 회의에서 사망자가 139명으로 늘었으며 부상자는 18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테러가 "신중하게 계획되고 준비됐다"며 용의자들이 법정에서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23일 붙잡힌 주요 용의자들은 24일 모스크바 바스마니 지방법원에 체포 및 심문 과정에서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심한 상처를 드러낸 채 출두했다.

한편 모스크바 테러로 파리 올림픽 등 대형 행사를 앞둔 유럽 국가들의 테러 경계도 바짝 치솟았다. 2015년 프랑스 파리 일대에서 연쇄 테러가 벌어져 130명이 숨지는 등 유럽 국가들은 IS 및 동조자들에 의한 테러의 주요 타깃이 돼 왔다.

25일 <로이터>, 프랑스24 방송을 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 (정보) 서비스와 주요 파트너들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 공격(모스크바 테러)을 선동하고 수행한 것은 실제로 IS 조직"라며 "이 특정 집단은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영토에서 여러 차례 (공격)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이번 테러를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데 이용하는 것은 "역효과"라고 경고하며 "여러 국가를 타깃으로 삼는 이 집단에 효과적으로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 정보 기관과의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날 프랑스는 테러에 대비해 자국 내 보안 태세를 최고 단계로 격상했다.

주말 부활절을 앞두고 대규모 군중이 로마, 바티칸 곳곳에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탈리아도 25일 국가안보 및 공공질서 위원회가 테러 방지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이탈리아 <안사> 통신이 보도했다. 알프레도 만토바노 이탈리아 국무차관은 24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직적 테러보다 극단주의에 경도돼 배후 조직 없이 단독으로 테러를 저지르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를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은 독일 내무부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이 "여전히 극심하다"면서도 모스크바 테러 이후 위험 평가를 변경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2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사흘 전 발생한 테러 사건에 대한 화상 대책 회의를 열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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