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로들로 구성된 당 상임고문단이 4.10 총선 패배의 원인을 "대통령의 불통"이라 지적하며 "대통령이 확실히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도부가 당 수습과 패인 분석을 당면과제로 설정한 가운데, 대통령의 영향이 크지 않은 원로 그룹과 원외를 중심으로 용산 책임론이 점차 분출하는 모양새다.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정의화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장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식당 백리향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참패의 원인을 대통령의 불통, 그리고 우리 당의 무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 생각한다"며 "한발 늦은 그런 판단, 또 의정갈등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독선적인 모습들이 막판 표심에 나쁜 영향 주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엔 당 수습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윤재옥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가 참여해 정 회장 등 고문단의 의견을 청취했다. 발언에서 정 회장은 대통령과 당의 공동책임을 강조했지만,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부분 윤 대통령의 실정으로 지적받고 있는 요소들에 집중됐다. 정 전 의장은 정부·여당이 맞은 위기와 관련 "대통령이 확실히 바뀌어야 하고 당도 유능해져야 될 거 같다"며 특히 "대통령께선 이제 대통령실의 스태프들이나 주변 분들에게 언로를 열어서 허심탄회한 얘기들을 자유토론 이상으로 말할 수 있게끔 만드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주시고, 많은 지혜 가져주기를 부탁드린다"고 윤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또 그는 새 국무총리 인선에 대해 언급하면서는 "대통령에게 언제든지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중심 잡힌 인물이 (총리가) 되길 바란다"며 "또 여야가 다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대통령실에선 꼭 모색을 잘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낮은 언론노출도, 여야 협치의 부재 등 윤 대통령의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정 전 의장은 당에 대해서도 "더 이상 이제 대통령만 쳐다보는 그런 정당이 돼선 안 될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 할 때는, 필요하다 생각되면 직언을 하는 그런 당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해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야당과 늘 대화를 해나가고 협치도 할 수 있는 그런 당으로 바뀌어 줘야 되지 않겠나"라며 "당의 지도부들은 대통령에게 야당의 대표도 만나도록 권유해보는 것도 저는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영수회담에 대한 당 차원의 건의를 권유하기도 했다. 유준상 당 상임고문 또한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전날 이뤄진 윤 대통령의 총선 관련 입장발표를 겨냥 "언론을 보면 일관적으로 여기에 대한 공감을 하지 못하고 불통의 이미지를 갖게 되지 않았나"라며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자주 해서 국민 앞에 당당히 가서 기죽지 말고 그때그때마다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전날 입장 발표는 기자회견이나 대국민 담화 형식이 아닌 국무회의 모두발언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대통령실을 둘러싼 '불통' 논란이 다시 일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전날 진행된 당선자 총회에서는 "국무회의는 국무위원들이 다 모인 자리"(윤재옥 원내대표)고 “장소를 빌려서 하는 것보다는 국무회의에서 하는 게 더 바람직”(김상훈 의원)하다는 등의 옹호성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 관련기사 : '당정 소통' 강조하던 與…尹대통령 총선 메시지에 '살얼음판') 총선 패배에 대한 ‘용산책임론’을 두고 대통령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원내와 그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원외의 발언 수위 및 분위기가 갈라지는 모양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같이 용산책임론을 부각한 고문단의 의견과 관련 "선거 패배 원인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도 많은 지적이 있었고 당 안에서도 총회 등으로 종합적으로 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할 것"이라며 "여러 의견들을 참고해서 저희들이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만 답해 구체적인 평가를 피했다. 반면 나오연 상임고문은 이날 간담회 퇴장 시 기자들과 만나 "총선 패배의 원인은 결국 행정부에 많이 있다고 봐야한다"며 "정책 기조는 옳았는데 그 추진하는 방법에 있어 가지고 뭐랄까 좀 강행하는 그런 것이 국민들에게 반감을 사는 그런 경향이 많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해 용산책임론에 힘을 실었다. 나 고문은 "당에서도 그런 것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를 해서 그렇게 (정책을) 강행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건의를 해야한다"며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못했다"고 수직적 당정관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영수회담 필요성에 대해서도 "나는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12시와 2시에 연이어 진행된 초선 간담회 및 고문단 간담회에서는 윤 원내대표를 전당대회 전 구성될 실무형 비대위의 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러 번 제기됐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초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본인 비대위원장 추대 분위기와 관련 "의견을 듣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 시간을 가지고 고민을 해보겠다는 정도로 얘기했다"며 "당 의원들의 의견 수렴과 함께 제 개인적인 입장을 좀 갖고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고문단 간담회 직후 질의응답 자리에서는 '본인이 실무형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는가' 묻는 질문에 "그런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위원장직 수락의사에 대해서는 "한 번 총회를 하는 것으로 끝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만 답했다. 지난 16일 제1차 당선자총회를 진행한 국민의힘은 오는 22일 제2차 당선자총회를 소집, 해당 자리에서 새 비대위원장을 추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내에서는 윤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전까지의 실무형 비대위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윤 원내대표는 22일 총회 소집에 대해서는 긍정하면서도 '해당 자리에서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실 건가' 묻는 질문엔 "그런 차원은 아니"라며 "필요하다면 22일날 또 하고 또 필요하다면 그날 총회를 하고 부족하다면 또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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