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훈련병 A(21)씨가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던 중 쓰러져 입소 열흘 만에 사망한 가운데, 군이 A씨와 훈련병들에게 완전 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뛰게 하고 1등을 못하면 다시 뛰게 하는 '선착순 뺑뺑이'를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같은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며 군이 A씨와 훈련병들에게 "구간을 지정하고 다녀오게 해서 1등은 열외를 하고, (나머지 훈련병들은) 계속 돌게 했다. 이게 추가로 지금 발견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씨는 병원 도착 당시 열이 40.5도였으며 호흡수는 분당 50회로 정상수치(분당 16~20회)에 비해 크게 가팔랐다. 고열로 근육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A씨는 속초의료원에서 강릉 아산병원으로 이송된 뒤 신장 투석을 받다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임 소장은 "군기 훈련은 가혹행위가 아니라 규정에 따라서 규율을 지키라는 일종의 각성 효과를 주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각성 효과를 넘어선 사실상 고문에 이르는 범죄"라고 규정했다. 또한 군기 훈련 전 훈련 대상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규정과 A씨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동료 훈련병들의 의견에도 훈련을 강행한 군의 판단에 대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으로 보기 때문에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서까지 가혹행위 수준으로 하는 것"이라며 "사단장이나 육군 등에서 (규정 준수에 대한) 점검을 잘 안 한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A씨 사망 사건을 상해치사 사건으로 볼 수 있다며 "A씨의 부모님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는 빨라도 한 달 뒤에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게 군이 지금 어제 얘기한 게 '수사가 아니다, 조사'라고 얘기하는데 이것도 말장난"이라면서 "박 대령, 채 상병 터졌을 때도 수사 아니라고 얘기를 했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이 지금 오늘 (채상병)특검 재의결에 영향을 줄까 봐 국방부가 전전긍긍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육군에 따르면 훈련병 A씨는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경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다 상태가 악화돼 25일 사망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씨는 동료들과 함께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 1.5킬로미터(km)가량을 달리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등의 군기훈련을 받았다. 군기훈련은 지휘관이 군기 확립을 위해 훈련 대상자들에게 완전군장 보행, 앉았다 일어나기, 팔굽혀펴기 등을 시키는 훈련으로, 통상 훈련소의 완전군장은 20~25킬로그램(kg)에 달한다. 규정상 완전군장 상태로 구보(걷기)는 1km까지만 허용되며, 앉았다 일어나기와 팔굽혀펴기는 맨몸으로만 해야 한다. 또한 모든 군기 훈련은 하루 두 시간을 넘길 수 없고 한 시간을 진행하면 휴식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군인권센터는 군이 이같은 규정을 어기면서 군기훈련을 실시함으로써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있다. A씨의 사인과 관련해선 군의 한 소식통은 횡문근융해증과 관련된 유사한 증상을 일부 보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운동, 과도한 체온 상승 등으로 근육이 손상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병이다.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통해 A씨를 올해 첫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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