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군기훈련 중 훈련병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군인권센터는 집행 간부가 훈련병의 이상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무시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27일 군인권센터는 지난 23일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군기훈련(소위 '얼차려') 를 받던 중 쓰러져 25일 사망한 훈련병과 관련한 제보를 받았다며 "6명의 훈련병이 22일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23일 오후 경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센터는 "훈련병들이 연병장을 돌던 도중 한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상태가 안좋아 보이자 같이 얼차려를 받던 다른 훈련병들이 현장에 있던 집행간부에게 이를 보고하였는데, 집행간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한다. 얼마 뒤 사망 훈련병은 쓰러져 의식을 잃었고, 후송이 이루어졌으나 안타깝게도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제보 내용대로라면 이는 집행간부가 훈련병의 이상 상태를 인지하고도 꾀병 취급, 무시하다 발생한 참사"라며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얼차려 부여로 병사가 사망한 것으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육군규정120 병영생활규정'에 따라 이번 사안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제46조의3(명령권자 등)에 따르면 병사를 대상으로 얼차려를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중대장 이상 단위부대의 장이고, 집행자는 하사 이상 전 간부로 얼차려 집행 시에는 명령권자나 집행자가 반드시 현장에서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기훈련의 정도와 관련해 센터는 "같은 규정 [별표2]에 따르면 1회 1km 이내, 최대 4회까지 반복하여(총 4km) 완전군장 보행을 실시할 수 있다. 또한 같은 규정 제46조의4 5항 2호에 따르면 얼차려는 하루에 한해 2시간 이내로 실시하며, 1시간을 초과할 경우 1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며 이에 맞춰 실시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당 규정 제46조의4 1항에 따르면 '구두 교육을 하였음에도 시정되지 않거나 동일한 잘못을 반복한 경우 등'에 한하여 군기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는 요건도 명시돼 있다. 센터는 "훈련병들이 정말 전날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부여 받았다면 이는 과도한 징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잘못과 처벌의 비례성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규정 제46조의4 3항에 따르면 군기훈련의 명령권자는 훈련 실시 전 대상자에게 확인서를 작성하게 하여 훈련의 실시사유를 명확히 하고, 소명기회를 부여한 후 실시여부를 최종판단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이뤄졌는지도 조사돼야 한다고 센터 측은 강조했다. 센터는 "확인 결과 위와 관련된 사항들이 모두 사실로 밝혀지거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 12사단은 23일 사건 발생, 25일 훈련병 사망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사건이 공개된 26일 밤 시간까지 왜 쉬쉬하고 있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28일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앞두고 또 군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며 "언론 공지와 관련해 지난 토요일 순직이 되고 나서 바로 언론에 알리고자 준비했고 유족에게 설명을 드리고 공지할 수밖에 없음을 말씀드렸는데 유족분들께서 먼저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명확하게 말씀하셔서 공지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족의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공지할 수 없었는데 이후에 SNS상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계속 게재됨에 따라 추가로 재차 유족에게 언론 공지 필요성을 설명드렸고 설득해서 공개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안 조사와 관련 서 공보과장은 "현재 민간경찰과 함께 군기훈련 과정에서 규정 위반은 없었는지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 등에 대해서 면밀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써 필요한 후속 조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규정과 절차에 따라 군기훈련이 진행됐냐는 질문에 서 공보과장은 "그 부분은 현재 민간경찰과 함께 조사를 통해서 명확하게 확인을 해야 될 부분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바로 말씀드리기가 제한된다는 점을 양해 바란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육군 관계자는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구체적인 상황은 (군 당국이) 민간경찰과 조사 중이어서 말씀드리기가 제한된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해당 훈련병의 순직 여부와 관련 서 공보과장은 "지난 일요일에 (순직) 관련된 심의위원회가 열렸고 심사를 통해 순직으로 결정됐으며, 이어서 추서도 같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식 수석대변인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안과 관련 "수해복구에 나갔던 해병대원, 수류탄 투척 훈련을 받던 훈련병, 얼차려(군기훈련)를 받던 훈련병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훈련병의 안색과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집행간부는 아무 조치도 않고 얼차려를 계속했다. 훈련병은 끝내 쓰러져 의식을 잃었고 병원에 후송됐지만 끝내 훈련소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왜 보고를 무시하고 무리한 얼차려를 고집해 훈련병을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엄중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무리하고 잘못된 지시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 아들들을 잃는 일은 막아야 한다"며 "군의 사기는 장병의 안전에서부터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그것이 유명을 달리한 훈련병에 대한 도리이자, 또 다른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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