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 오늘 재판부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볼까 하는데 어떠십니까?
대한민국 측 법률대리인 : 국가 입장에서는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원고 대한민국'의 비정함이 또 드러났다. 김홍빈 원정대 구조비용 청구소송.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 12-1부(재판장 성지호)는 구조비용의 '60%'로 화해를 제안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으로 유명한 고(故) 김홍빈 대장. 그는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봉우리를 세계 최초로 모두 등정한 장애 산악인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2022년 5월 '김홍빈 원정대'에 소송을 걸었다. 히말라야 하산 중 실종된 김 대장을 수색하고 원정대를 구조하는 데 든 헬기 비용을 내놓으라는 것. 청구 금액은 약 6800만 원. 광주광역시산악연맹과 원정대원 3명, 촬영감독 2명 총 6명(광주광역시산악연맹 포함)은 '원고 대한민국'이 보낸 소장을 받아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1일 만에 일어난 일. 소관청은 외교부, 법률상 대표자는 당시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었다.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 : 하여튼 지금 위원님 말씀하신 대로 법으로 그걸 보장한다면 실제로 재외공관에서 우리 재외국민 사고를 구난한 직원들은 오히려 움직이기가 훨씬 쉬울 수 있습니다, (국가의 경비 부담 여부를) 판단할 필요 없이.
김경협 국회의원 : 그렇지요, 당연히. 내가 얘기했잖아요, 그러니까. 대사관 직원이 긴급한 상황에서 돈 계산을 하고 있어야 되는 이런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법안의 문제를 지금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최소한 그런 일은 없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2023년 4월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쟁점은 '영사조력법'이다. 영사조력법 제19조에 따르면 재외국민은 영사조력 과정에서 자신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다만, 예외가 있다. '긴급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 즉, '해외위난상황'에 처했을 경우다. △재외국민이 본인의 무자력(無資力) 등으로 인하여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거나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없어 국가가 이동수단을 투입하는 경우엔 국가가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재외국민이 국위 선양 행위 중 발생한 사건·사고로서 그 행위로 '상훈법'에 따른 훈장과 포장을 수여받은 경우, 국가가 신체·재산 보호에 드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한다."
2022년 11월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조기열)은 “국위선양자를 예우하려는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제처 역시 “(개정안이) 보다 객관적인 요건인 '훈장 등의 수여'를 규정한 것은 비용 상환의무 면제 요건으로서 수긍할 수 있다”고 검토했다. 두 번째로 김경협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처한 재외국민이 자력으로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로서 '귀책 사유가 없을 경우' 국가가 영사조력에 대한 경비를 부담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통과되지 못하고 지난달 29일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결국 폐기됐다. 사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위급한 상황에 처한 일은 과거에도 꾸준히 존재해왔다. 하지만 김홍빈 원정대 사례처럼, 정부가 구조비용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건 꽤 이례적인 일이다. 2019년 5월 29일 일어난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건.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33명을 태운 유람선이 크루즈선과의 충돌로 침몰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25명이 사망했고, 1명이 실종됐다. 당시 소방청은 실종자 수색 등 대응을 위해 잠수요원을 포함한 국제구조대를 헝가리에 급파했다. 당시 파견된 심해잠수요원은 9명. 국제구조대는 공기호흡기, 산소탱크, 부력조절기, 수심측정기, 유속측정기, 잠수복 등 수중 수색에 필요한 장비 22종 117점도 챙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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