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필요한 시기,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 발간되었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을 여러분께 선물하고자 한다.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서해문집이 발간한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이다. 이 책은 2018년 이루어진 연금개혁을 취재하며 물음이 생긴 30대 기자 전혜원의 질문과 2007년 연금개혁의 논의에 참여했고 지금까지 복지국가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 다양한 실천적 연구를 하고있는 60대 오건호의 답으로 구성되어있다. 책은 연금이라는 복잡한 제도의 설계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연금개혁 담론 논의를 하나씩 하나씩 뜯어가며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문제적 사실'들을 가감 없이 해설한다. 책의 제목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연금'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담론지형과 제도의 그늘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방향을 다루지만, 이는 단지 '연금'이라는 하나의 정책 또는 제도에 그치지 않는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말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 산적해있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두 화자의 진정성 있는 꼬리물기는 정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회고하게 한다. 대화와 타협, 그리고 정치의 자리가 부재한 자리에서 무심히 시간만이 흐르고 있는 우리 사회가 지금 어떤 문제에 봉착해 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두 화자의 대담은 우리에게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상기 시킨다.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그 첫번째 고발은 은 2007년 이후 17년간 벌어지고 있는 정치의 직무유기,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유야무야 미루기만을 반복하는 한국 정치에 대한 고발이다. 절박한 저자들의 질문은 이 책을 누가 읽어야 하는 질문에 분명한 답을 생각하게 한다.
22대 총선의 결과를 마주한다. 누군가는 승리를 이야기 하고 누군가는 패배하였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승리와 패배라는 두 개의 단어로는 우리 사회를 설명할 수 없다. 단편적으로 이 선거의 결과를 설명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이들의 외침, '3년은 너무 길다'라는 외침은 이번 선거에 나를 가장 좌절하게 만드는 구호였다. 그 말은 이제 앞으로 3년간 한국 사회는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책임 정당의 부재', 집권의 가능성과 공동체의 질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을 적어도 이번 총선의 여야의 모습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냉소할 수 는 없다. 우리의 모습마저도 정치의 일부이기에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히 민주주의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할 것이다. 특히 우리가 적대와 선악의 잣대를 멈추고 토론하고 조율하며 더 나은 결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할 연금 개혁과 같은 과제 앞에서 말이다. 새롭게 당선된 당선인들 가운데에는 분명 이 사회가 한 발 더 나아지기를 꿈꾸며 세상의 변화를 정치로 이루어내고자 열정과 실력을 갖춘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우리가 냉소로 우리를 온전히 덮어버리기 전에 우리가 함께 살아갈 사회를 위해 헌신과 열정을 쏟고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타협과 조율에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 소망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22대 국회의 새로운 구성원들에게, 그리고 연금개혁을 둘러싸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수 많은 시민들께 추천하고자 한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늘 재정 불안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우리 현 세대가 미래 세대와 비슷한 연금급여를 받으면서도 보험료는 현격히 덜 내고 있다. 이는 미래 세대 부담을 계속해서 가중시키는 핵심 원인이다. 게다가 앞으로 빠르고 높은 고령화로 미래에는 국민연금 외에도 기초연금·의료비 지출까지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현 세대는 자신이 낼 보험료와 받을 급여를 의사결정할 수 있는 제도인 국민연금에서만은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번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우리가 무겁게 인식해야 할 것은 미래에 대한 단순한 전망이 아닌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에 대한 지금 현 세대가 수행해야 할 책임으로 남아있다. 책은 지금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를 위해 지어야할 책임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한 가지는 이 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함께 재정을 책임지면서 사회연대를 실현시키자는 것이다. 2023년 3월, 국민연금 제5차 재정계산이 발표되었다. 그 내용의 핵심은 지금과 같은 제도로 연금을 유지하게 되면 2041년 기금의 수지는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이 되면 연금기금의 완전한 고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갈 이후 연금 수급자의 노후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 지금의 9%에서 몇 배를 넘어서는 30%대가 될 것이 예견된다. 지난 4차 추계보다 수지적자는 1년, 기금소진은 2년 앞당겨졌다. 의사가 환자에게 담배를 끊어야한다고 적극적으로 권고하지만 결코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일까. 인간의 본성이 그러하듯 지금 고통스러운 선택보다는 미래의 나에게 모든 것을 미루고 싶은 것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토론하자고 제안한다.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정성이 미래 세대에게 전가 되어 부담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현재 세대, 즉 우리가 내는 보험료와 급여액을 결정할 수 있는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책임을 다하고 먼 미래에 우리의 다음에게 떳떳하게 이 사회를 물려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책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불평등과 격차가 그대로 노후의 공적연금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2022년 통계결과 소득 하위 20%의 경우 가입률이 51%밖에 되지 않으며 이들의 평균 가입기간은 81.18개월로 연금 수령을 위한 최소가입기간인 120개월을 채우는 비율은 35.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다. 그에 반해 소득 상위 20%의 경우 80.8%가 연금에 가입한다. 평균 가입기간은 151.7개월이고 최소가입기간을 충족하는 비율은 76.12%에 달한다. 이러한 격차는 성별에 따른 연금격차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성별에 따른 최소가입기간 충족비율을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77.32%인데 반해 여성의 경우 39.13%밖에 되지 않고, 가입기간의 차이로 인해 평균 수급액 또한 여성 46만 원, 남성 90만 원으로 두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부에서 연금수급액의 지급률을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고 그 재원을 국고로 충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소득대체율의 인상은 더 가진 자에 더 많은 연금을, 그리고 덜 가진 자에게는 적은 연금액을 인상할 뿐이다. 불평등한 노동시장의 구조를 지속적으로 고착·유지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되는 국고 또한 미래 세대에 대한 노후 부담비용을 전가하게 된다. 이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에도 안정망의 확충에도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책은 우리가 연금에 대한 상상을 폭넓게 만들어가자고 제안한다. 가입기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져 있는 시민들에게 연금의 가입 개월수를 보장하는 크레딧을 전폭적으로 확대하고, 변화하는 산업과 노동시장에 맞추어 플랫폼 노동의 사용자에게 연금 보험의 기여에 자기책임을 하게 만들며, 농어민에게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것과 같이 보험료 지출의 부담 때문에 가입을 망설이고 있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에도 보험료를 지원하여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는 시민들에게 전폭적으로 가입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노인빈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초연금을 증액하고 더 필요한 계층에 더 효과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며, 퇴직금을 완전 연금화 하여 계층별 연금 체계를 구축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안전망을 두텁게 만들어가자고 이야기한다. 연금제도는 한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주요한 안전망이자 시민의 권리를 규정하는 구체적 계약이다. 특히나 안정성이 떨어지는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연금은 노년 시민의 생계와 자존감을 뒷받침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시민적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은 함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국가는 허상의 존재가 아닌 사회구성원들과 구체적인 계약을 맺는 집단이며, 국가의 재정은 사회계약의 구체적 집행을 위한 도구로서 존재한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권리를 구성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연금개혁이 정치적 진영과 선악을 넘어 우리의 다음을 위해 대화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절박한 마음으로 이 책을 꼭 함께 읽기를 제안한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 우리의 삶이 절망하지 않고 내일을 꿈꾸고 행복을 마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우리를 위한 책임을 생각하고 우리의 다음에게 당당히 우리의 자존감을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이토록 중요한 문제에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사회가 아님을 함께 이야기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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